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인서적이 회생을 마무리했다. 송인서적은 2017년 11월 28일 서울회생법원의 회생 종결 결정을 받았다. 송인서적은 이제 법원의 관리∙감독을 벗어나 자율적으로 회사를 경영할 수 있게 됐다. 송인서적의 채무 변제는 인터파크의 투자금으로 이뤄졌고, 이제는 인터파크가 송인서적을 인수해 경영한다.

송인서적은 이후 ‘인터파크 송인서적’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날 예정이다. 송인서적의 향후 과제는 회생계획에 있는 내용을 수행하는 것과, 인터파크의 인수 이후의 송인서적의 효율적인 통합과 경영의 문제가 남게 됐다.

송인서적의 회생 사건은 올해 서울회생법원이 세워진 이후 처음으로 회생신청 이전에 인수예정자(인터파크)가 있었다는 것에 의미를 갖는다. 한편 송인서적의 회생신청 자체가 도서 시장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하기도 했다. 송인서적은 국내 2위의 도서 도매업체다. 어찌보면 단순한 도매상 정도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채권자의 숫자만 2600여개에 이르는 영향력이 큰 회사였다. 국내의 유명한 출판사들은 대부분 채권자에 포함됐다. 그러나 채권자들 중 다수는 영세한 출판사나 서점들이었다.

송인서적 사건의 이해관계인은 소수의 잘 나가는 출판사와 금융기관, 다수의 영세한 출판사나 서점들로 분류할 수 있다. 송인서적의 도산은 다수의 영세 출판사나 서점들의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송인서적이 도산한다면 영세 출판사나 서점들이 도서 유통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었다. 이는 국내 도서 시장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들이 많았다.

이에 송인서적의 회생 성공은 출판사나 서점들의 안정적인 유통망 유지와 출판시장의 상생모델 구현에 기여했다는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새롭게 태어나는 ‘인터파크 송인서적’이 향후 이러한 송인서적 회생 성공의 의미에 부합하는 행보를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송인서적의 회생 절차를 돌이켜본다. 백가쟁명이라는 말이 있다. 백 명의 사람이 있으면 각기 소리를 낸다는 의미이다. 송인서적의 회생 사건에서는 이해관계인이 2600여명이니, 얼마나 다양한 소리들이 있었겠는가? 그 절차의 복잡성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송인서적의 임직원들이나 대리인 변호사에게 회생절차에서의 처음 3개월은 그야말로 전쟁터에 있는 것과 같았다. 다수의 사람들의 말과 글이 무기가 된 전쟁터였다. 송인서적을 살려야 한다는 의지와 당위만으로는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고 그때그때 답을 주는 것이야 말로 버거운 현실이었다. 세상에 말과 글을 알리는 이해관계인들에게, 또 다른 말과 글로 설득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물론 2017년 7월에 인터파크가 송인서적의 인수자로 확정되고, 2017년 8월에 회생계획안을 통해 채권자들의 구체적인 구제 방안이 마련되면서, 채권자들이나 시장의 우려는 점점 완화되어 갔다. 그러나 채권자 중에서는 여전히 송인서적의 회생절차로 인한 본인에 대한 피해가 어느 정도일지에 대해 가늠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리고 상당수 채권자가 송인서적에 직접 본인의 채권이 인정되는지, 본인의 구제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는 문의를 해 왔었다.

송인서적의 회생 절차에서는 2회의 설명회와 1회의 관계인집회가 있었다. 법원 밖에서 이해관계인들을 모아서 2번의 설명회를 가졌다. 물론 공식적인 설명회 이외에도 개별적인 설득과 협상은 이루 셀 수 없을 정도였다. 두번째 설명회에서 이해관계인들의 질문태도가 첫번째 설명회보다 많이 온화해지고, 송인서적의 과거보다는 미래를 묻는 질문이 많아진 것을 느꼈다. 그리고 송인서적의 회생이 인가된 법원에서의 관계인집회에서는 특별한 질문이나 이의 제기 없이 비교적 무난하게 진행됐다. 송인서적에서 이해관계인들을 설득하고 이해를 구한 노력의 결과임을 알 수 있었다.

마치 헤겔의 정반합의 원리가 현실에서 구현되는 것과 같은 희열을 느낀 순간이었다. 결과는 회생담보권자 97.95%, 회생채권자 77.55%의 압도적인 찬성이었다.

송인서적의 회생 절차는 신록이 시작될 무렵 시작되어 첫눈이 내린 이후에야 마무리됐다. 사실상 사계절을 다 경험하고서야 새로운 송인서적은 봄을 맞이하게 됐다. 인터파크가 송인서적을 인수해 송인서적을 새롭게 단장하고 발전시킬 일만 남았다. 앞으로 ‘인터파크 송인서적’의 새로운 발전과 도전을 기대해 본다.

송인서적과 함께 한 사계절 동안 최선을 다하고자 했지만 부족했던 필자를 다시 생각하고, 송인서적의 회생과 함께 했던 기간의 추억과 보람을 회상하면서 이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