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현실은 빚 없이 살기 힘든 환경이다. 20대에는 학자금대출에 허덕이고, 30대에는 주택 관련 자금대출, 40대에는 자녀교육비 때문에 또다시 대출에 허덕인다. 대출을 끼고 집을 사는 것은 어느덧 상식이 됐다. 마이너스 통장은 직장인의 필수품처럼 여겨지는 것이 요즘 현실이다. 신용카드는 1인당 소지 개수가 3.4개를 돌파했고 카드론과 현금 서비스 규모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이른바 ‘빚 없이 살기 어려운 사회’이자 ‘빚을 권하는 사회’다.

문제는 고개를 처박고 있던 금리가 슬슬 올라갈 기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연내 추가금리인상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한국은행(한은)도 금리 인상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8월 경제동향간담회에서 “금융위기 이후 약 10년간 초저금리와 대규모 양적 완화로 이어진 선진국 통화정책 기조가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면서 “한은도 주요국 통화정책 추이와 글로벌 자금 이동 동향 등을 자세히 점검해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소비자가 대출을 받아야 하고 특정 대출이 금리 인상과 맞닥뜨릴 전망이 높다고 하면, 우리는 대출이라는 빚을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빚에 대해 제대로 알고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빚 문제를 방지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빚을 지지 않는 것이다. 이 방법은 누구나 다 아는 방법이지만 실천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왕 생긴 빚이라면, 어떻게 해결하는지 방법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물론 빚을 갚는 것이 가장 빠르고 단순한 해결 방법이다. 그럼 무엇을 알아야 빚을 조기 진압하고 빚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먼저 빚이라는 녀석의 성격을 인지해야 한다. ‘지피지기 백전백승’이라는 말이 있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이라는 말인데, 빚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이들은 자신이 진 빚의 특성을 잘 모르기 때문에 변제 방법이나 순서를 명확히 알지 못한다. 게다가 돈을 대출해주고 관리하는 금융회사는 우리보다 한 수 위다.

보통 빚이라고 하면 대출금을 떠올린다. 그래서 대출금이 없으면 빚이 전혀 없다고 착각하곤 한다. 하지만 빚은 여러 형태로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신용카드다. 신용카드는 외상거래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다. 신용카드로 사용한 거래금액은 언젠가 갚아야 할 빚이다. 자동차 할부나 무이자할부도 빚의 일부다.

금융 소비자는 빚을 갚겠다고 다짐하지만 빚을 갚는 법을 잘 모르기 때문에 마음만 앞서 주먹구구식으로 빚을 갚는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돈이 생겨 빚 일부를 갚더라도 빚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다시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빚을 냈다면 어떻게 갚느냐가 중요하다. 사람들은 대부분 대출이나 빚을 낼 때 “어떻게 갚느냐”보다 “얼마나 많은 빚을 낼 수 있는가”에 주목한다. 빚을 내는 방법을 알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지만 빚을 갚는 방법에 대해서 이렇다 할 관심이 부족하다.

빚을 어떻게 갚아야 합리적인지, 금융 소비자로서 어떻게 대출 금리를 낮춰 빚을 갚을 수 있는지, 갖가지 금융 테크닉과 제도를 통해 금융 소비자로서 권리를 찾고 현명한 방법으로 빚을 갚아보자. 피할 수 없다면 맞서 싸워 이겨야 하지 않겠는가.

처음부터 빚을 쌓겠다는 사람은 없다. 처음에는 잘 갚을 것 같던 대출 원금과 이자는 시간이 갈수록 버겁게 느껴진다. 금리 변동에 따라 대출금리가 하락한다면 좋겠지만, 반대로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 변동금리 대출을 받았다면 이자 부담은 더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부담을 줄이려면 대출의 크기를 줄이고 질을 좋게 만들어야 한다. 특히 많은 사람이 이미 받은 대출과 이자는 줄일 수 없다고 알고 있지만, 여러 방법이 있다.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해라

금리인하요구권은 말 그대로 금리를 인하해달라고 은행에 요구하는 것이다. 이런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금융 소비자의 기준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일정 조건만 채워진다면 언제든지 은행에 가서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우선 회사에서 승진했을 경우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금융 소비자가 처음 대출을 받았을 때 ‘대리’였다가 ‘과장’으로 승진했다면 은행에 찾아가 금리를 인하해달라고 말할 수 있다.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이직할 때도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이를 요구하는 방법은 은행마다 다르지만 보통 ‘가계여신 조건변경신청서’나 ‘금리인하요구신청서’를 작성해 거래은행에 금리인하를 요구하면 된다.

