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의 시대에는 플랫폼을 가져야 하고 시장을 선점해야 합니다. 또한 기술 공개와 공유도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세계를 염두에 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보험분야 전문가이자 4차 산업혁명 분야 전문가인 김준호 제주모터스대표가 밝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생존전략이다. 김 대표는 이코노믹리뷰 서면인터뷰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다양한 기술이 필요해지는 데다, 기술의 주기는 더욱 짧아지고 있다. 매일 신기술이 나오는 현 실정에서 하이브리드(융복합)한 사고와 그에 따른 대응 전략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철학과 경험을 바탕으로 최근 <4차 산업혁명시대 기업의 생존 전략> 이라는 책을 펴냈다.

1989년 삼성화재에 입사하면서 보험인의 경력을 시작한 그는 2000년 인터넷이 활성화되고 온라인 시장이 태동하자 온라인 금융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다. 4년간의 사업 활동을 통해 얻은 것은 새로운 사업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지식과 경험, 유연성이었다. 그는  이후 다시 보험업계로 돌아와 온라인 금융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얻은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신개발성장부서에서 일했다. 그리고 그는 2015년 제주모터스라는 자율주행전기자동차 회사를 설립했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그는 그의 말대로 하이브리드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중이다.  4차 산업혁명과 자율주행자동차의 시대에 개인과 기업의 생존전략이 무엇인지 궁금해 그게 물어봤다. 다음은 서면으로 한 일문일답.

▲ 김준호 제주모터스 대표. 출처=제주모터스

-제주모터스는 어떤 회사인가.

제주모터스는 3D프린터로 자율주행전기버스를 생산하는 미국의 로컬모터스가 모기업인 회사이다. 우리는 로컬모터스의 마이크로팩토리를 한국에 도입해 기존 공장의 패러다임을 바꿀 분산제조공장을 건설하고, 자율주행전기소형버스를 생산하고자 한다. 현재의 비즈니스모델은 자율주행전기소형버스를 생산하는 것이지만, 향후에는 자율주행 승용차뿐 아니라 3D프린터로 생산이 가능한 모든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제주모터스가 분산제조공장의 형태를 지향한다. 분산제조공장이란 소형 규모지만 제조업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공장 개념이다. 기존 공장은 특정 제품만을 생산하는 대량생산체계에 최적화돼 있다.  분산제조공장은 다품종 소량생산체계로 공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스템이다.

-제주모터스를 설립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저는 2014년 처음 로컬모터스를 대했다. 당시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나오지도 않은 때였다. 로컬모터스는 제가 찾는 미래 비즈니스모델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었다. 우리보다 먼저 변화를 인지하고 그에 맞는 사업모델을 만든 게 부럽기도 했지만, 생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사업모델을 도입하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제주모터스가 현재까지 거둔 성과는 무엇인가.

2016년 로컬모터스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으며 현재 계약을 준비 중이다. 계약이 성사되면 내년  상반기에 자율주행전기소형버스인 '올리(Olli)'를 한국에서 생산하고 아시아에 수출할 계획이다.  저는 현재 자동차시장에서 자율주행이 3년 안에 변곡점을 지날 것이라고 본다. 자율주행전기자동차가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예측하며, 이를 준비하고 있다.

▲ 제주모터스와 로컬모터스의 양해각서 체결 . 출처=제주모터스

-최근 <4차 산업혁명시대 기업의 생존 전략>이라는 책을 썼다. 제주모터스의 전기자동차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새로운 교통수단이기도 하다. 김 대표가 보는 4차 산업혁명시대의 변화 양상은 어떤가.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기술혁신이 아닌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것이다. 한 가지 기술만이 아니라 기술과 기술, 기술과 시스템, 시스템과 시스템 등이 다양하게 결합해 발전하고 진화한다. 이것이 패러다임의 변화다. 현재 부각되고 있는 공유경제를 그 예로 들 수 있는데, 자동차시장에서는 카셰어링을 통한 자동차 공유 현상이 활발하다.

거래 구조 역시 변화하고 있다. 현재 생산자가 공급자의 역할을 하는 구조가 3D프린터의 기술혁신을 통해 수요자가 생산자가 되는 구조로 변화할 것이다.

