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데스매치 - 대세 술 디스전 승자는? 피츠 vs 필라이트 편

피츠 수퍼클리어 “호랑이가 코끼리보다 세다” - 조재성

초록색 코끼리가 입으로 돌진한다. 벌컥벌컥. 괜히 겁냈다. 탄산이 조금 느껴질 뿐 밍밍하다. 다시 한 모금 마셔도 생각이 그대로다. 상큼한 맛이 약간 있는데 싱겁단 느낌이 앞선다. 머리에 아는 형이 떠올랐다. 보급형.

보급형 호가든 아니면 보급형 블랑1664 같다. 아주 조금 비슷한 느낌을 줄 뿐이지만. 캔 하날 비울 때쯤 드는 생각 하나. ‘맥주 맞나?’ 맥주 같지만 한편으론 아닌 듯한 맛이다. 프랑스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이 술을 마셔봤다면 ‘맥주의 시뮬라크르’라 칭했을지 모른다. 맥주인 듯 맥주 아닌 너. 정체가 뭐니?

코끼리표 술 이름은 필라이트다. 요즘 잘나가는 술이라더라. 직감이 적중했다. 필라이트는 맥주가 아니라 발포주다. 맥아 비율이 낮아 ‘기타주류’로 분류된다. 덕분에 세금이 적어 가격이 싸다. 대형마트에서 355ml 12캔을 만원 돈에 살 수 있다. 일반 맥주 대비 40%는 저렴하다.

짐작컨대 이런 가격 설정 덕택에 인기가 치솟지 않았을까. 불경기 때문인지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비) 뛰어난 상품이 잘나가는 시대다. 술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사람들 속마음을 모르겠지만 필라이트를 들이키고는 ‘이 정도면 됐다’며 타협한 건 아닐지. 어쨌든 아쉽긴 아쉽다.

▲ 출처=롯데주류

갑자기 호랑이가 달려든다. 냉큼 받아 마신다. 부드럽다. 한없이 부드럽다. 싱겁지 않은 부드러움이다. 첫 맛, 목넘김, 끝 맛까지. 전부 깔끔하다. 승차감이 일품인 고급 세단을 타는 느낌이랄까. 과도하게 부드러워 펀드라이빙과는 거리가 멀지만. 날카로운 이빨 드러내며 위협하는 호랑이 같은 맛을 상상했는데 반전이다. 역시 내 취향은 아니지만 가끔 이런 맥주가 생각나는 밤이 종종 올 듯하다. 색깔이 확실하단 얘기다.

호랑이 맥주는 피츠 수퍼클리어다. 유러피안 스타일 라거 맥주다. 라벨을 잘 보면 ‘클라우드’라 적혀 있다. 클라우드? 수입맥주에 견줄 수 있는 유일한 대기업 양산형 국산맥주라 생각하는 술이다. 피츠는 클라우드 핏줄이다. 피는 못 속이는 법. 피츠엔 클라우드의 오리지널리티가 오롯이 담겼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 클라우드는 다른 맥주보다 진하다. 피츠도 마찬가지다. 클라우드처럼 오리지널 그래비티 공법을 적용했다. 맥주 발효 원액에 추가로 물을 타지 않는 방식이다. 부드러움 속에 진함이 느껴진 이유다.

필라이트와 피츠는 알코올 농도가 4.5도다. 도수는 같은데 완전 다른 느낌을 주는 둘이다. 난 풍미가 깊은 수제맥주를 좋아하기 때문에 둘 다 취향은 아니다. 그래도 피츠는 더운 자취방 여름밤 가끔 생각날 듯하다. 필라이트는 먼저 사먹진 않을 듯.

가격만 보면 피츠는 필라이트 상대가 될 수 없다. 더 비싸니까. 필라이트를 보면 샤오미가 떠오른다. 아이폰을 닮았지만 가격이 훨씬 싼. 우린 샤오미에 호기심을 느끼다가도 결국 아이폰이나 갤럭시를 신뢰하지 않나. 필라이트보단 피츠다.

 

필라이트 “필라이트 앞에서 가성비를 논하지 마라” -강기산

무료한 주말이었다. 딱히 약속도 없고 뭘 하자니 귀찮은 그런 주말 말이다. 무의미하게 침대에서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데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며칠 전 문을 연 친구의 가게에 놀러 가자고 말이다. 고민 끝에 대충 손에 잡히는 대로 챙겨 입고 집을 나섰다.

막상 친구의 가게에 도착하니 흥이 오르고 자연스레 알코올이 당겼다. 그렇게 수다를 떨며 술을 마시다 보니 준비해 놓은 술을 다 마셨다. 사장 친구가 지갑을 꺼냈다. 술을 사 올 테니 술을 더 마시자고 말이다. 그러자 모인 친구들은 각각 원하는 술을 말했다. 그러자 이 친구가 “야 진짜 이 맥주 한 번 마셔봐. 너네 깜짝 놀란다. 한 캔에 1000원도 안 해”라고 말하며 특정 맥주를 추천했다.

▲ 출처=하이트진로

반신반의하며 친구가 이야기한 ‘코끼리 맥주’를 받아 들었다. 캔에는 어디서 본 듯한 초록색 코끼리가 한 마리 그려져 있고 아기자기한 레터링이 눈에 띄었다. 뭐 나름 디자인은 봐줄만했다. 근데 디자인에 속은 적이 하루 이틀인가 마셔보기 전까지 방심은 금물.

궁금한 마음에 캔 뚜껑을 따고 벌컥벌컥 코끼리 맥주를 마셨다. 탄산도 적당하고 우선 싱겁지 않아 꽤 만족스러웠다. 자리에 있던 다른 친구들 역시 비슷한 반응이다. “이게 1000원도 안 한다고?”라며 감격했다.

1000원도 안 되는 이 코끼리 맥주의 이름은 필라이트다. 하이트진로가 작정하고 내놓은 맥주다. 필라이트는 캔과 패트 두 가지 패키지에 담겨 판매된다. 캔은 355ml, 500ml 그리고 패트는 1600ml가 마련되어 있다. 용량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마트에서 355ml 기준 만원에 12캔에 판매된다.

필라이트는 사실 발포주에 속하는 술이다. 발포주는 주류의 제조 과정에서 만들어진 이산화탄소가 주액에 들어있다 병뚜껑을 여는 순간 거품이 나는 술을 칭한다. 맥주와 맛은 비슷하지만 엄연히 말하면 맥주는 아니다. 덕분에 세금 부담을 한결 덜었다. 맥주가 100분의 72 수준의 주세를 받는 반면 필라이트가 속한 기타주류의 주세는 100분의 30이다. 12캔에 만원에 판매되는 비밀이 바로 이것이다.

경쟁자로 꼽히는 피츠와의 비교에서는 개인적으로 필라이트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피츠는 맛이 일단 너무 가볍다. 첫 목 넘김부터 김빠진 맥주를 먹는 기분이다. 탄산이 강한 목 넘김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피츠 보다 필라이트가 우위에 있다.

355ml 기준 한 캔에 약 833원 꼴인 가격 역시 큰 강점이다. 요즘같이 물가가 한 없이 오르기만 할 때 부담 없이 혼술을 즐길 수 있다. 패트가 마련된 것 역시 피츠와의 차별점이다. 캠핑이나 야외활동에 병이나 캔보다는 휴대가 용이한 패트가 한수 위다. 가격과 실용성을 겸비한 필라이트가 라이징 스타로 적합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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