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스트리아의 유명 디자이너, 라이너 머치(Rainer Mutsch). 출처=라도

라도가 트루 디자이너 시리즈를 선보였다.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협업해 각각의 개성이 녹아 있는 시계 여섯 점을 출시한 것. 시계전문웹진 <타임피스 서울투베이징>은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여섯 명의 디자이너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네 번째 순서로 오스트리아 디자이너 라이너 머치에게 라도 트루 스트라툼을 디자인한 비하인드스토리를 직접 들어봤다. 코펜하겐, 베를린, 비엔나에서 가구, 제품, 산업 디자인을 공부한 라이너 머치는 2008년 자신의 이름을 딴 복합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했다. 신소재와 신기술이 적용된 머치의 디자인은 우아하고 정밀하며 단순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하는 라이너 머치와의 일문일답.

 

당신에게 시간과 시계는 어떤 의미인가?

시간엔 실행 취소 버튼이 없다는 사실이 좋다. 시간의 불가역성은 혼돈 속에서 질서를 만들어낸다. 시간은 우리가 어떻게 사용함에 따라 우리를 정의한다. 그러므로 시계는 인류에게 매우 중요한 도구다. 시간의 추상적인 개념과 한계를 이해하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디자이너의 관점에서도 시계는 흥미롭고 특별한 물건이다. 오랜 시간 동안 우리 몸에 걸쳐 있는 인체공학적 제품이기도 하다. 기계식 시계는 고도의 기술이 집약된 물건이면서도 사용자와 정서적 유대관계를 형성한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잘 만들어진 시계는 몇 세대 동안 지속될 수 있다는 사실도 멋지다.

 

라도는 혁신적인 소재를 잘 다루기로 유명하다. 당신의 작업에 소재가 미치는 영향이 궁금하다

나의 디자인은 소재를 동력으로 한다. 소재는 기술, 기능, 정서를 연결하는 필수 도구다. 올바른 소재 선택은 경제적 측면과 지속 가능성뿐만 아니라 시각적이고 촉각적인 방법으로 가치를 전달하는 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소재는 제품의 제조 방법과 제품의 수명, 장인 정신과 제조업체의 역사를 담고 있다. 소재의 DNA를 이해하고 제조 공정에 대해 배우고 소재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과정은 디자인에 영감을 주는 요소 중 하나다. 산업 디자이너는 어떤 물건에 어떤 소재를 사용할지에 대해 항상 책임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옳고 그른 소재는 없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소재를 얼마나 적절하게, 경제적으로, 똑똑하게 사용하냐는 것이다.

 

디자인한 제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게 무엇인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총력을 다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지금 하는 프로젝트에 사로잡혀 있다. 얼마 전 비엔나 역사지구의 링슈트라세에 대규모 조명 설치 작업을 마쳤고, 요즘엔 의자 디자인을 위한 3D 뜨개질 기법을 실험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탈리아 업체와 함께 새로운 조명 컬렉션도 작업하고 있다. 과거 디자인 중 마음에 드는 건 모래 언덕(DUNE) 프로젝트. 셀룰로스계 섬유 시멘트를 사용해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쓸 수 있는 가구를 제작한 프로젝트다. 좋은 디자인이란 겉모습뿐만 아니라 소재와 관련된 측면도 중요하다. 모래 언덕 프로젝트로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와 굿디자인상을 수상했고, 독일 디자인 어워드와 영국 브릿 인슈런스 디자인 어워드의 후보에도 올랐다.

 

▲ 라이너 머치가 디자인한 트루 스트라툼. 출처=라도

본인만의 디자인 철학은 무엇인지, 트루 스트라툼에 이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알고 싶다

특정한 스타일에 편중하지 않는 편이다. 브랜드 특성을 살린 맞춤형 디자인을 추구한다. 따라서 내 디자인은 고객에 대한 연구, 생산 방법에 대한 조사, 사용하는 소재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다. 트루 스트라툼의 경우, 제조 과정과 주변 밝기에 초점을 두고 디자인했다. 3차원 다이얼 위에 시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을 거듭했고, 고민 끝에 빛의 방향에 따라 변화하는 다이얼을 고안해냈다.

 

시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트루 스트라툼은 입체적인 다이얼을 탑재하고 있다. 중앙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계단 형태의 오목한 다이얼은 3차원의 입체성을 강조한다. 중앙에 위치한 블랙 도트는 다이얼에 그림자를 드리워 디자인에 깊이를 더하고, 케이스부터 브레이슬릿까지 라도의 시그니처 소재인 하이테크 세라믹을 사용해 브랜드의 특성을 살렸다. 계단식 다이얼 위에 단순하고 직관적인 핸즈를 장착해 가독성을 높였고, 기계식 시계의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도록 백 케이스에 작은 유리 창을 설치했다.

 

▲ 트루 스투라툼은 3차원으로 표현한 입체적 다이얼이 특징이다. 출처=라도

시계 브랜드와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인가?

그렇다. 항상 시계 디자인에 도전하고 싶었는데 라도가 기회를 준 것에 대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어려움은 없었나?

주로 가구를 디자인하고 때론 대규모 설치물을 작업하기 때문에 작은 사이즈의 시계를 다루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하지만 프로젝트 내내 시계 디자인의 디테일 수준과 정밀도에 매료됐고, 시계 산업에 사용되는 소재에 대해 배울 수 있어 흥미로웠다.

 

프로젝트를 마치며 라도에 대해 느낀점이 있다면?

스크래치에 강한 첨단 소재를 개발하는 데엔 라도를 따라올 자가 없는 것 같다. 라도는 세라믹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신소재와 첨단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혁신을 거듭하는 라도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거장 디자이너가 만든 시계(1): 스위스 빅 게임 스튜디오

▶거장 디자이너가 만든 시계(2): 미국 인테리어 디자이너 사무엘 아모이아

▶거장 디자이너가 만든 시계(3): 프랑스 디자이너 필립 니그로

 

▶ 지구에서 가장 매력적인 시계 집결지 [타임피스 서울투베이징 홈페이지]

▶ 타임피스 서울투베이징  공식 포스트 [타임피스 서울투베이징 N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