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일상가젯 - 일상을 바꾸는 물건 이야기. 엑스박스 원 엑스와 배틀그라운드 편

#배틀그라운드_“요즘 대세 게임은 무엇인가?” 이런 시험 문제가 출제됐다면? 정답을 고민할 필요도 없다. 배틀그라운드(배그)! 리그오브레전드랑 오버워치까지도 제친 자랑스런(?) 토종 갓겜(최고의 게임) 말이다.

주변에서 온통 배그만 한다. 인기 게임 BJ들이 오버워치에서 배그로 넘어간 지 오래다. PC방엘 가도 다들 배그 중독이다. 온라인 게임 커뮤니티 역시 온통 배그 세상이고.

애써 배그를 외면해왔다. 1000만 관객 넘은 영화를 괜히 뒤늦게 보기 싫은 심리일까. 한번 해보면 너무 빠질지도 모르고. 어쨌든 남들 다 배그할 때 철 지난 오버워치만 해댔다.

▲ 사진=노연주 기자

#엑스박스_중학생 시절이었나.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시험기간에 PC방 가는 게 마냥 즐거웠다. 고상한(?) 친구 몇몇은 콘솔 게임을 즐겼다. 그땐 플레이스테이션(플스)2의 시대였다.

친구 집에서 해본 콘솔 게임이 주는 손맛을 잊지 못한 난 엄마를 졸랐다. 콘솔 게임기 사달라고. 무슨 생각이었는지 플스보단 새로 나온 엑스박스(엑박)에 눈이 갔다. ‘하드웨어 성능이 더 좋다는데.’

독서실 컴퓨터로 인터넷을 둘러보다 반투명 플라스틱 재질 엑박에 꽂혀 질렀다. 입금은 엄마가 했고. 당시 엑박 대신 플스를 샀다면 지금 내 인생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다.

엑박엔 치명적 단점이 있었다. 플스 킬러 타이틀인 축구 게임 위닝일레븐이 없었으니. 피파 시리즈를 하자니 ‘PC 버전도 있는데 굳이 엑박으로?’ 이런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축구 대신 이런저런 게임을 접했다. 레이싱, 대전, 어드벤처, 시뮬레이션 등등. 이렇게 콘솔 게임에 눈을 떴다. 엑박 라이프가 조금은 고독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엑박을 학교에 가져가 잃어버리기 전까지는.

한동안 콘솔 게임을 잊고 살았다. 그러다 플스3를 중고로 사들였다. 퇴근 후나 주말에 하려 했는데 몇 번 플레이하다 말았다. 자취방에 방치 상태다. 여전히 엑박에 더 애착이 간다.

▲ 사진=노연주 기자

#엑스박스 원 엑스+배틀그라운드_최근 엑박 원 엑스(ONE X), 그리고 배그가 내게로 왔다. 먼저 엑박 원 엑스는 시리즈 최신작이다. 역대 가장 강력한 하드웨어 성능을 자랑하는 콘솔 게임기다.

마침 배그 엑박 버전이 나왔다. 콘솔로는 엑박 독점 출시다. 타이밍이 맞아떨어져 엑박으로 배그에 입문했다. 마치 흥행 영화를 IPTV로 뒤늦게 보는 느낌이랄까.

설레는 마음으로 게임 스타트. 패드를 부여잡고 솔로 모드로 게임에 입장했다. 예전 엑박 시절만 하더라도 싱글플레이 중심이었는데 배그 같은 멀티플레이 게임을 하게 되다니.

전장에 들어서자 지구상 어느 곳에서 접속했는지 모를 플레이어가 하나둘 모여들었다. 100명이 모이자 게임 시작. 다들 알겠지만 배그는 섬에서 마지막 생존자가 남을 때까지 싸우는 배틀로얄 게임이다.

비행기가 우릴 섬으로 인도했다. 원하는 지점 상공에서 낙하산에 의존해 뛰어내린다. 진짜 배그 세계다. 이후 파밍과 죽임, 그리고 죽음의 연속이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나절을 붙잡고 있었다.

▲ 사진=노연주 기자

#엑박&배그 라이프_난 이제 엑박으로 배그를 하지 않는다. 대신에 엑박도 하고, 배그도 한다. 엑박 원 엑스론 다른 게임을, 배그는 PC로 즐긴다는 얘기다.

엑박으로 배그에 입문하며 이 사실은 분명히 알아챘다. 배그가 엄청난 중독성을 자랑하는 게임이란 것을. 엑박 원 엑스가 고사양 게임을 즐기기에 최적화된 하드웨어란 것을.

문제는 조작이었다. TPS(3인칭 슈팅게임)와 FPS(1인칭 슈팅게임) 결합 장르인 배그는 패드로 즐기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적이 눈앞에 나타나도 허둥대다가 죽임을 당하길 반복했다.

심지어 적들도 제대로 날 맞추질 못했다. 서로가 핸디캡이 있는 느낌이랄까. 폰으로 FPS를 즐기는 것과 비슷하다. 자꾸 마우스 기반 인터페이스가 절실해진다. 답답한 마음이 커져 PC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렇게 엑박 덕분에(?) 배그에 제대로 입문하게 됐다.

엑박 원 엑스는 정말 뛰어난 게임기다. 하드웨어 퍼포먼스 걱정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게 해주니까. 짧은 배그 경험을 마치고는 다른 엑박 게임으로 눈이 돌아갔다. 가령 포르자 시리즈. 엑박 원 엑스에 딱 어울리는 킬러 타이틀로 손색없다.

정리하자면 나는 엑박 원 엑스로 배그를 해보고 엑박 원 엑스와 배그 각각에 빠지게 된 케이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