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명예를 건 리뷰배틀이 시작된다. 기계식 키보드 데스매치!

커세어 K68 적축 “부드러운 타격감이 일품” -강기산

커세어, K68, 적축 어느 것 하나 배경 지식이 없었다. 커세어는 스타크래프트에 나오는 유닛이 아닌가라는 추측만, K68은 자주포나 전차를 연상케 했다. 심지어 적축은 감조차 오지 않았다. 

이 낯선 단어는 프로게이머와 게임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이미 검증이 끝났다고 한다. 우선 커세어는 1994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한 PC 부품과 게이밍 기어를 만드는 회사다. 퍼포먼스와 마니아를 위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일념 하에 명성을 높이고 있다.

K68은 커세어에서 나오는 게이밍 키보드다. 이름 못지않게 외관도 평범함을 거부한다. 블랙과 레드 컬러가 강렬하다. 여기에 무게감이 남다르다. 게임 플레이 시 불필요한 미끄러짐 등을 방지하려고 어느 정도 무게(1.12kg)를 뒀다는 것이 커세어 측의 설명이다. 

특히 신기한 것은 K68 적축뿐 아니라 청축도 그렇지만 키보드에 물이나 커피 등의 음료는 물론 과자나 라면 등을 쏟아도 문제가 없다. 액체가 쏟으면 내부 통로를 통해 흘러 바닥에 배수 구정으로 빠져 나가게 된다. 실리콘 고무가 스위치를 감싸는 방식으로 방진·방수 등급 IP32를 획득해 생활방수 기능을 지원해서다. 

▲ 사진=노연주 기자

상단에는 커세어의 앰블럼과 폰트가 각인돼 자신들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오른쪽 상단에는 총 9개의 버튼이 자리하고 있다. 밝기 조절 버튼을 비롯해 윈도우 키 잠금 버튼, 멀티미디어 컨트롤 키 버튼 등이 그것이다. 별도의 설정 없이 USB를 PC 또는 노트북에 연결하면 그만이다. 

9개의 버튼 중 윈도우 키 잠금 버튼에 눈이 갔다. 게임을 한 번이라도 해본이라면 윈도우 키를 잘못 누른 경험이 있을 것이다. K68은 윈도우 키 잠금 버튼을 마련해 이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게 했다.

디자인과 세부적인 기능은 마음에 들었다. 이제 키보드를 직접 써 볼 차례. 처음 키보드를 쓸 땐 게이밍에 최적화된 만큼 어색함이 있었다. 일반 키보드 보단 긴 스페이스바와 작은 엔터는 적응에 시간이 조금 걸렸다. 이밖에 나머지 키는 일반 키보드와는 비교할 수 없는 타격감을 자랑하며 자주포를 연상케 하는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 사진=노연주 기자

마지막으로 적축은 K68의 정체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적축은 키보드의 성능을 좌지우지하는 스위치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적축, 청축, 갈축 등 다양한 종류의 스위치가 있는데 커세어의 K68은 적축 스위츠를 탑재한 키보드다. 적축 키보드는 언급한 3가지의 키보드 중 부드러운 타격감과 소리가 강점으로 꼽힌다.

K68의 적축 스위치는 무려 독일산이다. 키보드 스위치 업계에서는 알아주는 체리사의 MX 레드 스위치를 사용한 것. 덕분에 큰 힘들이지 않아도 입력과 조작이 쉽다. 소음이 적은 건 덤이다. 

솔직히 몬스타기어 데빌스킬 MK108과는 비교가 무의미하다. 청축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지만 네임벨류에서 커세어에 많이 못 미치기 때문이다. 디자인, 기능 한 눈에 봐도 K68의 우위가 느껴진다. 단 하나 걸리는 것이 가격적인 문제인데 제대로 된 게이밍을 즐기는데 돈이 문제겠는가. 커세어 공식 홈페이지 기준 13만3000원이다. 굳이 청축 게이밍 키보드를 갖고 싶다면 K68 청축도 있으니 고려하시길(빠져나갈 구멍이 없네).

