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콜라스 호프만(Nicholas Hofmann) 모저앤씨 세일즈 디렉터.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유명한 것도 좋다. 그러나 때론 아는 사람만 아는 것이 더 매력적이다. 스위스 독립 시계 브랜드 모저앤씨가 그렇다. 롤렉스, 까르띠에, 오메가처럼 누구나 아는 시계 브랜드도 아니고 파텍필립, 오데마 피게, 바쉐론 콘스탄틴만큼 유명하지도 않지만 쟁쟁한 명품 시계 브랜드들 사이에서 자신만의 색깔과 뛰어난 기술력,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이슈 메이킹으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모저앤씨가 궁금한 독자들을 위해 시계전문웹진 <타임피스 서울투베이징>은 니콜라스 호프만(Nicholas Hofmann) 모저앤씨 세일즈 디렉터를 만나 모저앤씨와 시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내한 기념 단독 인터뷰다. 이하는 그와의 일문일답.

 

모저앤씨의 슬로건 ‘Very rare(매우 드문)’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달라

보통 시계 브랜드 로고엔 브랜드 이름과 설립연도, 워치메이킹에 대한 포괄적인 용어들이 적혀있다. 그러나 우리는 조금 더 재밌는 방식을 시도하기로 했다. 로고에 모저앤씨가 어떤 브랜드인지 한 마디로 보여주는 슬로건 ‘Very rare’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모저앤씨는 세 가지 측면에서 ‘Very rare’하다. 첫째, 모저앤씨는 가족기업이다. 이는 대다수의 브랜드가 그룹 기업에 속해있는 시계 업계에서 매우 드문 경우다. 가족기업은 비즈니스, 언론 홍보, 고객과의 소통 방식이 그룹 기업들과 전혀 다르며, 우리만의 기업가 정신이 있다는 점이 자랑스럽다. 둘째, 모저앤씨는 모든 것을 인하우스로 제작한다. 많은 브랜드들이 자신들을 인하우스 매뉴팩처 브랜드라고 소개하지만, 사실 그 의미 자체가 불분명할뿐더러 대다수는 이를 잘못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모저앤씨는 인하우스 매뉴팩처 브랜드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우리는 메인 플레이트와 브릿지 같은 무브먼트 부품부터 시계의 심장인 밸런스 휠과 헤어 스프링까지 전부 자체 제작한다. 이 또한 매우 드문 경우다. 셋째, 모저앤씨의 시계는 기발하다. 많은 시계 브랜드들이 화려하고 복잡한 시계를 선보인다. 하지만 사람들은 도대체 이게 무슨 기능인지, 이 기능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의아해한다. 그래서 우리는 복잡한 기능의 시계도 간결하게, 조작하기 쉽게 만든다. 모저앤씨의 퍼페추얼 캘린더는 전 세계에서 조작이 가장 쉬운 퍼페추얼 캘린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점에서 모저앤씨는 ‘Very rare’하다.

 

모저앤씨에 대해 노골적으로 묻겠다. 연평균 생산 수량과 직원 수, 평균 가격대를 알려달라

1년에 대략 1200점 정도 생산한다. 생산량은 점차 늘릴 계획이다. 특히 엔트리 라인인 파이어니어 컬렉션에 주력해 젊은 층에게도 독립 시계 브랜드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스위스 독립 시계 브랜드의 시계는 대체로 상당히 고가인 탓에 진입 장벽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직원 수는 55명이다. 그중 35명이 생산 라인에 몸을 담고 있다. 홍보팀 직원은 단 한 명이다. 이 수치만 봐도 모저앤씨가 시계 연구, 개발, 제조에 얼마나 집중하는지 감이 올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한국인 워치메이커가 근무한다는 것이다(웃음). 모저앤씨의 평균 가격대는 3500만원 수준이다. 1500만원대 엔트리 라인부터 10억원을 호가하는 하이엔드 워치까지 가격 범위는 꽤 넓은 편이다. 대부분의 시계는 1억원 미만이다.

 

▲ <파이낸셜 타임스>에 실린 모저앤씨 광고. 출처=키오스코

하이엔드 워치메이커 홍수 속에서 모저앤씨만의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지?

