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대가 워렌 버핏이 강조하는 ‘경제적 해자(垓字)’(Economic Moats)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기업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의존할 수 있는 것은 과거의 데이터다. 그러나 과거 데이터가 미래를 보장하진 않는다. 과거의 데이터 중 기업의 성향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항목이 있다. 바로 ‘재무비율’이다.

1000억원을 벌어 500억원을 쓰고, 2000억원을 벌어 1000억원을 쓰는 등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일정비율로 재무를 관리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정반대의 기업도 공존한다. 동양·STX그룹은 부도 몇 해 전부터 재무비율의 변동성이 높아지는 등 ‘정반대’의 대표적인 기업들이었다.

오래 살아남는 기업은 이유가 있다. 이들 기업의 특징은 어떠한 경제 환경과 마주해도 그에 맞는 투자 혹은 관리를 통해 적응했다는 것이다. 결과는 지나간 기록에 남아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는 말이 있듯이 지금 이 순간에도 결과는 계속 기록되고 있다.

<이코노믹리뷰>는 이 기록들을 다시 되돌아보고 투자자입장에서 실속을 차릴 수 있는 '체리피커식' 투자기법은 무엇인지 기업재무비율 지표를 만들어 추적했다. 상장사들의 재무비율변동 관련 내용은 일부 증권사 연구원, 로보어드바이저 등 핀테크업체 관계자들의 조언을 통해 다듬어졌으며 특히 최적·단순화하는 과정에서 강현기 동부증권 연구원에게 많은 조언을 받았다. <편집자주>

LG화학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726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8.7% 성장했다. 이는 시장기대치였던 6814억원을 6.7% 상회하는 ‘어닝서프라이즈’다.

본질적으로 LG화학의 저력은 NCC(납사분해공장, 기초소재 부문)로 매출액의 약 70%에 달한다. 심지어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기초소재부문이 여타 부분의 적자로 전체 영업이익을 넘어서기도 한다.

그러나 향후 주목할만한 부분으로는 전지부문이 꼽힌다. LG화학의 2분기 전지부문은 흑자전환(영업이익 80억원)했으며 향후에도 소형전지와 전기차의 신제품 출시, ESS(에너지저장시스템) 부문이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흑자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현재 LG화학은 국내 대표 화학회사로 캐시카우(cash cow)인 기초소재 부문이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 성장동력인 전지와 바이오 부문에서도 성과를 내기 시작,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에 LG화학은 어떻게 보답할까.

▲ LG화학 영업이익률 추이와 평균(빨간선) [출처:이코노믹리뷰, 와이즈에프앤]

LG화학은 놀라울 정도로 재무비율의 항상성을 유지한다.(재무비율=기업체리피커 1편 참고) 지난 2013~2016년 동안 국제유가 급락,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이 기간 동안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평균 170%대를 유지했고 부채비율도 40% 중반을 지키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LG화학의 재무구조가 건전한 이유는 단연 수익성 관리를 빼놓을 수 없다. LG화학의 2003~2016년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의 평균은 9.49%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 표준편차는 2.57%포인트로 영업이익률의 항상성이 상당히 잘 유지됐다.

이뿐만 아니라 이 기간 동안 총자산회전율(매출액/총자산)은 137%인데 총자산회전율의 표준편차는 17.9%포인트에 불과하다. 총자산을 초과하는 매출액을 지속적으로 올리고 있음은 물론 전체 규모가 늘어나는 중에도 그에 걸맞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는 뜻이다.

▲ LG화학 매출액 및 총자산 추익(단위: 십억원) [출처:이코노믹리뷰, 와이즈에프앤]

수치로 본 LG화학 경영진의 위기관리 능력

지난 2003년 LG화학의 총자산은 5조8352억원에서 2016년 20조4871억원으로 3.5배 늘어나는 상황에서 총자산회전율이 견고함을 유지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이 기간 동안 매출액은 6조8974억원에서 20조6593억원으로 3배 증가해 총자산 증가율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측정기간 동안 LG화학의 매출액 증가율이 총자산 증가율보다 낮았던 것은 총자산회전율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50%대가 무너지고 2016년에는 100%를 간신히 유지한 데서 확인할 수 있다. 즉, 총자산의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지난 2014년 영업이익률이 5.81%를 기록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 2015년 9.02%, 2016년 9.64%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LG화학은 지난해 LG생명과학과 합병했다. 최근 전지 부문의 성장도 기대되고 있지만 거대해진 덩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명과학 부문의 선전이 뒷받침돼야 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LG화학과 LG생명과학의 합병은 자산효율성과도 연관이 있으며 이런 부분은 긍정적요인”이라면서도 “하반기 LG화학의 바이오부문은 계절적요인으로 인해 큰 기대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선 NCC부문이 든든히 받쳐주는 상황에서 전지 부문의 빠른 실적 개선이 시현된다면 자산효율성 및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적절한 타이밍에 살아나 준 배터리사업 