전문직에 해당하는 자격증을 취득했을 때도 신상변화를 은행에 알려주면 유리해진다. 전문직 자격증을 취득했다면 신용상태가 개선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외에 거래 은행의 금융상품을 가입했다거나 은행과 연계된 신용카드나 체크카드 사용액 등 기타 거래실적이 늘었을 경우에도 신용등급이 올라 대출금리 인하가 가능하다. 휴대폰 요금결제 등에서도 자동이체를 연체하지 않는다면 신용등급이 오르는 점도 참고하면 좋다.

은행과 친하게 지내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대출받은 뒤에 6개월에 한 번 정도 은행을 방문해서 자신의 신용등급을 확인하고 금리 인하를 요구해보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은행 대출담당 직원은 0.1%, 지점장은 0.2~0.3%포인트의 금리인하재량권도 있으니, 자주 얼굴을 보고 인사를 하면 금리를 낮춰주는 경우도 있다는 은행 관계자들의 말을 유념하자.

또 은행은 분기 또는 반기 기준으로 거래고객을 분류하는데, 고객 분류 이전에 신상 변화 사항을 은행에 알려주면 확인된 시점부터 금리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은 급여명세서와 재직증명서, 자격증 사본 등이다.

물론 은행이 금융 소비자가 금리인하요구권을 주장한다고 해도 무조건 금리를 낮춰주지 않는다. 자신의 신용상태와 부채비율을 잘 파악하고 가야 한다. 오히려 금리를 더 얹는 경우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개인의 신용도 변화가 생겨 금리 인하를 요구하더라도 은행 기준에서는 이것이 금리인상 요인으로 판단될 수도 있다”면서 “은행에 금리 인하를 요구한다면 신중히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금으로 대출을 갚는 것은 손해

적금으로 대출을 갚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좋지 못한 방법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금을 적금을 쌓아 갚으려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면서 “이러한 행동은 대출금을 갚는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대출은 돈이 생길 때마다 소액이라도 매달 갚아나가는 게 가장 이득이다. 이유는 생각해보면 단순하다. 은행은 돈놀이를 하는 곳이다. 싼 예금을 유치해 비싼 이자로 대출해주면서 예대마진을 먹는 구조다. 아무리 예금이자가 높다 해도 대출이자보다는 낮기 때문에 예금이자로 대출이자를 감당할 수 없는 구조다.

연 금리가 7%라고 가정했을 때 1200만원을 빌려 매달 100만원씩 대출금을 갚는 사람은 1년 동안 45만5000원을 이자로 내면 된다. 그러나 매달 100만원씩 적금을 부어서 1년 후 모인 돈으로 갚을 경우 1년 동안 적금이자(4.5%) 수익을 빼고서 대략 51만5000원의 이자를 1년 뒤 한꺼번에 내게 된다. 적금을 부어 1년 후 대출금을 갚는다면 6만원이 손해인 셈이다.

은행이 적금을 통해 대출을 갚으라고 하면 거두절미하고 빚부터 갚는다고 말하자. 물론 6만원이 그리 크지 않은 금액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금액이 커진다면 달라진다. 1억2000만원이면 60만원, 12억원은 600만원 손해다.

 

목돈이 생기면 대출금 중도상환부터

수중에 목돈이 생겼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대출원금 일부를 중도상환하는 것이다. 중도상환은 말 그대로 대출을 거치기간 중간에 원금을 상환하는 것이다. 고액 장기 대출을 갚을 경우 대출액만큼만 갚을 수 있다면 제일 유리한데, 거치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이자가 많이 발생한다. 이에 중도상환을 통해 원금을 줄여 이자를 낮출 수 있다.