앞서 말했듯이 우리는 ‘Very rare’하다. 제품 자체나 사업 운용 방식뿐만 아니라 광고하고 소통하는 방식 또한 타기업과 구별된다. ‘Very rare’ 슬로건을 사용한 첫 번째 광고를 예로 들자면 이렇다. 당시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에 모저앤씨 광고가 실렸는데, 그때 광고 문구가 “모저앤씨의 시계는 희귀해서 모저앤씨 광고에조차 등장하지 않습니다”였다. 광고 페이지에 시계가 아예 등장하지 않은 것이다. 처음엔 이 광고 때문에 주요 파트너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다. 제품 없는 광고가 말이 되냐며, 모두가 그렇게 하는 덴 이유가 있다며 말이다. 실제로 모든 시계 광고엔 로고와 제품이 빠지지 않는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천편일률적인 시계 광고 사이에서 오직 한 문장의 글만 실린 모저앤씨의 광고가 등장하자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도대체 모저앤씨가 무엇인지 알고자 하는 사람들 덕에 웹사이트 유입이 늘어났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차이를 만든다. 획일화된 것들에 대해 도전하고,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각도에서 사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모저앤씨가 애플워치를 패러디한 기계식 시계를 선보이고, 스위스 치즈로 시계를 만든 일화는 유명하다. 다양한 스페셜 한정판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시계와 그 이유는?

벤츄라 스몰 세컨즈 XL 퓨리티 코스믹 그린. 전 세계 50점 한정 모델이다. ‘초록색’하면 보통 스타일링하기 어려운 색이라고 생각하지만 모저앤씨의 그린 다이얼 워치는 수트와도 잘 어울린다. 엔데버 투르비옹 콘셉트도 마음에 든다. 많은 하이엔드 워치메이커들이 지나치게 장식된 투르비옹 시계를 선보인다. 하지만 투르비옹 시계의 아름다움은 투르비옹 그 자체에 있다. 모저앤씨의 엔데버 투르비옹 콘셉트는 펑키 블루 컬러 다이얼 위에 투르비옹만 올려져 있다. 그 흔한 로고도, 인덱스도 없다. 그러나 강렬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 엔데버 투르비옹 콘셉트. 출처=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독특한 아이디어와 영감은 어디에서 얻나?

에두아르 메일란(Edouard Meylan) 모저앤씨 CEO는 매우 창의적이다. 그는 브랜드의 위치를 어떻게 선정해야 할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전해야 할지에 대한 명확한 생각을 갖고 있다. 그의 창의성에 덧붙여서 우리는 1년에 한두 번씩 브레인스토밍 세션을 갖는다. 세일즈, 마케팅, 생산 부서, 때론 워치메이커와 유통 협력자 등 대여섯 명의 사람이 모인다. 브레인스토밍 세션은 회사 외부에서 하루 종일 진행되며, 각자 다른 관점에서 내놓는 아이디어를 종합해 신제품이나 새로운 플랫폼을 채택한다.

 

시계 업계의 진중한 이슈를 위트 있게 꼬집는 데 일가견이 있다

이야기는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스위스 중앙은행이 최저환율제를 폐기했다. 그 결과 스위스프랑의 가치가 20% 정도 상승했고, 모저앤씨의 CEO는 스위스 중앙은행에 매우 냉소적인 편지를 썼다. 언론사를 통해 전달한 공개적인 편지였다. 편지의 내용은 이랬다. “고맙다. 당신 덕분에 우리의 인생은 더 복잡해졌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많은 경제지에서 이 편지를 다뤘고 우리 브랜드에 대한 설명이 자연스레 언급됐다. <파이낸셜 타임스>, <블룸버그>, <스칸디나비안 프레스> 등 다양한 매체에서 모저앤씨 CEO의 편지가 다뤄지면서, 우리는 블룸버그와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유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는 기자들에게 매우 흥미로운 사건이었다. 공식 보도 자료를 통해 브랜드와 제품을 소개한 것이 아니라 뉴스 토픽이라는 새로운 각도로 브랜드를 알렸기 때문이다. 우리는 뉴스거리가 사업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경험했고, 그 이후로 새로운 주제가 있을 때마다 브랜드와 어떻게 결합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동시에 틀 밖에서 생각하려 한다. 지난해 시계 업계에서 스마트워치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자 몇몇 명품 시계 브랜드는 스마트워치를 개발했지만 우린 애플워치를 패러디한 순도 100% 기계식 시계를 출시해 시계 업계에 위트 있는 한 방을 날렸다. 또한 올해 초 수정된 스위스 메이드 인증 규정(시계 구성 부품의 최소 60%가 스위스에서 제조된 제품에 한해서만 ‘SWISS MADE’라벨을 부착할 수 있음)에 항의하는 의미로 100% 스위스 치즈를 사용한 시계, 스위스 매드 워치를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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