-책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 패러다임에 관련해 조언했다. ‘모든 것을 바꾸고, 자원을 재편하고 하이브리드(Hybrid)하라’는 말의 뜻은 무엇인가.

하이브리드는 4차 산업혁명의 특징을 가장 잘 나타내는 단어다. 융·복합이라는 의미를 지닌 하이브리드는 다양한 지원들이 유기 결합해 발전하고 진화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시장의 요구이기도 하다.

에어비앤비를 예로 들면, 단기간 거주할 곳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와 공급자를 실시간으로 연결해 두 집단의 요구를 해소했다. 패러다임이 하이브리드했을 때 나타난 변화인 것이다.

우리의 사고 역시 하이브리드해야 한다. 기술이 아무리 혁신된다 해도 결국 사람이 주체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다양한 기술이 필요해지는 데다, 기술의 주기는 더욱 짧아지고 있다. 매일 신기술이 나오는 현 실정에서 하이브리드한 사고와 그에 따른 대응 전략은 필수다.

-현 시대에 기업에 필요한 생존 전략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총 4가지다. 첫째는 플랫폼을 가져야 한다. 플랫폼은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나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세계 스마트폰 OS(운영체계)를 양분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이 운영하는 애플리케이션 스토어에는 250만개 이상의 애플리케이션이 있다. 단기간에 이 정도 숫자의 애플리케이션이 생겨난 것은 플랫폼이 제공된 덕분이다. 애플과 구글이 독자로 개발하려고 했다면 그 시간과 비용은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둘째는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기술혁신이 필수이고,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작동법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을 먼저 사용한 고객이 만족하면, 쉽게 이동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는 기술을 공개하고 공유해야 한다. 한 기업이 독자 생존할 수 없는 시대다. 장난감 기업이 인공지능 기술 없이 살아남을 수 없다. 기업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공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서로 융합해야 한다.

넷째는 세계화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 어디서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동일한 비즈니스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로컬모터스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첫째, 단순히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는 회사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기업이 될 수 있게 하는 로컬모터스만의 플랫폼이 경쟁력이다. 둘째, 우리가 보유한 크라우드소싱 커뮤니티인 포스(Forth)는 다양한 기술을 지닌 기업들과 공유하며 협업하는 공동창조(Co-creation) 시스템을 구축했다. 셋째, 인공지능 무인자율주행 올리(Olli)다. 올리는 IBM의 인공지능 왓슨을 탑재한 최고 수준(Level 4수준)의 자율주행 전기버스다. 넷째, 전기자동차를 3D 프린터로 만드는 것이 경쟁력이다. 마지막으로, 3D 프린터를 생산도구로 삼아 분산제조시스템(Distributed Manufacturing) 개념을 도입한 마이크로팩토리다.

-마이크로팩토리란 무엇인가.

마이크로팩토리는 4차 산업혁명시대 공장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는 대표 사례다. 기존의 공장과 운영 시스템에서 차이가 있다. 마이크로팩토리의 특징 중 하나는 지역 중심이라는 것이다. 그 지역에 해당하는 공장을 만들되, 필요한 자원들을 모두 사물인터넷, 인공지능과 연계한다. 그러면 수요와 주문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되어 재고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생산과 판매가 동시에 가능해진다.

또한 마이크로팩토리는 다품종 소량생산 체계를 갖추고 있다. 생산시스템을 고도화한 덕분에, 하나의 생산품이 아닌 다양한 생산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전기자동차를 생산하다가도 바로 바꾸어 전기자전거나 의자를 생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덕분에 우리에게는 재고가 생길 일이 없다. 주문이 들어오면 동시에 출력하고 조립하고, 제작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로컬모터스에서 만드는 자동차 스트라티(Strati)는 3D 프린터로 생산하고 조립까지 포함해 총 이틀이면 완제품이 만들어진다. 고객이 주문한 뒤 일주일 안에 물건을 받아볼 수 있는 것이다. 기존 대량생산체계에서는 미리 물건을 만들어두어야 하지만, 마이크로팩토리에서는 주문과 동시에 생산에 들어가도 제품 공급에 문제가 없다. 이것이 큰 장점이다.

-4차 산업혁명시대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4차 산업혁명시대의 불확실성은 기업에게 위기이기도 하지만, 그 본질을 잘 이해하고 준비한다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제가 전하는 조언은 미래를 준비하는 기업의 생존에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