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대가 워렌 버핏이 강조하는 ‘경제적 해자(垓字)’(Economic Moats)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기업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의존할 수 있는 것은 과거의 데이터다. 그러나 과거 데이터가 미래를 보장하진 않는다. 과거의 데이터 중 기업의 성향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항목이 있다. 바로 ‘재무비율’이다.

1000억원을 벌어 500억원을 쓰고, 2000억원을 벌어 1000억원을 쓰는 등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일정비율로 재무를 관리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정반대의 기업도 공존한다. 동양·STX그룹은 부도 몇 해 전부터 재무비율의 변동성이 높아지는 등 ‘정반대’의 대표적인 기업들이었다.

오래 살아남는 기업은 이유가 있다. 이들 기업의 특징은 어떠한 경제 환경과 마주해도 그에 맞는 투자 혹은 관리를 통해 적응했다는 것이다. 결과는 지나간 기록에 남아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는 말이 있듯이 지금 이 순간에도 결과는 계속 기록되고 있다.

<이코노믹리뷰>는 이 기록들을 다시 되돌아보고 투자자입장에서 실속을 차릴 수 있는 '체리피커식' 투자기법은 무엇인지 기업재무비율 지표를 만들어 추적했다. 상장사들의 재무비율변동 관련 내용은 일부 증권사 연구원, 로보어드바이저 등 핀테크업체 관계자들의 조언을 통해 다듬어졌으며 특히 최적·단순화하는 과정에서 강현기 동부증권 연구원에게 많은 조언을 받았다. <편집자주>

지난 2분기 (주)두산의 영업이익은 3890억원, 매출액은 4조588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27.0%, 7.9% 증가했다. 위기설이 난무하던 두산그룹이 깜짝 실적을 올린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두산그룹은 ‘위기’에 몰렸던 것일까. 물론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지난 3년간 두산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해 2015년무려  1조7008억원였던 적자에서 1년만인 2016년 504억원 흑자로 반등에 성공했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이 기간 동안 유동비율(유동자산/유동부채)은 낮아지고 부채비율(총부채/총자본)은 높아지는 등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두산그룹은 현재 중공업, 플랜트 사업이 아닌 기술소재, 정보유통, 생활문화 사업 등을 영위하고 있었다. 코카콜라를 유통했던 두산음료, OB맥주 등이 두산그룹의 주력 사업일 정도로 소비재 기업에 더욱 가까웠다.

변신을 시작했던 1990년대 두산을 떠올려보자. 지난 1991년 두산그룹 계열사였던 두산전자의 ‘낙동강 페놀 유출사건’이 발생하면서 두산그룹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적도 있다. 특히 소비재기업에 있어서 이미지는 상당히 중요한 만큼 두산은 변화가 필요했으며 실제 중공업, 플랜트 기업으로 사업구조전환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두 가지의 시선이 엇갈린다. 소비재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만큼 B2B(기업대상 사업)사업으로 전환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것과 1995년 창립 100주년을 기념으로 다음 100년 경영활동의 근간을 마련하기 위한 혁신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정확히 맞다고 단언할 수 없지만 2000년 이후 두산그룹 성장이 더욱 가팔랐다는 것은 사실이다.

두산그룹은 2001년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 2003년 고려산업개발(현 두산건설), 2005년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등을 인수한데 이어 2006년부터는 밥캣(현 두산밥캣) 인수를 시작으로 2008년 독일 물류장비업체인 ATL, 2012년 영국 수처리 업체 엔퓨어를 차례로 인수했으며 2014년에는 연료전지 전문기업인 (주)두산 퓨어셀을 설립해 미래 먹거리도 마련하기 시작했다.

구조조정이 시작된 이후에도 2015년 영국의 지게차 판매·렌탈업체 러시리프트를 인수하고 2016년에는 두산타워 면세점 개장, 두산중공업의 원에너지시스템즈(현 두산그리드텍)를 품에 안으며 끊임없이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 두산 매출액/총자산 추이 [출처:이코노믹리뷰, 와이즈에프앤]

두산은 2000년대 들어 B2C(소비자대상 기업)에서 B2B기업으로 변신했다. 두산이 중공업 중심 기업으로 탈바꿈한이후 실적을 기준으로 재무비율을 살펴봤다. 

