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동규 기자] 한국고용정보원의 <2017년 3월 고용동향브리프>에 따르면 2016년 국내 주요 일자리에서의 퇴직연령은 49.1세로 나타났다. 우리 나이로는 50살이나 51살쯤 되는 나이에 직장을 떠나야 한다는 뜻이다. 조사 주체에 따라 퇴직 연령이 다르지만, 50대에 퇴직하고 100세 시대를 살려면 나머지 50년에 대한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렇지 않으면 나머지 50년은 고통과 절망에 찬 노후가 될 수밖에 없다.

한국이 당면한 큰 문제는 5060세대 인구가 적지 않은 데다 인생 이모작을 위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고 마음가짐도 덜 돼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 5060세대 인구는 1329만7000명이다. 전체 인구 4명 중 1명이 인생 이모작을 시작해야 하는 나이대에 있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이들의 바로 뒤에는 839만명의 40대가 대기해 있다.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국가의 복지제도가 완벽하거나 퇴직 전 축적한 자산이 많다면 50대에 은퇴해도 여생을 편히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한국 사회에선 이상에 불과하다. 베이비붐(1955~63년생) 세대는 부모봉양과 자식교육에 거의 모든 것을 쏟았다. 가진 것이라고는 집 한 채가 대부분이다. 금융자산도 별로 많지 않다. 그렇다고 국민연금을 받기에는 아직 이르다. 이들은 퇴직 이후에도 본인이나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자녀 세대를 위해 일자리 전선에 내몰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쓸모없는 인간이 되고 있다’는 자격지심에 툭하면 사람들과 다툰다. 음식점에 온 손님과 실랑이를 벌이거나, 편의점에서 포인트 적립 등의 방법을 몰라 당황해 하는 것은 보통이다. 이것이 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퇴직한 5060세대의 자화상이다. 이런 자화상은 이모작을 시작하는 본인에게도 좋지 않고 일하는 일터에도 좋지 않다.그러나 아무도 이들을 반기지 않는다. 사회는 냉정하게 등을 돌린다. 인생 이모작은 말처럼 쉽지 않다. 사회는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해 신기술을 요구하는 데 가진 기술은 없다. 기업 일은 모바일 기반으로 이뤄지는데 여기에 익숙하지도 않다. 겁이 난다. 인생 이모작을 위해 시작한 일이 그동안 사회생활을 해오면서 한 일과 상당히 다를 경우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는 말만 들어도 마음이 위축되고 우울감을 심하게 느낀다.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려는 5060세대가 난관에 부딪히는 이유는 ‘정확한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20대 30대의 젊은 나이때부터 오로지 직장에서 한눈 팔지 않고 일만 하다 보니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미래 생존에 필요한 일에 대한 정보를 얻을 시간, 그 정보를 구체화시켜 퇴직 후일에 대비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 그럼에도 늦었다고 후회만 하고 있기에는 당면한 상황이 녹록하지 않다. 다시 신발끈을 매야 한다. 이것이 인생 이모작을 시작하는 출발점이다.

인생 이모작을 성공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개인과 사회의 노력이 함께 필요하다. 개인은 먼저 과거의 추억을 완전히 버리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내가 이전에 잘나가던 회사에 있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나’ ‘늙어서 날 무시하는 것 같다’와 같은 생각을 버려야 한다. 과거의 잘나간 생각이 가득하면 현재 적응이 힘들기 때문이다.

기댈 언덕은 적지 않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8월 ‘신중년 인생3모작 기반구축계획’을 발표했다. 베이비붐 세대를 포함한 50세 전후에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한 사람들을 위한 대책으로 재취업(임금근로), 창업, 귀농·귀어·귀촌, 사회공헌 등에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서울시 역시 ‘50플러스’ 정책을 통해 인생 이모작을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또 새로운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을 개발해야 한다. 이모작 시기에 할 일과 관련된 지식이나 기술을 습득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학원이든 훈련기관이든 부지런히 다녀야 한다. 새롭게 시작할 일이 그간 해온 일과 관련이 있다면 전문성을 더 강화해야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미리 습득하면서 대비해야 한다.

고령화시대를 넘어 고령사회로 달려가는 한국 사회에서 인생 이모작은 50대 이상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대를 아우르는 사회 전체의 과제다. 그러나 그 해법의 출발점은 5060세대의 본인의 대오각성과 이를 실천하는 변화에서 찾는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