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일하지 않고 헤프게 돈을 써서 채무가 있는 것이라고요? 청년들이 일할 곳이 없다는 사실, 그리고 돈으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우리 사회의 모습도 같이 지적해야죠. 청년은 청년 나름의 상황과 예민한 감수성이 있어요. 이들의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그  접근 방식 또한 달라야 합니다"

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이하 '청지트') 한영섭 센터장은 일각에서 청년들의 소비패턴을 비판하는 것에 대해 이같이 반박했다.   

청년지갑 트레이닝센터는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한 센터장은 지난 2013년 20~30대 청년들의 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느끼고, 금융교육을 해오다 2015년 금융위 설립 인가를 받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한영섭 센터장은 과거 '금융복지 상담센터'에서 상담사로 활동했다. 그는 그곳에서 청년들의 채무 문제에 대한 정책이 공백으로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청년은행 ‘토닥’의 설립 추진 위원을 거쳐 현재 '청지트'의 센터장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 2016년 '정의당 1일 국민대변인'자격으로 국회에서 부채 문제로 고통받는 청년의 실생활을 알리기도 했다.
 

▲ 한영섭 청년지갑 트레이닝센터 센터장은 사전상담을 통해 청년들을 위한 맞춤형 채무조정이 되도록 관련 기관과 협의한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청년들에 특화된 채무상담, 채무조정 필요

그는 청년 부채 문제가 가계부채 문제에 포괄되는 것을 우려했다. 청년 부채는 가계부채와는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는 생각. 

"언젠가 한 청년을 신용회복위원회에 보냈는데, 상담 과정에서 상처를 받고 왔더라고요. 그곳도 워낙 바쁜 곳인데다가 가계부채로 내방한 40~50대와 같은 수준의 상담을 받다 보니 감수성이 예민한 20대 청년들에겐 적합하지 않았던 거죠"

"청년들이 채무조정을 위해 신용회복위원회나 서울시금융복지상담센터로 가기에 앞서 '청지트'가 제공한 신용 상담 보고서를 지참하도록 하는 것을 제안해 볼 수 있어요. 이 기관의 상담사들은 이 보고서를 참고해 청지트와 의견 교환을 하고, 청년들에게 맞춤형 채무조정이 이뤄지게 하는 것입니다"

한 센터장은 더 나아가 '청년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채무조정센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현재 '청지트'는 동작 신협과 MOU를 체결하고 청년 대출에 앞서 신용 상담도 계획 중이다. 이 MOU를 통해 신협은 '청지트'의 상담 보고서를 참고해 청년들에게 '적정 대출'을 하는 모델이다.

한 센터장은 금융회사가 청년들에게는 적정 대출을 하도록 기성세대가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00만원이 필요한데 200만원을 빌려주면 나머지는 계획 없이 쓰게 되고, 100만원 필요한데 50만원을 빌려주면 나머지를 구하기 위해 사채를 쓸 수도 있겠죠. 적정 대출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도 사전에 맞춤형 상담을 통해 꼭 필요한 만큼 돈을 빌려주면 연체율이 떨어지는 효과가 있어요. 저는 카카오 뱅크 소액 대출에 대해서도 이 모델을 권하고 싶어요"

한 센터장은 청년들에 대한 금융교육과는 별개로, 현재 채무조정을 하는 기관과 연계해 청년들의 특수성을 고려한 채무조정 역할을 하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조직화 가능한 곳이면 청년 부채 문제 운동 가능한 생태계 만들고 싶어

인터뷰를 위해 그와 연락을 시도할 때마다 한 센터장은 광주에서 강연을 하고 있었다. 광주지역에 청년 부채 문제가 유독 심각한 것일까? 한 센터장은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했다. 

"광주가 심각해서가 아니라, 조직화가 가능한 곳이기 때문에 여기서 먼저 시작하는 거예요. 광주시는 '광주 청년 센터'나 '광주 청년의 숲'과 같이 기존 상담 센터가 활동을 해왔는데 현실적인 도움이 필요한 상황에서 '청지트'가 함께 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된 거예요. '청지트'는 청년들의 문제를 나눌 수 있도록 광주시에 생태계를 만들어 놓으려 합니다."

한 지역에 이런 생태계가 형성되면 나머지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생긴다는 것이 한 센터장의 복안이다.

최근 광주시 의회는 청년의 금융교육과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상담, 교육, 마이크로 파이낸싱을 기획하고 있다. 광주시 의회는 이를 위해 3억원의 예산안을 가결했다.
 

