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신용정보사의 불완전한 추심인 고용형태가 불법추심을 부추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법인 이강의 설은주 변호사는 24일 국회 제9간담회에서 열린 ‘신용정보사 불법추심 사례 보고대회’에서 “신용정보사가 추심인을 근로자로 채용하는 것이 아니라 위임계약이나 도급계약 형식의 특수고용직 형식으로 채용하는 것이 불법추심의 원인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보고대회는 더불어 민주당 제윤경 의원과 한정애 의원의 주최로 열렸다.

이날 발표자로 나선 설은주 변호사는 “신용정보법에서는 신용정보사가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고용한 채권추심인에 대해 금융위원회에 등록하고 불법추심을 하지 못하도록 추심인에 대해 지속적인 교육은 물론 금감원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며 “신용정보사가 이 같은 규제를 피하고 고정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외형적으로는 위임계약을 하면서 실질적으로 근로관계로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계약뿐만 아니라 보수체계도 문제로 지적됐다.

설 변호사는 “신용정보사가 추심실적에 따라 채권사로부터 보수를 받기 때문에 채권추심인이 실적 달성의 압박을 받는 구조”라며 “이 때문에 채무자에 대한 압박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으며 결국 불법추심행위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채권추심인에 대해 최저임금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택시운전기사들도 한 때 도급제로 운영된 적이 있었으나 2010년 7월 1일부터 최저임금법을 적용했다. 택시회사의 관행적인 완전도급제는 최저임금법의 도입으로 무효가 됐다.

이후 택시 기사들은 초과근무수당, 연월차 수당, 퇴직금 등을 청구할 수 있게 됐으며, 사납금을 채우기 위해 무리한 합승, 승차거부, 과속 등의 불법행위가 감소했다.

설 변호사는 “채권추심인에 대해 정식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최저임금법을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채권추심인에게 근로자성을 부여하고 노동 및 사회보장 관련법의 보호를 받게 하는 것이 불법추심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 채무상담을 하는 시민단체 '주빌리은행' 유순덕 상담사가 국회 제9간담회실에서 불법 추심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양인정 기자

교묘한 불법 추심... 허울뿐인 금감원 ‘채권추심가이드라인’

이날 보고대회에서는 일선에서 채무상담을 하는 '성남금융복지상담센터'와 시민단체 '주빌리은행'의 불법추심사례가 발표됐다.

성남금융복지상담센터 김옥분 상담사는 이날 기초생활수급으로 생활하는 A씨의 사례를 발표했다.

A씨는 사업실패 후 여러 채권금융회사에 많은 빚을 진 채무자. 가족이 없었던 그는 지병이 악화돼 기초생활수급자로 공공임대아파트에 거주해왔다. 그는  두 곳의 채무로 심한 채권추심을 받았는데, 최근 살림살이를 압류한다는 우편물 받았다.

A씨의 사례를 접수한 성남금융복지상담센터는 주빌리은행과 연대해 금감원에 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채권추심이 문제가 없는지 질의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규제할 방법이 없다”고 회신했다.

금융감독원이 2011년 1월 17에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금감원은 기존 채권추심가이드라인에 ‘기초생활수급자 생계급여 압류 및 채권추심 금지 지도’를 포함했다.

당시 금감원 검사역은 “가이드라인은 권고사항일 뿐 규제사항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 같은 금감원의 미온적 태도는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일선 상담사들의 주장이다.

보고대회에서는 최근 A씨와 동일한 사례에 대한 민원제기에 대해 금감원의 회신내용을 공개했다.

금감원은 “기초생활수급자, 65세 이상 고령자 등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금융소비자보호관점에서 압류를 제한하도록 지도한다”면서도 “금감원의 ‘채권추심가이드라인’은 행정지도일 뿐 채권추심회사 등이 자율적으로 준수하도록 권고할 것”이라고 회신했다.

강제력이 없는 행정지도로 취약계층의 추심을 규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금감원 회신의 골자다.

현행 채권추심가이드라인은 2009년 11월 제정된 채권추심법에 근거해 만들어졌다. 채권추심가이드라인에는 채권추심업무 관련 불법 부당행위 금지뿐만 아니라 추심회사의 내규에 반영하고 수시로 자체감사를 통해 준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김옥분 상담사는 금감원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면 추심인 개인일탈로 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상담사는 “금감원 관계자가 위임계약을 맺은 채권추심인은 개인사업자이므로 채권추심인을 신용정보협회에 신고해 계약연장을 하지 않도록 안내하기도 한다”며 “관리 주체인 신용정보사의 문제가 아니라 추심인 개인의 문제로 만들어 추심인 고용을 중단하도록 당국이 앞장서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금감원에서 가이드라인을 근거로 행정지도를 엄격하게 이행하고 이 가이드라인을 지키지 않을 경우 추심사에 보다 실효성 있는 제재를 가하면 불법추심 사례가 근절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