명예를 건 리뷰배틀이 시작된다. 연예인 컬래버레이션 수제맥주 데스매치!

▲ 사진=노연주 기자

장기하 맥주 ㅋ IPA “우리집 냉장고는 ㅋㅋㅋㅋㅋ” -조재성

‘ㅋ IPA라니, 오타 아니면 장기하 노래 제목 카피 아님?ㅋ’ 문제의 맥주병을 집어들었다. 갈색 모노톤 라벨도 ‘ㅋ’, 병뚜껑에도 ‘ㅋ’. 라벨 뒷면을 보니 장기하와 얼굴들 4집 타이틀곡 ‘ㅋ’ 노래 가사가 적혀있더라.

“웃음을 많이 지으니까는 장난스럽게 보였겠지만 정성스럽게 적었던 거야.” 이 뒤에 나오는 말이 핵심이다. 더부스와 장기하와 얼굴들이 정성스럽게 만든 맥주라고. 장기하 맥주인 거다. ‘장기하 맥덕(맥주 마니아)이라던데 대박이네.’

ㅋ IPA는 더부스 브루잉×장기하와 얼굴들 맥주다. 더부스는 국내 대표 수제맥주 스타트업이고. “한국 맥주는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 없다”고 말한 이코노미스트 기자를 기억하는지? 다니엘 튜더라는 사람이다.

2013년 다니엘 튜더, 한의사 김희윤, 애널리스트 양성후가 뭉쳐 더부스를 차렸다. 판교와 미국 캘리포니아에 양조장을 두고 있다. 크리에이티브한 맥주 포트폴리오로 금방 유명세를 얻었다. 국민 IPA, 대동강 페일에일도 더부스 작품이다.

혹시 장기하가 이름만 빌려준 걸까? 합리적 의심이지만 사실이 아니다. 더부스에 따르면 장기하는 판교 양조장에서 양조 작업에 직접 참여했으며 ㅋ IPA 맛에 매우 만족했다고 한다. 이쯤이면 맥주 맛이 궁금해진다.

‘IPA’라고 하면 기대하는 맛이 있게 마련이다. 이 검붉은색 영국식 맥주는 대개 과일과 꽃향기를 내며 맛이 상큼하면서도 쌉싸래하다. 도수는 6~7%로 일반 맥주보다 높은 편이다. 다소 묵직해서 가벼운 라거가 좋다면 입맛에 안 맞을지도.

ㅋ IPA는 도수가 4.5%다. 보통 IPA보다 낮아 부담이 덜하다. ‘ㅋ’ 병뚜껑을 ‘ㅋ’ 소리 나게 따버렸다. 잔에 따르니 라거 같은 황금색이더라. IPA답게 상큼한 향이 난다. 한 모금 마시니 여러 과일이 입으로 딸려 들어왔다.

▲ 사진=노연주 기자

무슨 과일 맛일까. 음미해본다. 귤? 파인애플? 망고? 자몽? 멜론? 파파야? 어쨌든 과일맛이 풍부하다. 쓴맛은 생각보다 적다. 바디감은 두터운 편. 탄산이 적어 목 넘김이 부드럽다. IPA를 처음 마시는 이들한테 딱이겠다. 맛이 괜찮다면 좀더 강력한 국민 IPA에 도전하시길.

“어떤 맥주 좋아해?” 누가 물을 때마다 하는 말이 있다. 과일향 나고 진한 게 좋다고. 그러니 ㅋ IPA가 입에 안 맞을 수가 없다. 한잔 마시고는 ㅋ IPA로 냉장고를 가득 채우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가 되겠지.

라벨 독특한 맥주병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이건 더부스×노홍철 맥주인 긍정신 레드에일이다. 병이 예쁘다. 노홍철인지 긍정신인지 모를 캐릭터 아래엔 ‘노홍철 천재’가 적혀있다. 뒷면엔 긍정신에게 소원 비는 방법이 나온다. 엉터리겠지만 재미있다.

