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 어떻게 갚아야 할까?

제도권 금융회사들은 법의 규제를 받기 때문에 금융소비자들이 호소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하지만 사채를 이용하게 되면 법의 도움을 받기가 쉽지 않다. 사채는 통상 사채업자에게 빌린 채무를 지칭하기도 하지만, 넓게는 지인에게 빌린 돈도 해당된다. 가까운 지인에게 생기는 채무는 돈은 급하지만, 주로 금융회사에서 돈을 더 융통해 주지 않아 궁여지책으로 찾는 방법이다.

이렇게 가까운 지인에게조차도 돈을 빌리지 못하면 불법사채업자에게 일수나 소액대출을 융통하는 일이 많다. 또는 지인의 돈을 갚기 위해 사채업자로부터 돈을 융통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에는 금융채무가 없더라도 처음부터 불법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빚 갚기 계획에 있어서 개인 간의 채무는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이슈다. 이는 금융회사와 다르기 때문에 개인 간의 빚을 갚지 못할 경우 신뢰에 심각한 손상을 받을 뿐 아니라 자신이 속한 사회에서 손가락질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는 추심을 받아 신체의 위협을 당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이런 빚은 먼저 상환하는 게 바람직하다.

사채를 정리하는 방법은 반드시 상환하는 방향이 아닐 수도 있다. 불법적인 약탈 금융에 노출됐을 경우 형사고소나 민사소송으로 다투는 등 공적 구제수단을 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과다한 이자를 요구하거나 위협하는 것은 대부업법에 위반된다. 만일 최고 법정이자 이상을 초과한 이자를 가져갔을 경우 채무자는 부당이득으로 반환을 요구할 수도 있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의 송태경 사무처장은 “채무가 다중으로 늘어나 금융채무와 사채가 섞여 있다면, 사채업자에게 갚아야 할 빚을 갚고 그 다음 금융채무를 정리해야 한다”며 “사채업자에게 갚는 빚도 법정이자를 초과한 이자에 대해서는 지불하지 말아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만큼 사채를 법적으로 정리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

지인의 빚과 사채업자의 빚 중에는 무엇을 먼저 갚아야 할까. 일반적으로 지인의 빚을 먼저 갚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채 문제는 대체로 법적으로 풀어나가기 때문에 가까운 지인의 돈을 먼저 갚는다면 법원이나 수사기관에서 지인을 마주할 상황은 피할 수 있다.

후일 개인회생이나 파산과 같이 법적 채무조정을 염두에 둔다면, 지인의 돈을 사채업자보다 먼저 상환하는 것이 낫다. 유의해야 할 것은 개인회생을 신청하기에 앞서 지인의 돈을 먼저 갚는 것이 편파성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이다.

김·박 법률사무소의 윤준석 변호사는 “이 경우 법원은 개인회생 절차에서 특정 채권자에게 먼저 갚았다는 이유로 채무자에게 월 상환금을 올리라는 명령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지인의 돈을 먼저 갚으면 개인회생에서 월 상환금이 올라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사채, 해결방법 있는 걸까?

불법사채는 당사자 간 합의를 통해 해결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불법사채 문제의 해결책을 고민하고 있는 시민단체인 ‘경제민주화를 위한 민생연대’도 “불법 사채는 아예 쓰지 않는 것이 최선의 해법”이라고 말한다.

사채 특히 고금리 불법사채 피해를 당하지 않는 방법은 법적 절차를 밟는 일밖에 없다. 민·형사상 법적 절차를 이용하면 해결 가능성이 있다. 시민단체인 민생연대 측도 불법사채 빚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공권력을 이용해 탈출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데 주력하고 있다.

등록된 사채업체인 이른바 대부업체는 우리에게 안전할까. 민생연대 송태경 사무처장은 “고금리 사채는 등록과 무등록을 가리지 않고 폐해가 있다”며 “대부업 등록을 한 일부 사채업자들은 기간에 돈을 갚지 않으면 협박을 일삼고 친인척에게 사채 거래 사실을 알린다. 채무자는 사회적 인간관계가 파괴된다”고 말했다.

최근 이런 사채를 먼저 쓰고 그 상환을 위해 금융채무를 만드는 ‘대출 역전현상’도 생긴다.

불가피하게 사채를 쓴 사람들은 어떻게 상황을 탈출해야 할까. 우선 빠져나갈 수 있도록 증거를 갖고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증거는 등록 사채업자와 무등록 사채업자를 구분하지 않고 모두 필요하다. 등록한 영세 사채업자도 불법적 영업관행이 다반사다. 불법사채를 상환하는 방법보다 민형사 법적 절차로 대응하라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