▲ 한 센터장은 청년부채의 원인이 모든 것을 돈으로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 탓도 있다고 주장한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청년의 부채, 헤픈 소비 때문 아닌가

"요즘 상담을 하면, 청년들은 학자금 대출로 인한 고민보단 생활비 대출로 인한 채무 고민이 훨씬 많아요. 그런데 정부나 여론이 청년들의 학자금 대출에 대한 점만 관심들을 두는 것 같아요"

일각에서는 청년들의 무분별한 소비패턴이 청년 부채를 양산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있다는 지적에 한 센터장은 그런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수긍하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원인이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을 기성세대가 깨달아야 합니다. 청년 일자리의 부족으로 소득이 늘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모든 것을 돈으로 평가하는 사회 분위기 탓에 금융에 대한 청년들의 사고방식이 과소비 지향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점이 근본적인 원인이에요"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청년들이 사회 초년생때부터 돈을 쓰는 방식으로 자신을 드러내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청년들에게 돈에 대한 가치철학을 교육, 상담, 소모임을 통해 정립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주장했다.

한 센터장은 학자금 대출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청년들이 학자금 대출을 시작으로 사회 초년생부터 빚지고 출발하는 문제는 결국 교육을 복지가 아닌 투자의 대상으로 보는 신자유주의적 사고와 관계가 깊다는 주장이다. 

"교육정책은 장기적으로 유럽식으로 가야 해요. 교육을 기회균등의 원리에 따라 정책을 펼쳐 나가야 하는데, 투자한 만큼 무엇인가 뽑아내야 한다는 자본주의적 관점으로 펼쳐 나가니까 문제가 더 심각해지는 거죠. 공부에 필요한 자금을 대출이라는 수단을 통해 구현하는 것 자체가 분명히 문제가 있어요"

주제는 자연스럽게 정책의 문제로 이어졌다. 청년의 부채 문제와 관련하여 새 정부에게 바라는 것이 분명했다. 

"현 정부가 가계부채 해결에 몰두한 나머지 청년 부채에 관해서는 관심을 못 갖는 것 같아요. 가계부채는 주거의 문제이고, 주거의 문제는 부동산 정책 등을 중심으로 해결책을 모색하지만, 청년 부채 문제는 딱히 대안을 못내놓고 있는 거 같아요. "

한 센터장은 청년 부채에 대해 ▲사전적으로는 상담, 교육, 소모임 등을 통해 금융 비판적 사고를 갖게 하고 ▲이미 발생한 채무에 대해서는 미국처럼 '사전채무조정 절차로서 신용 상담 제도'를 도입할 것을 주장했다. 

그는 법 제도에도 고칠 게 많다며 "현행 채무자 회생법은 학자금 대출에 대해서는 파산신청을 하더라도 면책이 안되는데, 이 조항은 빨리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회생 제도와 관련, "현행 5년의 상환 기간은 청년에 대해서는 적합하지 않으므로 1~3년 사이에 축소하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파산 결정을 받아도 면책되지 않는 학자금 대출은 평생 청년들을 채무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게 한다. 또한 개인회생의 상환기간을 일반인과 똑같이 청년들에게 적용하는 것은 청년들의 조기 경제활동 진입을 막는다는 취지다. 한 센터장은 "이와 함께 현행 공정채권 추심법도 청년들에 대한 추심은 신중히 접근해줄 것을 제안한다"라고 덧붙였다.

▲ 한 센터장은 카카오 뱅크의 소액대출을 금지할 수 없다면 청년들에 한에서 대출 전,후 신용상담을 해주도록 주장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카카오 뱅크 소액대출, 청년들에 대한 신용 상담 전제돼야

최근 카카오 뱅크의 소액 대출과 관련해서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대출 규모가 소액이라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언급, 논란을 빚은 적이 있다.

 한 센터장은 "소액대출의 위험성을 정말 모르고 한 말"이라며 "청년들의 부채 문제 대부분이 실상 손쉽게 대출해 주는 소액대출로부터 시작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뱅크의 초(超)접근성과 대출 편의성 때문에 오히려 청년들의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과잉대출의 여지가 많다는 것.

"소액 대출은 오히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거예요. 과거 그라민 은행이 노벨상을 받았죠. 그것을 그라민 은행이 소액대출에 대해 상환능력에 대한 심사기법이 고도화되어있다는 것을 높이 평가한 거였어요. 소액의 돈을 빌려 주기에 앞서 사람을 만나 어떻게 살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는지, 미래지향적 평가를 했다는 것이 큰 의미가 있었던 거죠. 이런 의미에서 단순히 신용등급으로 기계적 대출 심사를 하는 것보다 소액대출 과정은 굉장히 에너지가 필요한 겁니다."

때문에 소액대출과 관련,  카카오 뱅크의 상품 판매 방식이 매우 위험하고 이에 대한 금융당국 인식이 너무 안일하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비판만 할 순 없어요. 금융기법의 발달이 매우 빠르게 전개되는데 비판만으로 문제의 심각성을 해결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카카오 뱅크가 소액대출 사업을 계속한다면 최소한 소액대출을 해주기 전에 청년들이 신용 상담과 대출 후의 신용 상담을 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와 연계해야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금융을 너무 친화적으로 교육하는 금융기관 중심의 교육 방법은 문제가 있어요. 특히 청년들에게는 금융을 비판적으로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