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e스포츠 중계를 볼 때 화면에 비친 선수들 장비 이름을 맞춰보곤 한다. 다 기억하진 못하지만 어디선가 한번쯤 본 물건들이다. 하루는 사무실에 낯선 게이밍 기어 둘이 찾아왔다. 난생 처음 보는 마우스와 키보드다. 정체가 뭘까.

 

PLAY G - 혹시 우리 본 적 없지?

EK820 – 아마도.

PLAY G – 너희 소개 좀 해주라.

▲ 사진=노연주 기자

EK820 – 한국에선 아직 잘 모르나보군. 우린 다얼유 출신이야. 중국 게이밍 기어 브랜드지. 중국이라고 하면 또 ‘대륙의 키보드’라든가 ‘대륙의 마우스’ 같은 표현 쓸 거지? 지겨워. 난 EK820이야. 블루투스 겸용 기계식 키보드야. 진부하고 평범한 기계식 키보드완 달라.

EM925 – 난 게이밍 마우스 EM925 다이아몬드 에디션. 다얼유를 모르면 목마인도 모르겠네. 내 선배들이 목마인이란 별칭으로 중국을 휩쓸었거든. 난 그 시리즈 막내!

PLAY G – 잠깐, 블루투스 기계식 키보드라고? 그게 가능해?

EK820 – 당근. 블루투스 기술로 노트북이든 스마트폰이든 태블릿이든 날 무선으로 연결할 수 있지. 멀티 페어링도 지원해!

▲ 사진=노연주 기자

PLAY G – 그게 뭔데?

EK820 – 여러 디바이스에 동시에 연결할 수 있단 거지. 멀티태스킹 환경을 만들 수 있어. 최대 5개 기기와 연결 가능하다는.

PLAY G – 무선이면 충전해야겠네. 귀찮아.

EK820 – 충전해야지. 그래도 나 체력 나쁘지 않아. 한번 충전하면 최대 40시간 버틸 수 있지. 다른 블루투스 키보드랑 비교하면 3배 더 긴 시간이야. 그리고 유선 겸용이라 배터리가 없으면 케이블로 연결해서 사용할 수도 있고.

▲ 사진=노연주 기자

PLAY G – 그런데 기계식 키보드 맞아? 너무 작은데.

EK820 – 맞다니까. 카일 LP 스위치를 탑재해서 이렇게 슬림한 거야. 이 스위치를 탑재한 첫 키보드가 나야. 납작하고 키압이 45g으로 가벼워 빠른 입력이 가능하지. 게임할 때 유리할 거야. 납작해도 타건감을 떨어지지 않지. 스위치 타입에 따라 청축과 적축 모델로 나뉜다고. 청축은 타닥타닥 경쾌한 타자기 소리를 내고, 적축은 조용하고 부드러운 타건감을 느낄 수 있어. 취향껏 선택하면 돼. 카일 스위치는 5000만회까지 입력 가능할 정도로 내구성이 뛰어나지.

PLAY G – 실례지만 몸무게가?

EK820 – 응 실례야. 농담이고, 520g으로 일반 기계식 키보드 절반 수준이지. 두께 22.5mm에다가 오른쪽 숫자패드가 없는 87키 텐키리스 타입이라 몸집도 작아. 네 가방에 쏙 들어갈 듯. 두께가 얇아서 오래 사용해도 손목 피로가 덜할 거야.

PLAY G – 내 가방 소개해달라는 걸로 이해할게. 그런데 마우스, 널 잊고 있었구나. 미안.

▲ 사진=노연주 기자

EM925 – 괜찮아. 안 삐쳤어.

PLAY G – 마음 상했구나. 패턴 디자인 게이밍 마우스라니 특이한데?

EM925 – 그렇지! 나 같은 게이밍 마우스 보기 어려울걸. 이건 하이드로그래픽 공법으로 입힌 패턴이야. 물체를 그라비아 인쇄폴리 비닐 알코올 필름이 떠있는 액체에 넣어 표면에 디자인을 입히는 기술이지. 말이 어렵지? 나도 들은 얘기야.

PLAY G – 어쨌든 신기하네. 스펙은 괜찮아?

EM925 – 스펙만능주의 세상 같으니라고.

PLAY G – 스펙 나쁘구나?

