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연구개발(R&D) 인력 중 소프트웨어 비중이 현행 50%에서 70%로 확대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S급 인재 채용, SW 인재 별도 공채 등 잇달아 SW 경쟁력 강화 방침을 내놓았다. 이건희 회장이 나서 독려하는 만큼, 국내 SW 위기를 여실히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그야말로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대기업들은 늦었다며 안절부절이고, 정부는 다양한 정책을 내놓는다. 업계는 냉소적이다. 10년 이상 지속돼 온 논란의 재연일 뿐이라는 평가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로 위기감만 팽배해진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재 모습이다.

애플리케이션 생태계를 만들어 낸 애플과, 구글로라(구글+모토로라)의 등장은 하드웨어에 대한 소프트웨어의 승리라는 점에서 우리에겐 분명한 위기다. 최근 국내에서 SW산업 활성화에 대한 논의가 들불처럼 일고 있다. 정부와 업계, 학계 모두 ‘SW 살리기’에 입을 맞춘다. 또 다른 유행이라는 일부 우려의 다른 쪽에서 ‘이번만은 다를 것’이란 낙관도 있다. 생산적인 논란이 요구되는 이유다.

국내 제1세대 벤처로서 가장 성공적인 모범사례로 꼽히는 업체가 안철수 연구소다. 안연구소는 최근 신사옥 이전을 통해 제2의 출범을 선언했다.

위기에 공감 주체별 ‘상생’ 움직임 확산
지식경제부가 지난해 초 ‘SW 산업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밝힌 우리나라 SW 산업 현실은 참담했다. 세계 시장점유율은 1.8%에 불과했고, 임베디드 SW 국산화율은 1~13%에 그쳤다. IT서비스는 계열사 간 내부거래나 공공시장에 의존한 결과,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고, 글로벌 패키지 SW 기업은 전무했다.

이미 세계 SW 시장 규모는 ’02년 이후 반도체, LCD 등 IT HW 시장을 추월, 전체 IT시장의 약 1/3인 1조달러(’08)로 성장한 상태다. 아이폰 사례처럼 제품 경쟁력의 중심이 HW에서 SW로 급격히 이동하는 추세이기도 하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지난 3월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SW 산업 경쟁력은 OECD 19개국 중 14위다.

한국 SW 산업의 규모(213억달러), R&D 투자액(8억달러), 효율성(63점) 모두 OECD 평균(산업 규모: 568억달러, R&D 투자액: 25억달러, 효율성: 72점)보다 낮았다. 1억원의 산출물을 생산하는 데 SW를 얼마나 활용하는지를 측정한 SW 활용도지수에서도 한국은 13점으로 미국(41점), 영국(40점), 일본(33점) 등 SW 선진국의 1/3 수준에 불과했다.


현재 정부는 ▲SW 생태계 재편 ▲SW 융합 수요창출 ▲SW 인재양성 및 일자리 창출 ▲SW 기술역량 제고 ▲SW 해외수출 지원 등 SW 산업 활성화 방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수조원 규모가 투입될 정부의 중소기업 중심 신(新)성장동력 프로젝트에 소프트웨어가 풍력, 태양전지, 줄기세포 등과 함께 포함된다는 소리도 들린다.

민간기업 차원의 대응도 발 빠르다. 지난달 KT는 국내 SW 산업 활성화를 위한 ‘3행(行) 전략, 즉’ ▲SW 가치판단 혁신 ▲SW 개발여건 지원 ▲SW 시장진출 지원을 선언했다. 실리콘밸리 내 SW 수출 거점 확보 계획도 내놓았다.

지난 1일 SK텔레콤 자회사로 분사한 SK플래닛 서진우 대표는 11일, “국내외 많은 개발자들과 오픈 API 등을 통한 기술 차별화를 지속 진행, 글로벌 진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미달 사태로 체면을 구긴 대학 SW학과 응시도 느는 추세로 알려졌다. 2년 전 아이폰이 우리 IT산업을 깨웠다면, 구글로라 등장 등 최근 급변하는 글로벌 IT는 국내 IT 체질 자체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하는 셈이다.

건강한 SW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각 플레이어들의 행보가 1차 벤처붐을 비롯, 이후 움직임들과는 분명 차이를 보인다는 해석은 이 때문이다. 각 주체 간 상생을 위한 공동 노력이 필요함은 물론, 말할 나위 없다.

IT전문가·CEO들의 말…말…말…
“한국 SW산업 위기 진원은 HW 편식”

“스마트폰과 클라우드 컴퓨팅이 결합해 모바일 컴퓨팅 시대가 도래하는 현 상황에서 SW 산업은 엄청난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일선 기업들의 SW에 대한 인식 변화를 시작으로 SW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이 좌절하지 않고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 이석채 KT 회장. 지난 5일, ‘IT CEO 포럼 제12차 조찬세미나’

차상균 서울대 교수

“국내 시장 위주의 국산 SW 육성 정책과 단순한 인력 양산 프로그램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글로벌 SW 산업의 추세를 이해하면서 선제적으로 전략 전술을 책임 있게 실행할 수 있는 리더십 역량이 필요하다.”
- 차상균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과 교수. ‘IT CEO 포럼’

“대한민국 IT 산업의 문제점은 첫째, 투자가 없고 시장도 없다. 둘째, SW에 대한 불법복제 등 지식산업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SW 소유권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셋째, 부적절한 제도 및 관행으로 SW 산업에 대한 뒷받침이 부족했다.”
- 김진형 카이스트 교수. ‘IT CEO 포럼’

“대기업 SI 업체에 대한 강력한 제제 조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국내 SI 중소기업은 고사하거나 대기업 SI 업체의 용역 업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 이명규 의원. 9월 20일 국회 지경위 중기청 국감

“이번 보고서는 그간 HW에 편중됐던 IT 환경에서 비롯됐다. 향후 SW 산업 발전을 통해 해당 산업으로의 인재 진입과 개발자들의 의지를 높여 양질의 산업 발전을 지속할 수 있는 장려 정책이 요구된다.”
- 박선정 BSA 한국 의장. 9월 27일, 한국 IT경쟁력 19위 추락 보고서 발표

“삼성전자 ‘바다(bada)’가 노키아 심비안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개발 과정 전체를 공개해야 한다. 그냥 웹 사이트에 공개한 오픈소스는 의미가 없다.”
- 헤럴드 웰테 GPL바이올레이션스 설립자. 지난 5일 언론 인터뷰

“우리나라는 HW에서는 큰 성공을 거둬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도 내놓았지만, SW·서비스 분야에서는 부족하다. 네이버 지식인이나, 다음 카페, 네이트온 등은 자체 수출을 못하고 벤치마킹 대상이 돼 남 좋은 일만 했다.”
- 서진우 SK플래닛 대표. 11일 기자간담회

"컴퓨터 산업 환경 자체가 빠르게 변해 수요자 중심 교육이 필요하고 원천기술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교육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대학에서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커리큘럼을 바꿔주고 보안해야 한다.”
- 류지성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

사진캡션
1. 국내 제1세대 벤처로서 가장 성공적인 모범사례로 꼽히는 업체가 안철수 연구소다. 안연구소는 최근 신사옥 이전을 통해 제2의 출범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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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주 기자 yjpa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