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강조하는 ‘경제적 해자(垓字·Economic Moats)를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기업의 미래를 예측하는 데 의존할 수 있는 것은 과거의 데이터다. 그러나 과거 데이터가 미래를 보장하진 않는다. 과거의 데이터 중 기업의 성향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항목이 있다. 바로 ‘재무비율’이다.

1000억원을 벌어 500억원을 쓰고, 2000억원을 벌어 1000억원을 쓰는 등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일정비율로 재무를 관리하는 기업이 있는 반면 정반대의 기업도 공존한다. 동양·STX그룹은 부도 몇 해 전부터 재무비율의 변동성이 높아지는 등 ‘정반대’의 대표적인 기업들이었다.

오래 살아남는 기업은 이유가 있다. 이들 기업의 특징은 어떠한 경제 환경과 마주해도 그에 맞는 투자 혹은 관리를 통해 적응했다는 것이다. 결과는 지나간 기록에 남아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 away)는 말이 있듯이 지금 이 순간에도 결과는 계속 기록되고 있다.

<이코노믹리뷰>는 이 기록들을 다시 되돌아보고 투자자 입장에서 실속을 차릴 수 있는 ‘체리피커식’ 투자기법은 무엇인지 기업재무비율 지표를 만들어 추적했다. 상장사들의 재무비율변동 관련 내용은 일부 증권사 연구원, 로보어드바이저 등 핀테크업체 관계자들의 조언을 통해 다듬어졌으며 특히 최적·단순화하는 과정에서 강현기 동부증권 연구원에게 많은 조언을 받았다. <편집자주>

국내 통신사 2위 KT의 주가가 연일 하락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공룡통신사 KT가 비통신 사업 강화에서 다시 통신 사업 강화로 되돌아오고 있는 현상의 부정적 영향이 주가 하락으로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KT가 통신사로서의 가치를 잃어가고 있으며 통신사업 강화에도 불구, 그 가치를 되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마저 제시되고 있다. 어쩌다 KT가 이런 혼란스런 평가를 받게됐는지 <이코노믹리뷰>체리피커 시스템을 통해 재무비율로 확인해봤다.

KT, 오락가락 경영...무엇을 하려는 걸까

KT의 2011~2016년 평균 영업이익률은 4.52%다. 연도별 시계열을 한 해씩 좁혀 2012~2016년 평균은 3.78%, 2013~2016년은 3.46%, 2014~2016년은 3.44%로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해가 갈수록 평균 영업이익률이 감소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정적인 것은 2014년의 영업적자다.

KT의 2011~2016년 총자산 대비 영업활동현금흐름 평균이 11.79%, 표준편차는 4.23%포인트다. 이를 2012~2016년의 기간으로 좁혀 보면 총자산 대비 영업활동현금흐름 평균은 12.81%, 표준편차 3.91%포인트로 개선됐다. 그러다 2014~2016년 총자산 대비 영업활동현금흐름 평균은 11.90%, 표준편차는 4.43%로 악화되는 모습이다.

물론 이는 최근 3년간 KT의 총자산 대비 영업활동현금흐름 비율이 빠르게 오르면서 변동성이 높아진 결과이기 때문에 ‘악화’라고 표현할 수는 없다. 그러나 관리라는 측면에서 KT의 주요재무비율의 변동성은 경쟁중인 다른 통신사들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서 부정적이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 KT 매출액 대비 급여 비율 (단위: %) [출처: 이코노믹리뷰, 와이즈에프엔]

KT의 가장 큰 강점은  오래된 업력을 배경으로 촘촘한 유선망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십년동안 축적된 통신관로 등은 지난 2009년 기준 KT가 11만km로 여타 경쟁사들이 1만 km도 채 되지 않는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이다.

결국 무선 가입자망도 유선망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네트워크 경쟁력이 중요해질수록 유선부문의 네트워크는 상당히 중요하다. 그만큼 KT는 이미 유리한 고지에 서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유선사업 부문은 인력을 많이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KT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KT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약 14%로, 10%도 되지 않는 다른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높은 편이다.

