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온 우주의 기온을 모아 사물과 대화를 나눴다. 사물인터뷰 35

배고픈 월요일 아침. 어디서 빵 굽는 냄새가 진동했다. 냄새가 나는 곳은 다름 아닌 우리 회사 회의실. 거기엔 토스트기(토스터) 둘이 있었다. 나, 토스트 하나 주면 안 되겠니?

 

플레이G – 안녕 토스트기들?

CTOV2103 – 딱 맞춰 왔네. 빵 구워놨으니 한입 먹어봐.

플레이G – 둘 다 생긴 게 예사롭지 않구나. 이름이 뭐야?

CTOV2103 – CTOV2103. 좀 어렵지? 드롱기 아이코나 빈티지 시리즈 토스터야. 드롱기는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브랜드!

TTM02 – TTM02. 내 이름도 쉽진 않네. 난 켄우드 출신이지. 케이믹스(kMix) 시리즈 토스터야. 켄우드? 요리사들은 다 아는 영국 브랜드지. 키친머신으로 유명해.

▲ TTM02(좌)와 CTOV2103(우). 사진=노연주 기자
▲ 사진=노연주 기자

플레이G – 둘 다 쟁쟁하구나. 빵 바삭한 거 보니까 자기 일들도 잘하는 듯하고.

CTOV2103 – 항상 열심히 구우려고 노력하지. 내 모습을 봐. 사람들이 편견 가지기 딱 좋은 얼굴이잖아. 외모만 믿고 나서는 토스터로. 사실 나한테 호감 보이는 사람들도 겉모습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은 듯해. 굽기 조절 다이얼 같은 빈티지 디테일이라든지 잘빠진 컬러에 혹해 눈독을 들이지.

플레이G – 굽기 조절 다이얼이란 게 체중계 눈금 같은 거 말이지? 그 옆에 버튼도 많네?

CTOV2103 – 체중계 눈금이라니. 그거 맞아. 그걸로 빵 굽는 정도를 6단계로 조절 가능하지. 취향에 맞게 조절하면 돼. 버튼 4개는 각각 재가열, 해동, 베이글, 취소 기능이야. 베이글? 빵 한쪽만 굽는 거야.

▲ TTM02. 출처-켄우드
▲ CTOV2103. 출처=드롱기

플레이G – 베이글 신기하네. 다른 기능은?

CTOV2103 – 음, 글쎄. 부스러기 받침대? 밑에 분리형 받침대가 있어서 빵 부스러기 치우기 쉽지. 깔끔하게 날 사용할 수 있다는. 빵 트레이도 있어서 편리하고. 바닥은 미끄럼 방지 처리를 해서 식탁이든 싱크대든 우뚝 서있을 수 있지.

플레이G – 케이믹스, 너는 장기가 뭐야?

TTM02 – 나도 얼굴?(웃음) 아이코나보다는 내가 영(Young)하지 않아? 영국 감성이지. 기능? ‘픽앤뷰’란 스킬이 있지. 빵을 굽는 도중에 레버를 들어올려 구운 정도를 바로 확인하는 스킬이야. 다른 토스터들 생각해봐. 믿고 맡겼더니 빵 태워먹잖아. 난 직접 확인하라고 굽는 중에도 빵 상태를 보여줄 수 있어!

플레이G – 유용하겠네.

TTM02 – 나도 그렇게 생각해. 빵 굽는 정도는 5단계로 조절 가능하지. 해동 기능은 나도 지원하고. 베이글은 패스. 패키지에 데우기 받침대가 있어서 식빵 말고 다른 빵도 데워 먹을 수 있어. 크로와상 같은 빵 말야. 분리형 부스러기 받침대 역시 나도 품고 있지. 켄우드만의 자랑거리 하나. 슈어그립! 레버나 버튼이 슈어그립 재질이라 그립감이 좋고 안정감 있게 조작이 가능해.

▲ TTM02(좌)와 CTOV2103(우). 사진=노연주 기자

플레이G – 다른 질문을 할게. 켄우드든 드롱기든 조금은 생소한데 소개 좀 더 해주면 안 돼?

CTOV2103 – 나 먼저 할까? 드롱기는 에스프레소 커피 머신 판매 세계 1위 회사야. 드롱기 그룹 자체는 1902년 문을 열었으니 100년이 넘었지. 이탈리아 드롱기 가족이 운영하는 소형 공방에 뿌리가 있어. 지금은 인수합병을 통해 30여개 자회사를 소유하고 있지. 전체 직원수는 5500여명! 장인정신을 유지하면서 지금까지도 잘 성장하고 있지.

TTM02 – 켄우드도 명성이 드롱기 못지 않아. 키친머신이랑 푸드 프로세서 부문 세계 1위거든. 기술력에다가 유행 안 타는 세련된 디자인까지, 인기가 없을 수 없지. 1947년 케네스 우드가 회사를 열었어. 벌써 70년 전이네. 사실 켄우드는 드롱기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지. 2001년에 드롱기 그룹이 켄우드를 인수했거든. 그러니 CTOV2103랑 나는 한 가족이야! 토스터 시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는 관계지.

플레이G – 어쩐지 친해 보이더라. 너넨 어떤 사람 만나고 싶어?

CTOV2103 – 빈티지한 멋을 아는 사람! 어제 만난 한국산 토스터가 그러더라. 한국 신혼부부들이 신혼집에 나 들여놓고 싶어서 난리라고. 한숨 쉬더군. 계속해서 ‘워너비 토스터’로 입지를 다지고 싶어. 빵도 잘 굽고,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손색없는.

TTM02 – 아침 안 먹고 다니는 자취하는 사람들. 나랑 같이 살면 아침에 빵이라도 먹을 수 있을 거잖아. 인테리어 효과는 덤이고. 빈티지보다는 톡톡 튀는 컬러풀한 나랑 아침을 힘차게 시작해보자! 혹시 주변에 자취하는 친구 있으면 날 선물해주는 건 어때?

플레이G – 선물? 그래서 너희 얼마야?

TTM02 – 인터넷 찾아보니 최저가 6만원대네. CTOV2103은 9만원대고. 어때? ‘유명 브랜드 토스터’란 편견을 깨는 가격 아닌지.

플레이G – ㅇㅈ(인정).

▲ 사진=노연주 기자

#POINT 둘 다 집에 하나씩 가져다 놓고 싶은 ‘예쁨주의’ 물건이다. 둘을 놓고 어느 토스트기가 더 예쁜지 논하는 건 무의미하다. 온전히 취향 문제일 테니. 둘 얘기를 듣고는 명품 브랜드 향수가 떠올랐다. 가방이나 의류보단 훨씬 저렴하면서 그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는 경제적인 방법 아닌가. 두 토스트기도 마찬가지다. 드롱기와 켄우드를 만나는 지름길 아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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