LG화학의 자산효율성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LG화학과 LG생명과학의 합병이 총자산활용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바이오 부문보다 전지 부문의 실적 개선이 기업가치에 중요하다는 뜻인데 LG화학은 현재 이런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한편, LG화학의 2003~2016년 총자산영업활동현금흐름(영업활동현금흐름/총자산)은 평균 14.26%, 표준편차는 3.77%포인트로 이 역시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의 실적은 NCC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그러나 LG화학은 여타 화학기업대비 다양한 사업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게 된 원인은 LG화학이 걸어온 길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LG화학은 1947년 락희화학공업사로 출발해 1974년 럭키로 상호를 변경한 이후 1995년에 현재의 LG화학이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럭키는 현재의 LG화학의 사업포트폴리오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으며 현재의 석유화학보다는 생활화학 분야가 주력이었다. 마치 ‘럭키 치약’이 두 개의 단어가 아닌 하나의 단어로 인식될 정도로 우리 생활 전반에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러나 ‘럭키’가 ‘LG화학’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면 LG화학은 여수 PVC 공장·울산 플라스틱 가공 공장을 준공하고 한국종합화학의 나주 공장을 인수하는 등 이미 석유화학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있었다.

이어 1999년에는 정보전자소재 공장, 청주 2차전지 공장 등을 세우며 현재의 먹거리 사업을 미리 준비하기 시작했다. 2001년에는 기업분할을 통해 지주사 LG와 LG생활건강을 분사시켜 지주사 전환을 대비했고 동시에 중국으로 본격진출하면서 매출처를 다변화했다.

즉, 기존 사업을 영위한 채 지속적으로 투자를 하면서 미래를 대비해 온 것이다. 이를 통해 LG화학은 다양한 사업을 경험할 수 있었고 경험에서 얻어진 노하우와 기술력은 LG화학의 중심이자 상징이 돼 버렸다.

LG화학이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고 팜한농을 인수해 생명과학과 농화학 분야에 진출하는 것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일이다. 또 다양한 사업분야를 영위하는 만큼 수익구조가 안정돼 기업가치에도 긍정적이다.

▲ LG화학 재고자산 및 총자산 추익(단위: 십억원) [출처:이코노믹리뷰, 와이즈에프앤]

'운칠기삼? LG화학'..."한발 앞 선 사업다각화, 재고관리 능력 평가받아야" 

사업구조가 다각화할수록 중요한 것은 바로 재고관리다. 재고관리는 해당 사업에 대한 ‘전망’을 내포하고 있는 만큼 재고관리가 잘되는 기업은 수요예측에 있어서 탁월하다는 것이다. 물론 LG화학도 단기적 측면에서 재고가 다소 늘어난 적이 있다. 그러나 저가로 빠르게 재고를 처리해 특유의 재고관리능력을 보여줬다.

LG화학의 2003~2016년 총자산대비 재고자산 비율(재고자산/총자산)은 평균 14.37%, 표준편차는 3.08%포인트다. 총자산대비 재고자산 비율의 평균대비 변동성(표준편차)이 월등히 낮다는 점은 LG화학의 재고관리 능력이 뛰어남을 나타낸다. 또 매출액대비 재고자산 비율은 같은 기간 평균 10.65%, 표준편차는 1.8%포인트로 이 역시 상당하다.

▲ LG화학 재고자산 및 매출액 추익(단위: 십억원) [출처:이코노믹리뷰, 와이즈에프앤]

투자자들은 LG화학에 대해 “2차 전지와 생명과학 부문이 성장할 것”이라는 점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미래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LG화학은 어떠한 사업포트폴리오라도 ‘과거’의 기록처럼 미래에도 ‘항상성’을 유지할 것이란 점이 비교적 ‘확실한’ 기대요인이라 할 수 있다. 설령 2차 전지와 생명과학 부문에서 예상보다 저조한 실적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충분히 컨트롤하고 새롭게 변화할 수 있는 LG화학만의 능력을 말한다. LG화학은 경제적 해자(垓字)로 불리기에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