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유튜브

“누가 뭐라든 나의 애국은 죄가 없다. 나는 중국인이다.”

중국 영화사상 역대 최고 흥행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전랑(戰狼·늑대 전사) 2’의 감독 겸 주연배우인 우징(吳京)이 최근 한 연예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영국 BBC가 이달 초, 중국 내 ‘전랑 2’의 인기에 대해 “민족주의만 가득한 액션영화가 중국시장을 석권했다”고 비판한 데 대한 반박이었다. 웨이보와 시나왕 등 사이버 공간에선 그의 발언에 수천개의 지지글이 이어졌다.

요즘 중국에선 어딜 가도 ‘전랑 2’의 인기가 화제이다. 예매율은 80%를 훌쩍 넘어 2위와 무려 10배 이상 차이가 나고, 상영관 점유율은 역대 최고인 60%에 달한다. 개봉 12일만에 중국 영화사상 최초로 관객 1억명을 돌파했다.

‘전랑 2’는 전직 특수부대원 렁펑이 애인의 죽음을 계기로 아프리카 내전 국가에 홀로 들어가 난민과 중국인들을 구출하는 내용의 단순한 오락영화이다. 베트남을 무대로 액션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이 일당백의 영웅으로 나오는 미국 영화 ‘람보’의 중국판에 가깝다.

사실 ‘전랑 2’는 이른 바 ‘국뽕’ 영화다. 이 영화의 흥행 대박은 시종 일관 중화민족주의와 애국심에 호소한 결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영웅주의 영화이지만 곳곳에 중국인의 자존심을 부추기고 중국의 시각에서 서방의 패권주의와 가치관을 반박하는 장치들이 포진해 있다.

이 영화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미래 청사진으로 내건 중국몽(中國夢)을 시종일관 자극한다는 점에서 철저히 정치적이기도 하다. 인민해방군 건군 90주년(8월 1일)을 목전에 두고 개봉했고, 신형무기가 총동원된 전투장면은 군사 굴기(堀起)를 연상시킨다.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 중화민족주의를 애국심으로 치환시키는 시진핑의 전략은 지난해 중국인 해외 유학생의 귀국 비율이 83%로 10년 전보다 10% 포인트 이상 높아진 것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1월 베이징에서 개최된 전국 과학기술 시상식에서, 렌 시아오빈(Ren Xiaobin)과 그의 동료들이 중국 최고권위의 과학 기술상인 ‘2016 전국 자연과학 어워드’ 2등 상을 수상했다.   .

렌은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이 중국에서 과학 연구를 하기 위한 최적기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이라는 큰 무대에서 더 많은 기회와 성장의 여지가 많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우리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더 나은 삶을 위해 기여하겠습니다.”

렌이 겨우 9년 만에 무에서 그런 성과를 내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기술인력 1000명 확보 프로그램’(1000人 계획)으로 불리는 ‘글로벌 전문가 충원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렌은 일본에서 돌아와 시안(西安)교통대학에서 프런티어 과학기술 연구소를 세우고 젊은 대학생들을 이끌고 지능 재료(intelligent material)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렌은 중국으로 돌아오는 많은 유학파 중의 한 명에 불과하다. 2008년에 이 프로그램이 도입된 이후, 4만명 이상의 고급 기술 인력이 조국 중국으로 돌아와 일자리를 찾았다.

▲ 출처= China Daily

대학 교수급 인력의 컴백은 1978년에서부터 2008년까지 30년 동안에 돌아온 인원의 20배가 넘어, 중국 건국 이래 최대의 해외 인력 귀환 물결이 일고 있다.

시진핑 국가 주석은 ‘서구 유학 귀환 학자 협회’(Western Returned Scholars Association) 창설 100주년 기념 행사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중국 민족의 위대한 부활이라는 꿈의 실현에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와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기술 인력들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도 목말라 있습니다.”

이 협회의 왕 후이야오(Wang Huiyao) 부회장은 “대부분의 중국인 유학파들은 조국으로 돌아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국력이 강해지면서, 해외 유학에서 돌아오는 사람 대비 해외 유학을 나가는 사람 수의 비율은 2006년 3.13:1에서 2015년에 1.28:1로 크게 떨어졌다. 돌아오고 있는 기술 인력들이 전에 없던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주요 국가 연구 프로젝트에 종사하는 핵심 인력의 70% 이상이 해외에서 돌아온 유학파들이다. 중국 과학원(Chinese Academy of Sciences)과 중국 공정원(China Academy of Engineering)의 학자 대부분도 해외 유학에서 돌아온 사람들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5년 이내에 중국이 최대 두뇌 유출국에서 최고의 두뇌 귀환국으로 바뀔 것이라고 추정한다.

유학파들이 귀국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연구 환경의 변화다.

샤오 펭(Shao Feng)은 베이징의 국립 생물 과학원의 자신의 이름을 딴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다. 그의 연구소에서 두 달 전에 발표했던 연구 논문은 세계적 의학 잡지인 네이처 마이크로바이올로지(Nature Microbiology)誌에 실려 생명 과학 분야의 새로운 돌파구를 열었다.

샤오는 성공 요인을 자신의 연구소가 국제 과학 연구원과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 연구소의 전통적 운영 방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예산 보고서나 평가 표준 같은 제한을 획기적으로 타파했다는 것이다.

연구원들에게 우호적인 정책, 하이테크 산업의 폭발적 증가, 혁신적인 분위기, 지속적인 투자 등이 더 많은 해외 유학파 학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현재 중국에는 해외 유학파 귀환자의 ‘파이오니어 파크’(pioneer park)가 300개 운영되고 있고, 여기에 2만 4000개의 기업들이 입주해 있으며, 약 2만 4000명의 귀환 유학파들이 고용되어 있다.

올해 30세인 주 시앙(Zhu Xiang)은 프랑스의 한 연구소의 제안을 거절하고 중국에서 자기 사업을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이 왜 돌아왔느냐고 묻습니다. 제 대답은 간단하지요. ‘저는 아직 어리고 제 꿈을 실현하고 싶어서’라고 대답합니다.”

주 시앙은 친구들과 함께 칭화대학(清华大学) 창업 센터에서 모바일 메디컬 플랫폼 회사를 만들었고, 지금은 수 백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이 해외 유학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자신의 열망을 실현할 훌륭한 기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