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강조하는 ‘경제적 해자(垓字·Economic Moats)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기업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의존할 수 있는 것은 과거의 데이터다. 그러나 과거 데이터가 미래를 보장하진 않는다. 과거의 데이터 중 기업의 성향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항목이 있다. 바로 ‘재무비율’이다.

1000억원을 벌어 500억원을 쓰고, 2000억원을 벌어 1000억원을 쓰는 등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일정비율로 재무를 관리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정반대의 기업도 공존한다. 동양·STX그룹은 부도 몇 해 전부터 재무비율의 변동성이 높아지는 등 ‘정반대’의 대표적인 기업들이었다.

오래 살아남는 기업은 이유가 있다. 이들 기업의 특징은 어떠한 경제 환경과 마주해도 그에 맞는 투자 혹은 관리를 통해 적응했다는 것이다. 결과는 지나간 기록에 남아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는 말이 있듯이 지금 이 순간에도 결과는 계속 기록되고 있다.

<이코노믹리뷰>는 이 기록들을 다시 되돌아보고 투자자 입장에서 실속을 차릴 수 있는 ‘체리피커식’ 투자기법은 무엇인지 기업재무비율 지표를 만들어 추적했다. 상장사들의 재무비율변동 관련 내용은 일부 증권사 연구원, 로보어드바이저 등 핀테크업체 관계자들의 조언을 통해 다듬어졌으며 특히 최적·단순화하는 과정에서 강현기 동부증권 연구원에게 많은 조언을 받았다. <편집자주>

포스코는 지난 2015년 창사 이래 사상 처음으로 962억원의 당기순이익(연결 기준) 적자를 기록했다. 당시 포스코 주가는 16만원대를 기록하며 10년 전인 2005년 수준으로 돌아갔다.

최근 포스코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주가는 30만원을 넘어섰고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75.2% 급등한 2조3441억원을 기록하는 등 다시 정상궤도에 오르는 모습이다. 한편,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포스코는 코스피 상장 기업 중 시가총액 2위였으나 현재는 5위에 머물고 있다. 그렇다면 포스코는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2008년 세계 금융위기직후 포스코에는 이상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포스코는 2000년 민영화가 완료됐으며 금융위기 전까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으나 위기가 발발하고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사업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포스코는 외형 성장의 일환으로 지난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대우)을 인수, 2013년 포스코플랜택과 성진지오택의 합병, 미얀마 가스전 상업 생산 등 당시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라는 이름 아래 가장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위기의식을 느끼고 이에 대한 대응을 펼친다는 것은 좋은 시도였다. 그러나 그 ‘대응’의 결과는 참담했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와이즈에프앤

2000~2008년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 평균은 17.39%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은 영업이익률 10% 이상이면 우수한 기업으로 평가받는 것을 감안하면 포스코는 분명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자 세계 최고의 철강기업이었다.

당시 실적만 놓고 보면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포스코를 극찬했던 이유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다. 이 기간 동안 포스코의 영업이익률 표준편차는 3.31%포인트로 영업이익률의 변동성도 낮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위기를 타계하고자 나섰던 현재의 포스코는 과거(2008년 이전)의 포스코가 아니다.

2009~2016년 포스코의 영업이익률 평균은 6.61%, 영업이익률이 반토막 이상 나버린 것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 표준편차는 2.22%포인트다. 2000~2008년 포스코의 영업이익률 표준편차(3.31%포인트)를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 평균(17.39%)으로 나누면 0.19가 도출된다. 그러나 2009~2016년 영업이익률 표준편차(2.22%포인트)를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 평균(6.61%)로 나누면 0.33으로 확대된다. 영업이익률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영업이익률의 변동성은 높아졌다는 뜻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업다각화를 추진한 결과가 얼마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는가를 방증한다. 이를 ‘금융 위기’라는 핑계로 무마할 수 있다. 그러나 위기 이후 산업 환경이 변하고 그 속에서 과거의 연장선에서 계속 성장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새로운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는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이다.