 

몬스타기어 데빌스킬 MK108 “둥근 키캡 타자기 감성 키보드” -조재성

생애 첫 기계식 키보드를 부산에서 만났다. 게임박람회 지스타 2015에서. 이후 줄곧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다. 이 키보드 저 키보드 갈아타왔다. 첫사랑(?)은 벽장에 처박힌 신세다. 아, 오늘밤 집 가서 한번 끌어앉고 싶네. 여기 커세어 K68과 몬스타기어 데빌스킬 MK108이 있다. 둘 다 기계식 키보드다. 특징이 다른 두 제품이라 섣불리 뭐가 더 낫다고는 못하겠다. 

▲ 사진=노연주 기자

겉모습부터 보자. 두 키보드 모두 잘생겼다. K68은 멋진 커세어 범선 앰블럼에, 올 레드 LED 라이트가 카리스마 넘친다. 데빌스킬은 둥근 키캡이 유니크하다. 옛날 타자기를 연상케 하는 레트로 타입이다. 취향 저격 당했다.

사람들이 저렴한 멤브레인 키보드 대신 돈 더주고 기계식 키보드를 사려는 이유는 뭘까? 모르긴 몰라도 아날로그 감성 때문일 거다. 둥근 키캡은 그런 감성을 한껏 끌어올려준다. 참고로 데빌스킬을 사면 여분 키캡을 준다. 둥근 게 싫다면 네모난 키캡으로 갈아치울 수 있다. 키캡 투인원(2-in-1)이다.

기계식 키보드에 처음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은 대개 타건 소리에 주목한다. 정확히는 타자기 소리를 원한다. 이런 소리는 청축 키스위치를 탑재한 키보드에서 난다. 내가 사용한 데빌스킬은 청축 기계식 키보드다. 둥근 키캡에 소리까지 타자기라니. 감성 자극 끝판왕이다.

특히 집에서 신나게 게임할 때 경쾌한 소리가 흥을 더해준다. 데빌스킬 키는 청축이기 때문. 반면 K68 레드에 장착된 체리 MX 적축 키스위치는 사무실에서 기계식 키보드의 키감을 즐기려는 이들에게는 좋겠다. 

‘기계식 키보드’라고 하면 또 뭐가 떠오르는가? 맞다. 화려한 LED 라이트. 커세어는 영롱한 LED 조명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기계식 키보드 입문자 관점에서 데빌스킬의 조명도 좋다. 

▲ 사진=노연주 기자

K68 레드는 이름처럼 붉은 빛을 낸다. 기계식 키보드의 명가이다 보니 독일식 MX 체리 스위치의 명성을 담아 빛을 내고 키감도 물론 명성이 높다. 그렇다. 이부분은 인정한다. 붉은색으로 왔다갔다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 하지만 데빌스킬은 여러 빛깔로 유저를 압도한다. 빨강, 보라, 초록, 파랑, 주황 등 무지개가 따로 없다. 알록달록 재미가 있다.

가장 중요한 쟁점이 남아있다. 가격 말이다. 어떤 물건이든 입문자는 처음부터 비싼 물건을 지르면 손해본다. 가격 문턱이 낮은 제품부터 시작해 사용 경험을 늘리는 게 우선이다. 더 알게 됐을 때 비로소 보이는 것이 있다. 그때 돈을 써도 늦지 않다.

K68은 10만원이 넘는다. 해피해킹 키보드 정도로 비싸진 않다. 기능은 뛰어나지만 자칫 생애 첫 기계식 키보드를 고르는 사람에겐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데빌스킬 MK108은? 4만원대에 불과하다. 첫 입문자라면 MK108을 택해 원하던 아날로그 감성도 챙기고 돈도 아끼는 건 어떨지. 사실 난 기계식 키보드의 정수를 보여주는 커세어를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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