또다른 KT의 가장 큰 약점은 경영진의 안정성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정권 교체시 경영진도 교체되고 경영진 역량이 오락가락해 큰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황창규 회장, 천정부지로 솟는 상여금

과거 이석채 회장 시절 KT는 LTE 시장에 대한 늦은 대응으로 가입자수 정체 및 수익성 하락 등의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KT의 2009년 영업이익률은 4.92%에서 2010년 10.20%로 급격히 상승했지만 2011년 8.22%, 2012년 5.07%, 2013년 3.03%로 낮아지다가 2014년 결국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 KT 매출액 및 영업이익 추이(단위:십억원) [출처: 이코노믹리뷰, 와이즈에프엔]

황창규 KT 회장은 2014년 1월 취임한 이후 같은해 8000여명을 넘게 정리했다. 당시 KT의 퇴직급여 비용은 1조2873억원으로 이는 과거 구조조정을 단행할 당시와 비교해도 큰 차이는 없는 수준이다. 다만, 연평균 2000억~3000억원 수준으로 매번 구조조정 비용으로 퇴직급여 비용이 발생했지만,  황 회장 취임때는 적자로까지 빠져든 것은 시장 변화에 뒤늦게 대응한 탓이라는 지적이다. 

KT의 2015년, 2016년 영업이익률은 각각 5.8%, 6.3%로 2014년 마이너스에서 플러스 전환했다. 일각에서는 황 회장의 리더십이 KT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가 있다. 하지만 KT의 최근 수익성 개선은 구조조정 효과에 따른 것일뿐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KT는 지난 2014년 계량 및 비계량 실적 등을 언급하며 영업이익 적자에도 불구, 황 회장에게 7500만원의 상여금을 지급했다. 이어 2015년에는 실적 개선을 이유로 6억5100만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이어 황 회장은 2017년 무려 18억5800만원을 성과급으로 받았다.

한편, KT는 2013년까지 비통신부문으로의 사업다각화를 도모하는 과정에서 계열사 수가 증가했으나 수익성 측면에서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황 회장은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앞서 언급한 대규모 구조조정에 이어 2015년 KT렌탈, KT캐피탈 등 비통신 계열사들을 매각한다. 즉, 황 회장은 인력구조조정, 사업 구조조정 등 각종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성과급을 받은 셈이다.

이에 대해 증권사의 한 연구원은 “KT는 비통신 중심의 사업 다각화를 이룬 상황이지만 계열사 중 업계 1위 혹은 강점을 나타내는 기업이 없다”며 “과거 통신업 탈피 시도는 좋았으나 실적은 개선되지 않았고 다시 통신업을 강화하려는 시점에서 경쟁력이 살아날지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KT 주가,  2012년 수준으로 회귀하는 의미는

KT는 과거 통신업 중심에서 탈피, 사업다각화를 시도했지만 황 회장이 진두지휘 한 이후 다시 1등 통신사를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통신사업 부문에서 개선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부동산 계열사인 KT에스테이트 등만 성장하면서 통신업이라는 본업이 강화될지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통신사들의 주가가 하락을 멈추고 상승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현재까지 KT만 유일하게 2012년 주가 수준으로 돌아간 상태다.

▲ KT주가 추이(단위:원) [출처:한국거래소]

그만큼 KT의 주가도 이를 반영하고 있는 만큼 통신업의 특성으로 KT에 대한 투자를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 KT가 통신사인지에 대한 의문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다.

향후 KT의 영업이익이 늘어나기 위해서는 마케팅 비용의 감소가 동반돼야 한다. 단통법 도입이후 마케팅 비용이 감소했음에도,  지난 2016년 기준 2조원에 달하는 판촉비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KT의 매출액 대비 판촉비용 비중을 추이를 보면 지난 2000년 1.9%에 불과했으나 2010년에는 5.8%까지 상승했고, 2011년에는 갑자기 8.8%로 치솟는다. 이후에는 2014년(11.8%)을 제외하고 8~9%대를 유지하고 있다.

종합해보면 KT는 고정적인 인건비 비중, 뒤늦은 대응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 지속적 경영전략의 부재 등 복합적 요인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이다. 2012년의 주가 수준으로 돌아가 KT는 이미 퇴보를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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