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한현주 기자] 초등학교 5학년이던 장애인의 아버지가 아들 이름을 이용해 차량 대출을 받고서 연체되자, 장애인 아들이 추심당하는 사례가 접수돼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8일 주빌리은행에 따르면 지적장애 3급의 장애인 신 모씨는 초등학교 5학년이던 1999년 현대캐피탈로부터 받은 차량 대출이 오래전에 연체돼 추심 압박을 받고 있다. 

올해 30세인 신씨는 현재 지적장애인 주거시설 <도란도란>에 입소해 거주중이다.

그는 지난 3월 미래신용정보회사로부터 독촉장을 받았다. 미래신용이 추심한 채권은 그가 초등학교 5학년 때인 1999년에 현대캐피탈로부터 받은 차량대출금이었다.

당시 신씨의 아버지는 미성년자인 아들을 대리해 아들의 이름으로 1200만원의 차량대출을 받고 아버지 자신이 보증을 섰다. 아버지는 현재 개인회생으로 채무조정을 받은 상태다.

미성년자인 지적 장애인에게 차량 대출이 나간 일이 발생한 것. 

이에 대해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내부규정에 따르면 미성년자 장애인에게도 보증인을 세우면 장애인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다”며 “장애인 차별 금지법에 따라 장애 유형 및 특성에 맞게 평등한 편의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지적장애 3급도 차별 없이 장애인 자동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장애인 차별금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상품과 서비스 제공에 있어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분리·배제·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률 그대로 해석하는 것이 평등 아냐"

그렇지만 파산법조계에서는 금융회사가 관련 법률을 형식적으로만 해석, 장애인에 대한 상환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대출해줬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그는 미성년자였는데도 이를 확인하지 않았다.

발달장애인 지원센터의 명노연 변호사는 “현대캐피탈 측이 개인의 상환 가능성과 상환 여건을 따져보는 절차가 필요했다”며 “장애인이라고 해서 대출을 못받는 것은 아니지만 문제는 본인의 의사를 확인했다면, 현대캐피탈이 정상적인 거래가 아님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법정 대리인이라도 큰 금액의 재산을 처분할 때 대리권에 제한하는 경우가 있는데 채무부담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현재 관련 서류가 10년 전 일이라 모두 삭제돼 확인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신씨를 추심한 신용정보회사는 <이코노믹 리뷰>가 취재에 들어가자 대출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추심을 중단했다. 회사측은 "만약 현대캐피탈 측이 불완전 판매를 인정하면 우리도 추심을 안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