EM925 – 아니지롱. 마우스의 핵심은 센서지. 내겐 다얼유가 픽스아트랑 함께 만든 PMW3336 센서가 들어있어. 마우스 민감도를 최대 1만800DPI까지 설정할 수 있는 고성능 센서지. 스캔율 8000FPS, 가속력 30G, 이동속도 150IPS.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긴 부끄럽지만 부족함 없는 스펙이지.

PLAY G – 제법이네. 마우스는 그립감이 중요하다던데.

EM925 – 맞는 말이야. 난 좌우 대칭형이라 왼손잡이도 최적의 그립감을 맛볼 수 있지. 다얼유는 내 몸매 높낮이와 곡률을 오랜 경험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설계했어. 그립감 좋다는 건 쥐어보면 알 거야.

▲ 사진=노연주 기자

PLAY G – 난 가벼운 마우스가 좋더라.

EM925 – 무거운 마우스는 서러워서 살겠나. 난 106g 정도야. 너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무게지. 더 많은 게이머를 만족시킬 포지셔닝!

PLAY G – 난 그래도 가벼운 애가 좋아. 80g대 애들. 그런데 너 버튼이 제법 많이 달렸구나.

EM925 – 나 정도면 표준이지. 총 6개 키를 전용 소프트웨어로 커스터마이징 가능해. 측면엔 스나이퍼 버튼이란 것도 달렸어. 그걸 누르고 있으면 DPI가 저격에 적합하게 순간적으로 바뀐다고. 저격뿐만 아니라 다양한 게임 상황에 응용할 수 있으니 사용하기 나름이야.

PLAY G – 너희 둘 다 조명은 예쁜 듯.

EK820 – 솔직히 무지개 조명 내뿜는 게이밍 기어 너무 많지 않아? 부담스럽고 질리는 경향이 있지. 난 민트색 모노톤 조명이야. 블랙 보디와 민트 LED 라이트 조합, 나쁘지 않지? 조명 효과는 5가지 중 고를 수 있고. 참고로 조명은 블루투스 모드에선 작동하지 않아.

EM925 – 나도 기본은 민트색인데 6가지 컬러 중 고를 수 있어. 조명 효과도 골라 넣으면 되고. 밤에 불 꺼놓고 날 빤히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더라. 조금 변태 같긴 한데 그만큼 내 패턴과 조명의 조화가 예쁘다는 거겠지.

PLAY G – 그럼 슬슬 같이 게임이나 해볼까?

▲ 사진=노연주 기자

#POINT 대륙이 게이밍 기어라니. 사람들은 대개 중국 물건에 뛰어난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를 기대하지, 제품성이나 품질을 떠올리진 않는다. 사무실을 찾아온 다얼유 두 제품은 뭔가 다르다. 가성비를 가장한 저렴한 가격을 내세우기보단 유니크함으로 어필한다.

민트색 조명 블루투스 기계식 키보드라니. 독특한 콘셉트다. 언제부터 기계식 키보드가 휴대하는 제품이었나. 프로게이머는 직업이니 다르겠지만 일반 유저가 1kg 넘는 키보드를 휴대하고 다니긴 쉽지 않은 일이다. EK820은 이런 인식을 깨준다. 충분히 가방에 넣어다닐 수 있는 사이즈며 무게다.

타건감도 독특하다. 다른 청축·적축 기계식 키보드완 또 다른 느낌이다. 산뜻하며 정갈하다. 상큼한 민트색 조명은 이런 타건감을 시각적으로 표현해주는 듯하다. 제품이 얇아서 손목 받침대 없이도 타건 높이가 적당하다.

▲ 사진=노연주 기자

마우스는 제법 큼직하며 무게도 나가는 타입이다. 조위기어 마우스처럼 유려한 곡선 보디가 손에 착 감긴다. 표면 재질도 고급스럽다. 무엇보다도 대륙보단 북유럽이 떠오르는 패턴 디자인이 매력인 물건이다.

유니크한 게이밍 기어를 찾는다면 이 둘이 딱이겠다. 다얼유 민트 세트로 맞추면 덱 효과라도 있지 않겠나. 가격도 합리적이다. EM925가 3만원대, EK820은 8만원대다. 세상엔 훨씬 비싼 게이밍 기어가 널려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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