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 해 달, 162.0×130.0㎝ Mixed Media, 2017

 

“산도 사람도 말이 없고 구름과 새는 함께 나네. 山與人無語(산여인무어) 雲隨鳥共飛(운수조공비). 물 흐르고 꽃피는 곳에 혼자 시름없이 돌아 갈 줄 모르네. 水流花發處(수류화발처) 淡淡欲忘歸(담담욕망귀).”<장자(莊子), 경상초(庚桑楚)편, 김달진 역해(譯解) 전집4, 문학동네 刊>

밤의 기운이 낮에도 이어지기를 기원하는 것일까. 하늘엔 물고기 힘차게 퍼덕여 밤의 정경을 찬미하네. 억겁세월 풍상을 껴안은 저 숭고한 침묵의 산맥이 청순하고 풍려(豐麗)하게 만발한 모란을 피웠구나. 꽃봉오리 화답인가. 낮의 어엿한 기세를 더욱 자아올려 창공을 날아오를 듯 세차게 뿜어내어라. 교교히 흐르는 둥근 달에 꽃과 새 깃들었네.

 

▲ 116.7×91.0㎝

 

산줄기를 자유롭게 유영하는 물고기 아 달을 지켜주누나. 산과 물과 꽃이 서로 어울려 가슴을 뜨겁게 덥히는 그것이야말로 산다는 것의 굳은 의지가 아니었던가. 음양(陰陽)이 합쳐 무술년(戊戌年) 새해 힘차게 열었도다!

“마음이 바라는 모든 것은 언제나 물의 형상으로 환언될 수 있다.”<가스통 바슐라르(Gaston Bachelard)著, ‘물과 꿈’에 나오는 폴 클로델(Paul Claudel)의 ‘위치와 命題’ 中, 이 가림 옮김, 문예출판사 刊>

 

▲ 41.0×31.0㎝

 

◇천지만물 상생융화

화면은 충실하게 마티에르 작업에 전념한 아우라가 편안함 가운데 역동적 뉘앙스로 다가온다. 대리석가루를 베이스에 깔고 채색 한 후 다시 베껴 내고 또 그 위에 반복하여 색을 얹어 우려내고 문질러 냈다. 신작(新作)이지만 세월의 깊은 흔적을 품은 것처럼 엔틱(antique)스러운 느낌이 배어나오는데 그런 심혈을 기울인 모란꽃의 입체감은 단연 압권이다.

빼어난 조형감각의 정수(精髓)와 다름이 없다. 작가는 2013년도에 ‘일월도’연작을 처음 작업했다. 어느 날 국립박물관에서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를 본 순간 빛과 소리까지 보였던 강렬하고도 주체할 수 없었던 희열의 첫 대면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어릴 때 어르신들에게 들었던 설화의 스토리처럼 부드럽고 재미나게 풀어 가려 했었으나 막상 어좌(御座)의 중량감 때문인지 몰라도 작업을 할 때마다 그렇게 나오진 않았다.” 결과적으론 작품에 대한 많은 찬사와 주목을 받게 되었는데 “그러한 격려덕분으로 오늘까지 자존감 있는 화가의 자리를 지켜주고 있다고 생각 한다”라고 전했다.

 

▲ 160.0×91㎝

 

한편 달항아리 작업은 오방색을 기본채색 후, 한지부조로 꽃잎을 만들어 캔버스위에 붙였다. 꽃은 면사(綿絲)로 작업하여 섬유와 회화의 접목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 그래서 달항아리와 생생한 꽃의 조화로움이 간결하게 응축된 입체감의 세련됨을 선사한다. 김성혜(ARTIST  KIM SUNG HYE) 작가는 그림을 그리게 되면 항상 두 개의 캔버스를 두고 진행한다.

“아마도 음과 양, 천지만물 의 상생융화를 염두에 두고 그리는 것 같다. 솔직히 그것은 타고난 성향이라고 하는 것이 더 본질적이기도 하다. 내 직관에 의존하는 것이 나의 작업이다. 비록 외롭고 고독한 길일지라도 항상 두 개를 직관에 의해 심층적 밸런스로 묘사할 수 있다는 것에 늘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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