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경부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WBS는 국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SW 업체 발굴 취지에도 불구, 운용상 일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국내 SW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만큼 정부의 정책 실패와 실기 또한 뼈아프다는 게 업계 공통된 목소리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초 범정부 차원에서 내놓은 ‘SW 종합대책’. 2년 가까이 지난 지금, 혹자는 “표류하고 있다”고 폄하한다.

무엇보다 국내 SW 산업의 붕괴는 이명박 정부 들어서 정보통신부를 해체하고 ‘정부 쪼개기’에 나선 후과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토건산업으로 대표되는 지난 4년, SW는 물론 IT 전반에 대한 홀대가 국가 IT 경쟁력 하락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SW 산업 속성에 대한 몰이해가 초래한 당연한 결과라는 쓴소리가 많다.

현재 SW 관련 업무는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흩어져 있다. 산업적 관점의 지경부와 규제 차원의 방통위를 오가는 SW업체의 고충은 더 말할 나위 없다. “나서지 마라, 될 일도 안 된다”는 정부를 향한 힐난이야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의지조차 없다는 데 현 국내 SW 산업의 한숨이 깊다. ‘SW를 모르는 정부’에 대한 우려도 계속된다.

나눠먹기식 WBS 프로젝트, 업계 비판
지경부 정책에 대한 업계 우려는 최근 모바일OS 개발 방침에서도 불거졌다. IT?SW분야 당면 과제 해결을 위한 지난 8월 행정안전부와의 실국장 협의회에서 지경부 김재홍 성장동력실장이 “모바일OS 개발에 나서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지경부는 10월 중 WBS(World Best Software) 프로젝트에 이를 포함시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삼성과 LG전자 등이 참여하는 오픈형 OS 개발 컨소시엄 구성 구상도 이때 나왔다. 즉흥적인 아이디어, 여전한 구시대 발상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SW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우려도 함께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나 구글 OS 대항마로 자체 OS를 개발하겠다는 발상은 순진 그 자체”라며 “지경부가 앞세운 건강한 SW 생태계 조성과도 거리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WBS 자체 문제점을 꼬집었다. “지경부가 WBS 프로젝트 결과에 책임을 안 지려고 교수에게 의사결정을 위임하는 것 같다”며 “이 때문에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 나눠먹기식 예산 분배 등 부작용이 많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그 대안으로 프로젝트 선정 과정에서 산업계 의견을 강하게 반영하고, 전문업체가 해당 과제를 수행토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프로젝트와 전혀 무관한 업체가 신규사업으로 과제를 따내는 사례도 봤다는 이 관계자는 “심사위원 로비만 잘하면 된다는 얘기도 파다하다”고 전했다.

WBS 프로젝트는 지난해 2월 지경부가 SW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립한 'SW강국도약전략'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대형 SW R&D 사업이다. 주력산업 고부가가치화의 핵심인 제조업 분야 SW(Embedded SW)는 국산화율이 1∼15% 수준에 그치는 등, 전반적으로 낙후된 국내 SW산업 경쟁력 제고 필요성에서 WBS 사업이 시작됐다. 지경부는 지난해 7개 과제에 이어 지난 7월, 올해 WBS 2차사업 5개 컨소시엄과 사업협약식을 체결했다.

내년 초 설립을 목표로 한 정부 차원의 ‘SW뱅크’(가칭)의 표류도 한 예다. SW 자산의 원활한 거래를 위해 공공?민간부문이 함께 한다는 바람직한 취지에도 불구, 예산 확보 및 규제의 또 다른 형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눈에 보이지 않는' SW 특성을 십분 이해하는 'SW 정부'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 된 건 이미 오래됐다. 예전 정통부 진대제 장관 시절 'IT839' 시절, 잠깐 SW산업이 반짝했던 걸 빼면 SW 육성은 여전히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개발 독려보다는 가능성에 대한 지원이 더 필요한 때라는 지적은 이런 현실 속, 그나마 찾은 대안이다.

네오엠텔 김윤수 대표는 “인위적인 (OS 등의) 개발 지원보다는 테스트베드로서 최적인 한국 상황을 고려, 검증된 앱이나 SW의 해외 판매를 지원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며 “스마트 시대에 그런 역할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전문가 제언 | 송상효 한국공개SW협회 부회장
“새마을운동 닮은 5개년 계획 필요”

송상효 공개SW협회 부회장은 “정부가 새마을운동과 같은 ‘SW발전5개년계획’을 강력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정부가 나서 새마을운동처럼 ‘SW발전 5개년 계획’을 수립, 시행해야 합니다. 5년이면 5년, 기간 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해야 SW 산업 활성화도 이룰 수 있습니다.”
공개 SW 분야 오랜 이력을 쌓아온 송상효 한국공개SW협회 부회장(비즈커널 대표)의 제언이다. 이는 일관성 없는 정부 SW 정책을 염두에 둔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SW 특성상 결과물에 책임을 묻지 않는 정부 지원은 말 그대로 다수 ‘눈먼 돈’에 그쳤다.

SW 제값 주기에 인색한 정부 행태도 도마 위에 올렸다. 제 식구 감싸는 국산SW 과보호 역시 비판대상이다. 글로벌SW 육성에 들어갔어야 할 돈이 일부 ‘국내용’ SW에 대거 투입됐다는 것이다. 아이폰 도입을 계기로 SW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가 도입한 WBS 예산 축소를 한 예로, 송 부위원장은 “제목만 달라지고 지원방식은 옛날과 달라진 게 없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SW 기업 속성 이해도 면에서도 송 부회장의 점수는 짜다. “10점 만점에 2~3점”이란 답이 돌아왔다. SW를 HW에 들어가는 공짜 제품이라고 생각하는 의식 변화를 먼저 요구했다. ‘융합’ 역시 HW를 전제로 한 SW 논의로, SW 기업을 이해 못하는 정부의 자체 판단에서 모든 문제가 파생한다는 게 송 부회장 지적이다.

SW 전문 부처의 신설도 한 대안으로 제시한다. 국무총리나 대통령 직속의 위원회 형태로든 SW 주도 정책을 세워 지속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일개 ‘과’가 SW 전반을 컨트롤하는 현 상황 속, 결국 ‘의지’의 문제라고 그는 덧붙였다.

민간에 존재하는 PMO(Project Management Office) 도입을 통한 정부의 SW 프로젝트 관리 필요성도 제시했다. SW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SI(시스템통합) 업체가 현재 PMO 역할을 하는 데 대한 부작용 해소 차원이다.

“SW가 뭔지 알아야 가치를 알고, 가치를 알아야 투자도 이뤄진다. 우린 그걸 해본 적이 없다. 시스템도 모르고, 가치도 모르는 데다 SW 담당이 바뀌면 프로젝트가 끝나버리는 악순환이 거듭된다.” 송 부회장의 또 다른 진단이다.

박영주 기자 yjpak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