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기업과 자본가가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전문가 그룹 일각에서 `사회혁신채권`의 아이디어를 제시해 눈길을 끈다.

사회혁신채권(SIB, Social Impact Bond)은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기업 등이 투자를 하고 전문 민간 운영 기관이 사업 성과를 내도록 정부나 지자체가 투자 보증하는 일종의 조건부 채권이다. ‘사회성과연계채권’이라고도 하는 이 모델은 사회문제를 투자 상품화한다는 것이 핵심 개념이다.

SIB는 지난 2010년 영국의 한 지방자치단체가 증가하는 재범률로 교도소 수용인원이 증가하고 예산 낭비가 심해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혁신채권을 고안했다. 시는 유치한 기업 투자자금을 바탕으로, 민간단체에 출소한 전과자를 위한 갱생 프로그램을 맡겨 성과를 냈다. 

영국 Social Finance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SIB는 2017년 11월 기준 총 89개의 사업에 약 3629억원이 투자됐다.

정부도 지난 10월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면서, SIB를 활용한 사회 성과보상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사회혁신채권의 기본 구조도, 출처=경기도청

SIB를 가계부채 문제에 접목하는 방식은 우선, 펀드자금을 채무 및 재무를 전문적으로 상담하고 교육할 수 있는 운영기관에 투자해 가계부채 증가를 미연에 방지하는 모델을 생각할 수 있다.  정부는 대출 규제하는 방식으로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고 민간에서 개인별 맞춤형으로 가계부채 발생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비전문가인 공무원이 주도하도록 방치하지 않고, 채권자 또는 은행의 입장을 지나치게 고려하는데 따른 편파 시비도 막을 수 있다. 

한국사회혁신금융 박정환 상임이사는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나 지자체가 해야 할 사업을 인증된 전문 민간 채무 상담 단체를 통해 사업하는 모델"이라며" 이때 사업에 필요한 자금은 기업과 개인 투자자들이 투자한 돈이며, 사업 성과가 생기면 국가나 지자체가 예산으로 사실상 투자들에게 지급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공기관이 투입해야 할 예산을 전문성 있는 채무 상담 기관이나 단체에 사업을 맡기고 여기에 투자한 기업들과 개인들에게 수익을 가산해 환원해 준다는 것이 박 이사의 설명이다.

이 같은 방식은 공공기관보다 채무 상담에 특화된 단체가 사업을 수행한다는 점과 기업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도록 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박 이사는 "가계부채 문제는 미리 재무관리를 통해 빚이 늘지 않도록 교육과 상담이 필요하고 연체에 직면한 중산층이 취약계층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방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사회혁신채권에 기한 사업모델이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계부채라는 사회적 문제를 SIB투자를 받아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점도 있다. 

현재 서울시는 발달장애 아동을 위해 SIB사업을 진행 중이고 경기도는 취약계층을 위해투자자를 모아 사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경계선 지능 아동들의 상담치료를 위해 총사업비 약 14억원을 들여 사회혁신모델 사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경기도는 도내 취약계층의 기초수급 상황 탈출을 지원하기 위한 모델로서 취약계층의 가계부채 문제 해결이 간접적으로 접목된 사업이다. 경기도는 이 사업에 총 18억원의 예산집행을 계획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향후 이 사업모델에서 일반 수급자의 20%이상이 수급자 지위에서 벗어나면 본래 이 사업에 지출할 예산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경기도의 SIB방식 탈 수급 사업「해봄」프로젝트, 자료=사회혁신금융 제공

사회혁신채권은 이해관계인이 많아 이해 조율에 시간과 에너지가 소비되고, 사업모델에 따라 그 성과를 측정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단점도 지적된다.

이에 대해 박 이사는 "가계부채 문제는 채무로 인한 정신적 빈곤과 같은 비재무적 영역,  부채 초과라는 재무적 영역이 함께 있다. 비재무적 영역은 생활의 만족도, 재무적 영역은 자산 증가로 평가할 수 있다"며 “가계부채 문제에 SIB가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