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브먼트 피니싱 작업 중인 장인의 손. 출처=예거 르쿨트르

기계식 시계에는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말이 있다. “이 시계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었길래 이렇게 비싸”란 말이다. 이 질문에 정답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장인정신이다. 40㎜ 안팎의 작은 케이스 안에 시간은 물론 다양한 기능까지 담아내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렇듯 숙련된 장인들만이 기계식 시계를 만드는 만큼 장인정신이야말로 기계식 시계, 더 나아가 럭셔리 워치 산업의 시작이자 중심이라 말할 수 있다.

▲ 파텍필립의 장인정신과 유산이 고스란히 담긴 박물관. 출처=파텍필립

파텍필립은 기계식 시계와 럭셔리 워치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브랜드다. 170년이 넘는 오랜 시간 동안 오로지 기계식 시계를 만들어온 만큼 이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만큼 장인정신을 강조하며 시계를 생산한다. 실제로 파텍필립 매뉴팩처에는 시계와 관련한 다양한 장인이 존재한다. 시계 기술자를 필두로 밴드 기술자, 에나멜 세공사, 인그레이버, 보석 세공사 등이 그들이다. 이 장인들은 분야를 막론하고 80개 이상의 특허는 물론 2009년부터는 파텍필립 자체 품질인증 마크인 파텍필립 실을 채택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덕분에 파텍필립의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빛을 발하고 있다.

파텍필립의 장인정신은 곧 기치와 희소성으로 이어졌다. “당신은 파텍필립을 소유한 것이 아닙니다. 다음 세대를 위해 잠시 맡아두고 있을 뿐입니다”란 파텍필립의 슬로건이 이를 증명한다. 대를 잇는 가치야말로 파텍필립이 진정 추구하는 바다. 또한 생산되는 모든 시계에는 파텍필립의 인하우스 무브먼트가 탑재된다. 생산하는 시계의 개수 역시 주목해야 한다. 모델별로는 적게는 10점 많게는 100점 안팎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시계는 최근 의미를 알 수 없는 한정판 시계들과는 격이 다르다.

사후관리 역시 확실하다. 유지 관리는 물론 필요에 따라서 복원 역시 가능하다. 물론 이러한 과정 모두 장인들이 지휘한다. 특히 국내와 달리 빈티지 시계 시장이 활발한 외국의 경우 복원과 관련한 일의 중요도는 상상 이상이다. 특히 빈티지 파텍필립의 가치가 높은 만큼 숙련된 기술자가 아니면 자칫 시계의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런 리스크를 최소화한 덕에 파텍필립은 매년 개최되는 시계 경매에서 최고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브랜드의 창립자인 앙토니 노르베르트 드 파텍과 장-아드리앙 필립은 장인정신을 제1의 가치로 내세웠다. 이를 계승하기 위해 파텍필립의 경영진은 4대를 이어오며 독립 시계 제조사를 고집하고 있다. 거대 자본인 리치몬트 그룹과 스와치 그룹에 속하지 않은 채 파텍필립은 장인정신을 앞세워 자신들만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 예거 르쿨트르의 헤리티지 갤러리에 하이라이트인 칼리버 월. 출처=예거 르쿨트르

‘1262 & 400’ 예거 르쿨트르가 지금까지 만든 인하우스 무브먼트의 개수와 획득한 특허권의 수다. 1833년 매뉴팩처의 문을 연 이후로 1000개가 넘는 무브먼트를 만들었다. 덕분에 400건의 특허는 자연스레 따라왔다. 이 숫자는 예거 르쿨트르의 장인정신을 입증하는 숫자이기도 하다. 이를 기념이라도 하듯 예거 르쿨트르의 헤리티지 갤러리에는 칼리버 월이라는 독특한 구조물이 있다. 1262개 중 340개의 칼리버로 만든 나선형 계단이 그것인데 이는 브랜드가 추구하고자 하는 바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예거 르쿨트르의 매뉴팩처는 꽤나 세분화돼 있다. 이 가운데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크숍이란 곳은 말 그대로 하이 컴플리케이션을 탑재한 시계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듀오미터 컬렉션을 비롯해 퀀템 퍼페추얼 미닛 리피터 투르비옹, 그랑 쏘네리, 리베르소 자이로 투르비옹 등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높은 수준의 기술을 요구하는 만큼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크숍은 장인들의 주요 작업실이 된다. 특히 한 명의 장인이 시계 하나의 시작과 끝을 담당하는 점이 눈에 띈다. 사후관리 역시 담당 워치 메이커가 진행한다. 이곳을 총괄하는 워치 메이커 크리스찬 로랑은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크숍에서만 44년의 경력을 자랑한다.

하이 컴플리케이션 워크숍이 테크니컬한 공간이었다면 아뜰리에 메티에 다르는 예술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주로 보석 세팅, 에나멜링, 인그레이빙이 이뤄지는 이곳은 매뉴팩처 내에서도 가장 섬세한 공간으로 꼽힌다. 주로 케이스와 다이얼 위에서 하는 작업을 맡고 있는 아뜰리에 메티에 다르의 장인들은 경험을 통해 기술을 익혔다고 말한다. 오랜 시간 동안 경험하며 얻은 감은 기계조차 따라오지 못하는 경지에 올랐다. 덕분에 예거 르쿨트르의 시계는 기계적인 모습과 작품에 가까운 완성도를 갖추게 됐다. 이밖에도 매뉴팩처에는 무브먼트 부품 제조실, 데코레이션 룸, 케이스 제작 등 다양한 분야의 장인들이 상주하며 예거 르쿨트르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 시계사관학교라 불리는 알프레드 헬빅 워치메이킹 스쿨. 출처=글라슈테 오리지날

앞서 언급한 사례가 장인정신이 워치 브랜드 내에서 발휘되고 있는 것이었다면 지금의 사례는 장인정신의 계승을 위한 것이다. 대부분의 럭셔리 워치 브랜드들은 다음 세대에도 기계식 시계의 유산이 고스란히 이어지길 바라며 ‘시계사관학교’를 운영한다. 시계 제작에 관심이 있거나 재주를 보이는 이들을 모아 별도의 교육을 실시하는 것인데 이런 선두에 있는 브랜드는 다름 아닌 독일 출신의 글라슈테 오리지날이다. 이들은 ‘알프레드 헬빅 워치메이킹 스쿨’을 운영 중이다. 글라슈테 출신이자 플라잉 투르비옹의 창시자인 알프레드 헬빅의 이름을 딴 이 학교는 2001년부터 매년 20여명의 예비 장인을 선발해 워치메이커와 툴 메이커로 육성하고 있다. 알프레드 헬빅 워치메이킹 스쿨은 올해도 어김없이 21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모든 졸업생은 글라슈테 오리지날의 각 부서에서 이미 근무를 시작했다.

매년 5월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런던 크래프트는 장인정신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다. 시계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장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그들의 재능과 기술을 마음껏 경험해볼 수 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이런 뜻 깊은 행사의 공동 창립자이자 후원사로 활약하고 있다. 물론 런던 크래프트 내에서 바쉐론 콘스탄틴의 인그레이빙 장인과 워치메이킹 장인을 만날 수 있다.

럭셔리 워치 브랜드들은 이런 안팎의 노력으로 장인정신을 계승 발전했다. 덕분에 기계식 시계 산업 존폐를 논하던 쿼츠 파동과 스마트 워치의 거센 도전을 유유히 빠져나왔다. 다시 말해 장인정신은 기계식 시계와 궤를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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