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국내·외에서 화장품 명가로 이름을 날린 아모레퍼시픽이 연이은 악재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사드(TH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 이후 굳건히 지킨 화장품업계 1위 자리를 LG생활건강에 내줘야했다. 지난달에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내부 부정거래 혐의로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또 19일에는 일부 화장품에서 중금속이 허용기준을 초과해 한류 대표 화장품  답지 못한 실수를 범했다. 아모레퍼시픽은 하루가 지난 지금까지 중금속이 왜 허용기준을 초과한지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리스크 관리 문제도 지적받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19일 화장품 ODM(위탁 생산 제조업체) 화성코스메틱이 제조한 8개 업체의 13개 품목에서 중금속 ‘안티몬’이 그램당 10마이크로그램(10㎍/g)의 허용기준을 초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화성코스메틱이 자가품질검사 과정에서 확인한 결과를 식약처에 자진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식약처는 해당 제품들을 판매중단·회수 조치 명령을 내렸다.

판매중단·회수 조치에 해당하는 13개 품목 중 절반에 해당하는 6개 품목이 아모레퍼시픽 제품으로 나타났다.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 제품 4종과 에뛰드하우스 2종이 여기에 해당한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우리가 제조업체의 요청으로 제조가 이뤄지기도 하지만 역으로 제조업체 제안으로 제조하기도 한다”면서 “지난 1월 이전에 생산된 제품은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1월 이후의 제품에서만 허용기준을 초과해 진상 조사에 들어갔으나 아직 밝혀진 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안티몬이 중금속으로 분류되지만 물이나 공기에 있는 물질이고 화장품에 발랐을 때 거의 흡수가 안 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우려할만한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제는 그의 말과 달리 안티몬은 합금과 페인트, 반도체 등의 재료로 사용되는 물질로 독성이 매우 강한 물질로 알려져 있다는 사실이다. 안티몬에 중독되면 피부염과 비염, 목통증, 두통,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인체에 치명상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가습기 살균제 · 생리대 사태 등 안전에 더욱 예민해진 소비자들은 “뭐 하나 믿고 쓸 수 있는게 없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도 소비자들 비판에 공감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과 같은 대기업에서 해서는 안될 실수"라면서 "아무리 제조업체에 생산을 위탁해도 품질 관리는 아모레퍼시픽의 몫으로 제조업체의 제조과정의 실수라 해도 아모레퍼시픽이 물질 관리를 철저히 하지 못한 책임이 더 크다"고 꼬집었다.

그동안 한류 대표 화장품으로 이름을 날린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2016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대를 달성하며 ‘1조원 클럽’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과의 갈등이 불거지자 한국 제품 불매 운동 등으로 매출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아모레 퍼시픽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과 비교해 30%나 감소한 5964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국내 영업이익도 4177억원으로 38% 감소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 중단으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사옥을 옮기고 주요 계열사 대표를 교체했다.  부진한 실적을 만회하기 위해 절치부심하며 해외시장 진출에도 주력하고 있다. 해외 시장 진출은 이전부터 해오던 사업이다. 30% 나 줄어든 실적 만회를 위한 새로운 대안으로 보기에는 힘들다는 업계의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해 LG생활건강에게 내준 1위 자리를 올해 되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 와중에 또 한 차례 악재가 터졌다. 지난달 21일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계열사 간 내부 부당지원 거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강도 높은 조사에 들어간 것이다. 조사 대상 계열사는 아모레퍼시픽, 이니스프리, 퍼시픽패키지, 퍼시픽글라스, 에스트라, 코스비전 등으로 알려졌다.

▲ 아모레퍼시픽 환불과 회수 대상 제품과 방법. 출처= 아모레퍼시픽

공정위의 조사가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 화장품 중금속 문제가 터지면서 아모레퍼시픽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아모레퍼시픽은 공정위의 전량 회수 명령에 즉각 응했다.  해당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제조번호를 확인 후 일치한다면 전국 아리따움 매장과 에뛰드하우스 매장에서 환불 받을 수 있다. 매장에서의 환불은 오늘부터 4월 2일까지이고 이후에는 아모레퍼시픽 고객상담센터(080-023-5454)와 에뛰드하우스 고객상담센터(080-022-2285)로 전화해 환불 받을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다시는 같은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약속을 발표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난 상황에도 진상 파악조차 하지 못한 아모레퍼시픽이 과연 재발 방지 약속은 지킬 수 있을지는 의문으로 남는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제조판매업체로서 모든 판매 제품의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함에도 이런 문제로 고객 여러분께 불편을 끼쳐드려 대단히 송구스럽다”면서 “회수 과정에서 고객님의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모드 노력을 기울 것이며, 이와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