지난 2000년부터 2016년까지 (주)두산의 총자산대비 매출액 평균은 72.40%이며 총자산대비 매출액 평균의 표준편차(각 변수가 평균으로부터 떨어져 있는 정도)는 12.77%포인트로 총자산대비 매출액 비중은 다소 낮지만 변동성(표준편차)이 비교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즉 두산은 2000~2016년 총자산대비 매출액 평균치가 59.63~85.17%안에 있었다는 것으로 이는 다른기업과 비교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했다는 의미다.  두산의 성장가치를 평가할 때 우려할만한 변화는 없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기간 매출액대비 영업이익의 평균은 5.27%, 매출액대비 영업이익의 표준편차는 2.43%포인트로 영업이익의 변동성(2.84~7.70사이에 형성)도 반드시 ‘나쁘다’라고 표현할 수는 없는 수준이다.

다만 2000년에서 2016년 매출액 증가율 평균은 43.48%, 매출액 증가율의 표준편차는 131.3%포인트로 매출액 변동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같은 기간 총자산대비 영업활동현금흐름의 평균은 3.40%로 영업이익률 평균(5.27%)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총자산대비 영업활동현금흐름의 표준편차는 2.69%로 평균대비 다소 높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다소 불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공업부문'...두산의 '계륵(鷄肋)'으로 전락?  

두산그룹은 밥캣 인수 후 발생한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다. 그렇다면 두산그룹은 금융위기 전과 이후 얼마나 달라졌을까.

(주)두산의 총자산대비 매출액은 평균이 2000~2007년 80.47%, 표준편차 13.1%에서 2008~2016년에는 각각 65.23%, 6.81%포인트를 기록해 두산의 총자산활용능력은 떨어졌으나 총자산대비 매출액 변동성은 오히려 낮아졌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불안하다면 총자산활용능력이 낮아짐은 물론 총자산대비 매출액 변동성도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나 오히려 반대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한편, 두산그룹의 매출액대비 영업이익률 평균은 2000~2007년 5.66%, 표준편차는 2.1%포인트인데 비해 2008~2016년에는 각각 4.92%, 2.63%포인트로 영업이익률은 낮아지고 변동성은 증가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 (주)두산 영업이익 및 영업활동현금흐름 비교 [출처:이코노믹리뷰, 와이즈에프앤]

우려스러운 점은 2000~2007년 총자산대비 영업활동현금흐름 평균이 5.23%, 표준편차는 2.13%포인트에서 2008~2016년 각각 1.78%, 2.01%포인트로 총자산대비 영업활동현금흐름의 변동성이 평균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부채부담으로 인한 이자지금이 급격히 늘어난 결과다. 한마디로 금융위기 이후 사세를 더욱 확장했지만 매출액이 증가하지 않으면서 부채부담에 따른 이자지급 등을 견디지 못한 것이다.

(주)두산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대비 17.4% 오른 6548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789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운전자본이 9883억원 늘어나면서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규모가 커질수록 운전자본도 늘어나기 마련이지만 매출액 혹은 총자산 대비로도 운전자본 규모의 확대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2000년을 기점으로 두산그룹의 사업구조가 달라졌다면 2008년 금융위기를 기점으로는 두산의 수익성이 달라졌다는 알 수 있다. ‘21세기의 두산’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기 위해선 매출이 증가하는 것뿐이다.

현재 두산그룹의 전체의 사업구조는 경기변동 및 업황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쉽사리 전망을 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근 시장이 두산그룹에 기대하는 요인은 자체사업인 전자부품, 모트롤, 산업차량 부문 실적이다. 다만 이 부문이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낙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또 다른 기대요인으로는 연료전지 사업부문이 꼽힌다. 2014년 퓨어셀 파워와 미국의 클리어엣지파워 인수로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사업의 대부분을 수주해 선도하고 있다.

▲ 두산의 주가만 상승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출처:한국거래소]

최근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중공업의 주가는 하락하고 있는데 반해 (주)두산의 주가는 오히려 상승중이다. 계열사간 재무연계가 강한 두산그룹의 특성상 계열사들의 주가 부진은 (주)두산의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야 하지만 다른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계열사들의 부진이 지속되는 반면 (주)두산의 자체사업이 성장할 경우 ‘두산 중공업부문 ’은 두산그룹에 있어서 역사상 ‘최악의 실수’로 기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실적 턴어라운드에 이은 성장 또는 유동성위기의 기로에 직면해 있다. 두산그룹의 중공업부문 관리능력은 다소 떨어졌으나 다시 변화하는 모습에서 어떤 능력을 보여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용어설명 및 평가기준(동종업계 비교시 더 유효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