시중은행은 담보대출 중도상환 시 주로 3년까지 1.5% 안팎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대출을 받은 후 1년 만에 중도상환을 하면 중도상환금액 1%, 2년은 0.5%에 수수료를 낸다.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수수료 뒤에 가려진 중도상환이 가져다주는 효과는 생각보다 훨씬 크다.

예를 들어 5년 만기, 연이율 3%인 원리금균등상환방식의 조건으로 1억원을 빌렸다고 가정해보자. 원리금균등상환방식은 대출 원리금이 대출 기간에 매월 같은 금액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이 조건으로 돈을 빌린다면 매월 약 179만원이라는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 5년간 금리 변동이 없다고 가정할 경우 5년 동안 내야 할 이자 총액은 약 781만원이다.

여기서 금융 소비자가 회사에서 두둑한 상여금을 탔거나 목이 생겨 2년 후에 여유자금 1000만원이 생겨 대출 상환한다고 가정해보자. 2년 후 대출 원리금의 잔금은 6178만원인데 1000만원을 상환하면 5178만원이 남는다. 이때 중도상환 수수료로 0.5%인 5만원이 부가된다. 이렇게 하면 남은 대출 잔금에 대해 3년간 내야 할 이자 총액은 약 243만원이 된다. 중도상환 수수료를 합해도 약 248만원이다.

그러나 대출자가 중도상환을 하지 않고 남은 3년간 지속적으로 상환할 경우 이자 총액은 약 289만원이다. 중도금상환을 했을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차이는 41만원이나 된다. 만약 중도금상환으로 더 많은 금액을 투입했다면 이자 비용을 더욱 줄일 수 있다.

이처럼 중도금상환은 수수료를 내서라도 대출 잔액을 줄이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특히 3년이 지났다면 중도상환 수수료가 부과되지 않으니 기간을 잘 확인해서 목돈을 투입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다.

숨은 자산을 찾아내라

자산이라고 하면 통장에 잔액을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의외로 우리 주변에 숨은 자산들이 많다. 대표적인 예로 보험 자산이 있다. 보험의 특성상 매월 기계적으로 보험을 낸다. 보장 상품이라는 인식에 자산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하지만 보장성 보험에도 일부 적립금이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가입한 지 꽤 됐지만 잊고 있던 저축성 보험들이 의외로 쏠쏠한 주머닛돈이 되어준다.

습관적으로 보험을 내는 경우 휴면보험금이 있는 사람도 있다. 휴먼보험금은 보험계약자가 납부 연체나 만기 등으로 발생한 환급금을 2년 안에 찾아가지 않아 보험계약자 청구권이 소멸한 보험금을 뜻한다.

이러한 휴면보험금은 청구 시효가 만료됐더라도 찾을 수 있다. 휴면보험금은 상법상 보험사에서 관리하지만, 보험계약자에게 돌아가야 하는 돈이기 때문에 휴면보험금이 확인되면 보험사는 계약자에게 환급 조치해준다. 휴면 보험금은 보험개발원에 접속해 쉽게 조회가 가능하다. 본인이 피계약자나 피보험자에 해당하면 조회가 가능하다.

보험에는 중도인출이란 기능도 있다. 이 기능은 저축보험뿐만 아니라 보장성 보험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보험 대출 서비스 중에는 약관대출과 중도인출이 있는데, 차이는 이자비용의 여부에 있다. 약관대출은 가입한 보험을 담보로 보험회사에 돈을 빌리기 때문에 이자비용이 발생한다. 반면 중도인출은 이자 비용이 없는 큰 특징이 있다. 중도인출은 인출 수수료만 내면 보험 납입액에 따라 돈을 찾을 수 있다.

중도인출은 해약환급금의 50% 이내에서 연 12회 인출이 가능하다. 보험 가입자들은 중도인출이라 하면 보험 보장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중도인출을 사용한 뒤 자금 사정이 회복될 경우 찾은 금액만큼 추가로 보험금을 내면 기존과 같은 보장을 계속 받을 수 있다. 중도인출 가능 여부와 자세한 금액은 가입한 보험사 홈페이지나 콜센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