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한국GM의 노사협상과 관련, 필요하면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 협의할 필요도 있다는 주장이 파산법조계에서 제기됐다. 법정관리 신청 자체가 데드라드라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파산법조계와 구조조정업계는 한국GM 노사가 오늘(20일)을 넘겨 협상이 결렬돼 법정관리(회생절차)에 돌입한다 하더라도 협상의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국GM이 법정관리 신청을 노조를 굴복시키기 위한 압박수단으로 이용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관심이 집중된다.

앞서 한국GM은 20일을 협상 마감 시한으로 정하고 이날을 넘기면 법원에 법정관리신청에 돌입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한국GM 관계자는 “법정관리 신청은 회사의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니다"며 "이날까지 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운전자금이 바닥난 상태에서 협력업체 등으로부터 동시다발적 법적 청구를 받기 때문에 법정관리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현재 회사 측은 노조측에 1000억원 규모의 복리후생비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노조는 폐쇄된 군산공장에 남겨진 노동자 680명에 대한 고용문제 해결과 신차배정을 요구하며 맞서는 상황이다.

구조조정업계는 수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법정관리 절차가 채무자 회사를 보호하는 기능이 있는 점을 노사가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법정관리절차를 정하고 있는 현행 채무자회생법에 따르면 회사가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법원은 수일 이내로 회사에 대해 보전처분과 포괄금지명령을 내린다.

보전처분과 포괄금지명령은 각각 회사의 자산 유출을 금지하고 채권자가 채무자 회사의 자산에 대해 법조치를 금지하는 법원의 결정이다.

법원은 보전처분과 포괄금지명령 결정이 있고 난 뒤 한 달 이내에 개시결정을 내린다. 한국GM은 이 기간에 채권자들의 법적 청구를 막을 수 있다.

국내 대형로펌의 K 변호사는 “법원이 한국GM의 채권자인 협력업체들에 포괄금지명령을 내리면 납품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더라도 이들이 회사를 상대로 압류나 가압류를 할 수 없다”며 “한국GM에 입장에서는 일종의 보호막을 덮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한국GM노조도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 절차 안에서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노동연구원 안재원 연구원장은 “포괄금지명령이 유지되는 동안 납품대금에 대한 협력업체의 독촉과 법적청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개시결정까지 약 한 달 정도는 여전히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협상이 이뤄지면 이미 제출한 법정관리 신청은 취하할 수 있다. 다만 법원의 허가결정이 있어야 취하가 가능하다. 특히 협상안은 법원이 수용할 수 있을 만큼 현실적이고 구체적이어야 허가결정이 내려진다. 

K변호사는 “한국GM처럼 노조원과 채권자가 다수인 상황에서 원만한 타협과 투자유치 등 법원이 이해할 만한 안을 보여줘야만 개시결정 전에 취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산업은행도 한국GM이 법정관리에 일방적으로 돌입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여기서 법적조치는 2대 주주의 의견을 묵살하고 일방적인 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생기는 손해배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이같은 법적조치가 있기 전이라도 법정관리중에 대타협이 이뤄진다면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는 뜻도 밝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STX조선의 경우도 협상 시한을 넘겼지만, 법정관리 신청전에 타협점을 찾도록 여지를 남겨뒀다”며 “법정관리 신청 이후라도 늦지 않은 시점에 원만한 협의가 이뤄진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GM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법정관리 신청에 대한 안을 논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