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사물인터뷰 - 그 물건과 은밀한 대화. 엑스박스 원 엑스(Xbox One X) 편.

광화문 근처에 강력한 녀석이 숨어있단 소문을 들었다. ‘저 건물 아닌가.’ 소문 따라 다다른 장소는 한국 마이크로소프트 본사.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 작은 방으로 갔다. 엑스박스(Xbox)룸이다. 녀석이 모습을 보였다. 힘 센 괴물 같은 겉모습은 아니다. 미니멀리즘 조각처럼 심플하고 우아하다. 정체가 뭘까.

▲ 사진=노연주 기자

PLAY G - 네가 소문으로만 듣던!

엑스박스 - 뭔 소문을 들었길래. 안녕. 난 엑스박스 원 엑스. 엑스박스 시리즈 최신 모델이야. 엑스박스 알지?

PLAY G - 엑박 알지. 나 구엑박 유저였어.

엑스박스 - 구엑박이라니, 전문용어 나왔네. 엑스박스 첫 모델 출시가 2001년 아니었나? 세월 참 빠르네.

PLAY G - 나이 먹은 만큼 철들었겠네.

엑스박스 - 기계는 철들지 않아. 업그레이드될 따름이지. 난 현존 가장 강력한 콘솔 게임기야. 게이머한테 제대로 된 4K 게이밍 경험을 주기 위해 태어났지. 4K는 풀 HD에 비해 해상도가 4배 높아. 그래픽 어마어마하겠지?

▲ 사진=노연주 기자

PLAY G - 감이 안 잡히는데. 스펙이 좋단 얘기지?

엑스박스 - 물론. 2.3Ghz 8코어 커스텀 AMD CPU(중앙처리장치)에 12GB GDDR5 그래픽 메모리를 장착했어. 4K UHD 블루레이, 4K 스트리밍 기능을 지원해. HDR(High Dynamic Range)랑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도 지원하고. 4K 비주얼에다가 3D 공간 음향까지 체험할 수 있지. 엑스박스 사상 가장 강력한 하드웨어!

PLAY G - 더 감이 안 잡히는데. 자신감은 엄청난 걸로 해두자. 그런데 나 4K TV 없어. 그럼 네가 무용지물 아닌지.

엑스박스 - 4K TV? 없어도 괜찮아. 슈퍼샘플링 기능이 있거든. 4K 게임을 풀 HD TV 성능에 맞게 조정해주는 기능이지. 4K TV로 플레이하는 것 못지 않은 섬세한 그래픽을 확일할 수 있을 거야.

PLAY G - 기습 질문. 엑스박스 원 에스(Xbox One S)랑은 뭐가 달라?

엑스박스 - 일단 크기가 작아졌지. S엔 없지만 내겐 있는 걸 얘기하면 되겠군. 6테라플롭(Teraflops)의 그래픽 처리 능력, 60FPS급 4K 영상 스트리밍·녹화, 모든 프레임 초당 326GB의 메모리 대역폭, 40% 향상된 전력 등등. 어쨌든 더 나은 4K 게이밍 환경을 갖추는 데 주력했어.

▲ 사진=노연주 기자

PLAY G - 뭔가 대본 외운 느낌인데?

엑스박스 - 내가 시리도 아니고.

PLAY G - 기습 질문 2. 플레이스테이션4 프로랑 누가 더 낫다고 생각해?

엑스박스 - 노코멘트. 경쟁사랑 싸움 붙이는 기사 쓰려고 그러지?

PLAY G - 똑똑하군. 그런데 네 성능보단 어떤 게임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거 아닌지.

엑스박스 - 맞아. 나는 엑스박스 사상 가장 방대한 라인업을 지원하지. 1300여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어. 매일 게임 하나씩 해도 3년 넘게 걸릴 정도. 독점작은 220개 이상이야. 나랑 ‘포르자 모터스포츠7’, ‘슈퍼 럭키스 테일’, ‘피파 18’,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 ‘콜오브듀티: 월드워2’ 같은 꿀잼 게임들 해보지 않을래?

▲ 사진=노연주 기자

PLAY G - 난 배그 하느라 바빠.

엑스박스 - 배틀그라운드? 그럼 딱이네. 올해 12월12일에 배틀그라운드 콘솔 버전이 엑스박스 원으로 독점 출시되거든. 나랑 치킨 뜯자.

PLAY G - 좋아. 그런데 너 비싼 몸이잖아. 나 흙수저임.

엑스박스 - 50만원대. 고성능 게이밍 PC 장만한다고 생각해봐. 100만원 훌쩍 넘을걸? 고사양 게임을 즐기려면 오히려 콘솔이 저렴하지 않을까?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한국에도 많은 듯해. 내 1차 물량이 모두 팔렸다고 하더라고. 구엑박에 대한 향수가 조금이라도 남아있다면 날 데려가지 그래?

▲ 사진=노연주 기자

#POINT 엑스박스 원 엑스가 날 준비된 레이싱 시트에 앉혔다. 화면엔 ‘포르자 모터스포츠 7’을 띄웠다. 구엑박으로 포르자 시리즈 첫 타이틀을 했던 데 엊그제 같은데. 폭스바겐 골프 R을 타고 독일 뉘르부르크링을 돌았다. 섬세하게 표현된 트랙과 차량. 실제 도로에 나와 있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로 그래픽이 어마어마하다. 빠져든다.

짧은 만남이었다. 애써 뿌리치고 나왔는데 자꾸 생각나더라. 첫인상을 요약하자면 미래 지향적인 게임기란 생각이 들었다. 현재보다는 앞으로 개발될 게임을 염두에 둔 스펙인 까닭이다. 오리지널 4K 타이틀이 마구 쏟아진다면 엑스박스 원 엑스 잠재력도 함께 폭발하겠지. 게다가 가상현실(VR) 디바이스와도 호환되지 않는가. ‘아, 할부 각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