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노연주 기자

#사물인터뷰 -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물건과 대화를 나눴다. 스메그 레트로 스타일 착즙기 편

우주에서 떨어진 하늘색 캡슐 같은 물건이다. 타임캡슐 같기도 하다. 편지나 물건을 넣고 시간이 흐른 뒤 열어보는 물건 말이다. 알처럼 보이기도 하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플레이지(플) - 정체가 뭐예요?

스메그 레트로 스타일 착즙기(착) - 착즙기. 이탈리아 스메그 출신이지.

▲ 사진=노연주 기자

플 – 착즙기요?

착 – 응. 과일즙을 짜서 주스 해먹는 기계. 착즙콘이 커서 레몬, 자몽 같은 시트러스 과일을 착즙하기에 좋지.

플 – 그럼 주스만 해먹을 수 있는?

착 – 아니. 응용하기 나름이야. 천연주스 말고도 탄산수를 섞어 에이드를 만든다거나 과일 아이스크림을 해먹거나.

플 – 스메그? 어디서 많이 들어봤어요.

착 – 스웨그 아니고? 사실 한국에서도 유명하더라고. 예쁨주의 가전 브랜드로 말이야. 냉장고는 값이 좀 나가 ‘강남냉장고’라 불리더군.

▲ 사진=노연주 기자

플 – 예쁨주의요?

착 – 아, 내가 지어낸 말이야. 예뻐서 반할지 모르니 주의하라는.

플 – 자뻑 어찌합니까.

착 – 미안. 스메그는 전통이 깊은 이탈리아 브랜드야. 1948년 문을 열어 3대째 가업을 이어받고 있어. 본사는 이탈리아 구아스탈라에 있고. 세계 최초로 14인용 식기세척기를 개발한 회사야.

플 – 뭔가 디자인이 돋보이는 느낌이랄까.

착 – 맞아. 디자인의 스메그! 쉽게 따라하기 어려운 강력한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갖추고 있어. 호주 출신 디자이너 마크 뉴슨, 이탈리아 산업 건축가 마리오 벨리니, 퐁피두 센터로 유명한 건축가 렌조 피아노와 같은 유명 디자이너가 스메그 제품 디자인에 참여해.

▲ 출처=스메그

플 – 남다르군요. 특히 색감이 좋아요. 봄 하늘 같은.

착 – 나 말고도 여러 컬러가 있지. 블랙, 크림, 레드, 핑크, 파스텔그린 등. 난 파스텔블루!

플 – 오래 사용하면 변색이 생기진 않아요?

착 – 태어난 지 얼마 안 돼서 확신할 순 없지만 괜찮을 거야. 다이캐스트 알루미늄 분체 도장 방식으로 칠을 해서 색이 오래 유지된다고 해.

플 – 그런데 정작 제 기능은 잘 못하는 거 아니에요?

착 – 설마. 착즙을 얼마나 잘하느냐는 거지? 난 저속 착즙 방식으로 영양소 파괴를 최소화해 과일 맛과 향을 그대로 살린 천연주스를 만들 수 있어.

▲ 사진=노연주 기자

플 – 저속 착즙이라고 하면, 얼마나 느린 거죠?

착 – 100~120RPM 정도? 모터가 분당 저 정도 회전한다는 얘기야.

플 – 위생은요? 요즘 이런 거 중요하잖아요.

착 – 문제 없어. 착즙콘을 비롯해 과일과 즙이 닿는 부분에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를 사용했지. 이 소재는 위생적일 뿐 아니라 고열, 고압, 염분에 의해 변형 위험도 적어. 덮개와 과즙 받침대는 친환경 소재인 BPA-free 트라이탄이야. 몸체 분리도 쉬워 세척하고 관리하기도 간편하지.

플 – 사용하긴 쉽고요? 저 기계치인데.

착 – 나 친절해. 보면 알겠지만 전원 버튼이 없지? 착즙콘 위에 과일을 얹고 살짝 눌러주면 자동 작동하거든.

플 – 아까 가격 비싸다 했죠? 도대체 얼마길래.

착 – 난 20만원. 스메그 가전을 이 가격에 살 수 있다고! 나름 합리적이지 않니?

플 – 저 흙수저입니다만.

▲ 사진=노연주 기자

#POINT 1950년대 레트로 스타일을 표방하는 착즙기다. 디자인이 과거 지향적이라기엔 트렌디한 느낌이다. 파스텔 색감으로 둘러싸인 매끈한 몸체에, 듬성듬성 박힌 SMEG 폰트. 역시 ‘디자인의 스메그’이자 ‘예쁨주의 스메그’다.

실제로 보면 통통하며 큼직하고 묵직하다. 안정적인 자세로 착즙을 해낸다. 바쁘게 살더라도 상큼한 천연주스를 만들어 먹는 감성과 여유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딱일 듯하다.

장담컨대 신혼 부부나 혼자 사는 사람에게 선물하면 욕 먹을 일이 없을 듯하다. 혼수로도 어울리고. 봄 하늘을 닮은 스메그 착즙기로 봄을 앞당겨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