포스코의 가장 큰 강점은 세계 최고의 철강 기업이라는 수식어답게 단연 수익성을 꼽을 수 있다. 민영화 이후 포스코는 이러한 수익성을 기반으로 금융위기가 발발한 2008년까지 재무구조를 완전히 뒤바꿔 놓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2000년 포스코의 부채비율(총부채/총자본)은 110.8%였으나 이후 꾸준히 감소해 2008년에는 65.7%로 낮아졌다. 그러나 8년이라는 노력의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2010년 포스코의 부채비율은 82.6%, 2011년에는 92.5%까지 확대된다. 이 수치만 보면 10년 전으로 퇴보하는 격이다.

물론 철강업의 전방산업인 조선, 자동차 산업의 부진도 포스코의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포스코는 지난 2014년부터 과거 계열사 확장과 사업다각화 계획을 축소, 강도 높은 구조조정도 동반했다. 이에 포스코의 최근 부채비율은 70%대 중반을 기록하고 있으며 영업이익률은 4%대의 어두운 터널을 지나 2016년에는 5.36%를 기록했다.

포스코, 2008년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최근 증권업계는 포스코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수익성 개선과 함께 올해 영업이익률이 6%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가도 지속 상승 중이다. 그러나 현재의 포스코과 과거와 같은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확언하기 쉽지 않다.

포스코의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 2010년 전년 대비 64.53%를 기록했다. 주지하다시피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몸집불리기를 통해 외형이 확장된 것이다. 이듬해는 13.69%의 성장에 그쳤고 이후부터 2016년까지 2014년을 제외하고 전부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 포스코는 매년 매출액이 증가했다는 점과 비교할 때, 분명 다른 모습이다.

기업의 실적 중 중요한 것은 영업이익 그리고 영업이익률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감소한다는 것은 쉽게 말해 장기적 관점에서 인플레이션 수준도 따라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포스코의 영업이익률 등 각종 재무비율이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상황도 아니지만 최근 개선되고 있는 포스코의 실적을 보면 위기의 터널을 지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매출액이 얼마나 그리고 지속적으로 향후에도 개선될 수 있는지 여부는 확신하기 어렵다.

사실 이 모든 의심의 근원은 포스코의 ‘비리 사건’에 있다. 그 중심에 서 있던 전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최근 비리혐의 관련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CEO 한 사람의 역할이 세계적인 기업의 실적을 악화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 

이 문제는 비단 정 회장의 문제만은 아니다. 정부의 지원 아래 성장한 포스코는 정부의 입김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최순실 사태와 연결된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이 성장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품 혹은 서비스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이미지와 신뢰 등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올해 실적 개선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는 없다”면서도 “과거 무분별한 M&A를 하지 않고 오히려 철강업이라는 본업에 충실했다면 다른 결과가 발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 출처:이코노믹리뷰, 와이즈에프앤

현재 포스코의 주당순자산비율(PBR=주가/총자본)은 0.67배에 불과하다. 철강업황의 부진으로 철강기업들이 전반적으로 낮은 밸류에이션을 평가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세계 최고’라는 측면에서 과거 포스코는 분명 달랐다. 그러나 밸류에이션이 말해주는 것처럼 포스코를 ‘세계 최고의 철강기업’이라고 단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2015년 워런 버핏이 포스코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후 버핏이 포스코 측에 연락해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버핏의 회사인 버크셔해서웨이가 여러 펀드를 통해 투자를 하는 만큼 이를 온전히 파악하기도 어렵다.

중요한 것은 버핏의 포스코 지분 매각이 루머라 해도 이러한 이슈가 발생한 근원은 포스코에 있다는 것이다. 과연 포스코는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해도 될 기업인지 버핏이 투자했던 것처럼 믿을 수 있는 기업일까. 포스코가 앞으로 어떤 변신을 시도하느냐에 달렸다. 

기술 못지않게 기업의 영속성은 중요하다. 지속가능한 경영철학을 가진 기업만이 경제적 해자(垓字)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