망설일 필요 있나? 뚜껑을 따서 들이켰다. 홍차색인 이 아이리시 레드에일은 달달하고 고소했다. ㅋ IPA가 과일 단맛이라면 긍정신은 캐러멜 단맛이다. 긍정신이 덜 달고 더 쓰다. 목 넘김이 가볍고 청량하다. 수수하며 밋밋하다. 의외로 도수는 5.0%로 ㅋ IPA보다 높다. 굳이 따지자면 내 취향엔 ㅋ IPA다.

 

노홍철 맥주 긍정신 레드에일 “긍정신과 접신하다” -강기산

평소에 술을 즐겨 마신다. 위스키와 와인 같은 술보다는 소주와 맥주를 선호하는 편이다. 특히 소주를 좋아한다. 웬만한 음식과 궁합이 좋고 칼칼한 맛은 어떤 술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소주만 마실 수 없는 노릇. 폭탄주를 비롯해 다양한 주종을 접했고 뒤늦게 맥주에 눈을 뜨게 됐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했던가. 소주보다 맥주 먹는 일이 늘어났고, 몸무게 역시 함께 늘었다.

처음에는 라거 위주의 맥주를 즐겨 마셨다. 탄산과 청량감은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알코올 도수도 4~5%로 부담이 덜했다. 치킨과 피자와 함께 하는 라거는 삼겹살의 소주만큼이나 치명적이었다.

▲ 사진=노연주 기자

신나게 맥주 라이프를 즐기던 중 라거 외에 에일 맥주라는 것을 접하게 됐다. 처음에는 라거와 전혀 다른 맛에 당황했다. 과일향이 난다는데 전혀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2~3번 마시다 보니 ‘아 이게 과일향인가?’, ‘달콤하다는 게 이거구나’ 식의 인지가 됐다. 

그렇게 라거와 에일의 차이를 알아갈 데 즈음 독특한 콘셉트의 한 맥주를 만났다. 바로 더 부스의 긍정신 레드 에일이다.

노홍철과 협업한 맥주인 만큼 마시기 전부터 기대가 됐다. 우선 패키지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익살스러운 노홍철 캐릭터와 더불어 한국적인 디자인은 어느 맥주 패키지보다 시선을 사로잡았다. 뚜껑에도 노홍철의 시그니처와 같은 파이팅 넘치는 손모양이 그려져 피식 웃음을 자아냈다.

첫인상은 합격. 이제 맛이 궁금했다. 보통 에일은 향과 알코올 도수가 높아 거품을 누르기 위해 볼록한 잔에 따라 마시는 것이 정석이라고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긍정신 레드 에일은 와인잔을 연상시키는 볼록한 전용잔이 마련되어 있다.

▲ 사진=노연주 기자

전용잔에 조심스럽게 맥주를 따라 거품이 가라앉기 전 크게 한입 벌컥 마셨다. 에일 특유의 맛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거품도 부담스럽게 넘치는 수준은 아니어서 더욱 좋았다. 에일을 처음 접했을 당시 거부감이 있었던 게 씁슬한 뒷맛 때문이었는데 긍정신 레드 에일은 뒷맛도 깔끔했다. 알코올 도수가 5.0도라 술이 약하다면 한 병(355ml) 정도로 충분히 긍정신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더 부스가 출시한 연예인 맥주가 긍정신 레드 에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앞서 장기하와 함께 출시한 ㅋ IPA 역시 존재한다. ㅋ IPA는 상대적으로 도수가 약하다. 4.5도라고 표기돼 있다. 한마디로 시시할 수 있다.

맛 역시 확실히 다르다. ㅋ IPA는 상상 가능한 IPA 맥주 맛이다. 과일향과 뭐 그런. 여러모로 개성 넘치는 맥주를 원하는 이라면 긍정신 레드에일이 우선순위일 것이다. 

▶나의 인생템은 어디에? [플레이G 페이스북 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