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오늘의 매치업 - 리오나인 Q7 vs 리오나인 X1

리오나인 Q7 "12버튼 이하는 마우스 아니야"

좋은 게이밍 마우스란 뭘까. 무얼 중시하느냐에 따라 판단일 갈릴 거다. 철학 문제란 뜻이다. 내 생각은 분명하다. 게이밍 마우스는 게이머가 플레이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이게 우리 일이다. 불가능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 좋은 게이밍 마우스의 제1조건 아닐지.

난 리오나인 Q7이다. ‘리오나인? 뭔 듣보잡이지?’ 이렇게 생각할지 모른다. 사실 리오나인은 주연테크의 게이밍 브랜드다. 리오나인을 몰라도 주연테크는 알지 않나. 그마저도 모르겠다면 서운하고. 어쨌든 난 리오나인 최상위 클래스 게이밍 마우스다. 다른 모델도 하나 있는데 내가 위다.

▲ 사진=노연주 기자

‘더 좋은’ 게이밍 마우스는 어떻게 구별하는가. 한계 돌파를 위한 스펙을 어느 수준으로 갖추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게이머가 장비 때문에 한계에 직면하는 일이 없어야 한단 얘기다. 최대 DPI 설정값이라든지 몸에 달린 버튼 수가 충분할수록 좋다.

실명 거론하는 게 조심스럽지만 이런 측면을 따져보면 X1은 내 상대가 안 된다. 마우스감도는 X1이 9800DPI가 최대치인 반면 난 1만4400DPI까지 설정할 수 있다. 스포츠카로 따지면 최고 속도가 더 빠르단 얘기다. 저감도 유저는 물론 초고감도 유저까지 만족할 스펙이다.

▲ 사진=노연주 기자

난 DPI 조절 버튼으로 감도를 6단계로 설정 가능하다. X1은 4단계가 끝이다. 버튼도 내가 더 많다. 내 몸엔 튜닝 가능한 12개 버튼이 달렸다. 마이크로 컨트롤을 가능케 할 조건이다. X1은? 고작 6버튼이다. 6버튼이 적은 건 아니지만 다른 게이밍 마우스와 변별력이 없는 정도다.

심지어 무게추 옵션도 X1은 내게 못 미친다. 무게추는 고급 게이밍 기어가 지원하는 무게 조절 옵션이다. 게이머는 무게추를 활용해 제품 무게를 조절할 수 있다. X1을 영입하면 4g 짜리 무게추 3개가 주어진다. 난 5g짜리 무게추 5개이니 조절 범위가 더 넓다. X1은 무게추를 육각렌치로 탈부착해야 하니 번거롭다. 난 손으로 끼워넣고 빼면 된다.

▲ 사진=노연주 기자

디자인? 어떻게 내가 더 잘생겼다고 스스로 말할 수 있겠나. 안면 비대칭인 X1은 방패를 닮았다. 사자가 그려진 방패라니. 왠지 모순적이다. DPI 조절 버튼에 그려진 조잡한 이미지도 자꾸 눈에 밟힌다. 디자인이야 취향의 영역이니 보고 판단해주시길.

이제 와서 이런 말 하긴 늦었나 모르겠지만 우리끼리 싸워야 하나 의문이다. 자괴감이 든다. 리오나인 마우스라곤 둘뿐인데. X1아, 미안한데 한마디만 더할게. 누가 봐도 내가 더 잘난 마우스 같은데 가격이 별 차이 없다는 건 어떻게 설명할 건데?

 

리오나인 X1 "그립감과 직관성 갖춰야 좋은 마우스"

게이밍 마우스 철학이라. 마우스가 자기 생각을 너무 내세우는 건 옳지 않다. 그게 게이머 생각과는 다를 수 있으니. 게이머 생각을 기준점으로 삼는 유저 마인드가 필요하다. 누군가의 인생 마우스가 되고 싶다면 그래야 한다.

게이머들은 인생 마우스의 조건이 뭐라고 생각할까. 아직 많은 유저와 이야기를 나눠본 건 아니지만 공통분모가 분명 존재한다는 정도는 안다. 그립감. 그들은 그립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맞춤 제작한 것처럼 자기 손에 착 감겨야 최상의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 사진=노연주 기자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좋은 게이밍 마우스는 그립감이 뛰어나야 한다고. 그립감이란 게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 문제다. A라는 마우스가 누구 손엔 최상의 그립감을 선사하더라도, 다른 사람한텐 최악일 수 있다. 물론 다수에게 그립감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마우스는 따로 존재할 수 있다.

내가 그런 마우스다. 그런 마우스이고 싶다. 아직 ‘그립감’ 하면 ‘리오나인 X1’이 아니란 건 알고 있다. 그렇지만 날 사용해본 사람들은 그립감이 좋다고들 말한다. 게이머들이 얼마나 냉정한 존재들인가. 빗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사진=노연주 기자

난 오른손잡이에 맞춘 비대칭 형태다. 그립감을 고려한 인체공학적 설계다. 슬슬 Q7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다. Q7의 그립감? 난 마우스라 손이 없어 쥐어보진 못했다. 이론적으로 그건 안다. Q7 같은 대칭형 제품이 왼손 유저까지 커버할 순 있지만 두쪽 다 최상의 그립감을 주진 못한다는 것을. 비대칭 헤어스타일은 유행이 지났지만 적어도 마우스 쪽에선 유행이 아닌 표준이 아닐지.

한계 극복을 도와야 한다고? 맞는 말이다. 다만 버튼이 많고 스펙 수치가 높다고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선 게이밍이 직관적이어야 하는데 Q7은 너무 복잡하단 생각이 든다. 좌측에 두드러기처럼 버튼이 잔뜩 있다. 어떤 버튼을 눌러야 할지 고민하다가 오히려 컨트롤 미스가 발생하지 않을까?

유명 게이밍 마우스들이 나와 같이 6버튼인 이유는 분명 있는 법이다. 참고로 Q7은 12버튼 마우스다. 버튼이 많아야 유리한 게임 장르가 있긴 하다. 게임을 직접 해보진 않아 모르겠지만 일부 RPG(역할수행게임)가 그런 걸로 알고 있다. 요즘 대세 ‘배틀그라운드’나 곧 새 시즌이 시작하는 ‘오버워치’ 같은 FPS(1인칭 슈팅게임)는? 순발력 있는 직관적인 컨트롤을 요구하는 장르이니 단연 내가 유리하지 않겠나.

▲ 사진=노연주 기자

1만4400DPI라는 수치는 처음 보면 경이롭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오버스펙이란 걸 알 수 있다. 게이머들이 감도를 이렇게까지 높여 게임을 할지 의문이다. 외계인이라면 모를까. 게임계 호날두나 메시 같은 존재라든지. 어쨌든 자동차가 300km/h로 내달릴 수 있으면 뭐하나. 실제 도로에선 한참 밑인 속도 제한이 있는데.

가격이 비슷하다고? 굳이 따지자면 Q7은 5만원대고 난 4만원대다. 분명 차이난다. 사람들은 굳이 필요없어도 뭔가를 덤으로 싸게 준다고 하면 괜히 돈을 쓰는 경향이 있다. 오버스펙에 내겐 필요없는 다닥다닥한 버튼들. 차라리 몇천원이라도 아끼는 게 낫지 않은지? Q7보단 내가 합리적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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