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금융위원회는 4일 윤석헌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객원교수를 신임 금융감독원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진보적 경제학자였던 윤 내정자의 그동안 발언 으로인해 금융권은 긴장하고 있다.

윤 내정자는 개혁성향의 경제학자다. 그는 최근까지 금융위 외부 자문단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그는 위원장으로 있는 동안 금융 공공기관 노동 이사제 도입, 금융지주회사 지배 구조개선 등 금융 개혁에 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비관료 출신인 윤 교수의 내정으로 향후 문재인 정부의 금융개혁은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의 '포용적 금융관'도 주목받고 있다.

그동안 <이코노믹리뷰>가 윤 내정자와 가계부채 문제,  채무자 구제 대책 등에 대해 진행했던 인터뷰 내용을 모아봤다.  

채무자가 도덕적 해이?..."그런 생각이 우리 스스로 비참하게 만드는 것"

그는 지난해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내세운 장기 소액채무 탕감정책에 대해 적극적 지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당시 장기소액 채무 탕감 정책이 채무자가 10년을 버티면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퍼지고 성실히 빚을 갚는 사람들과 형평성 문제가 생기는 등 도덕적 해이를 불러 일으킨다는 논란이 있었다.

윤 내정자는 이와 관련 당시 <이코노믹리뷰>와의 대화에서 “장기 소액 채무 상환요인으로 능력과 인센티브(유인)를 꼽을 수 있는데 상황에 따라 (적용이)다르다”고 전제했다.

그는 “만약 실제로 900만원이 수중에 있는데, 10년 이상 안 갚고 도망 다닐지 아니면 갚아버릴지 중 선택하라면 일반인들은 갚는 쪽을 선택할 것”이라며 “도망 다니는 데서 오는 고통과 비용이 900만원을 숨기고 갚지 않는데서 오는 이득을 초과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 내정자는 이어 “상환 못 하는 사람들 모두가 도덕적 해이에 노출돼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들 나름대로 어려운 사정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실제로 상환능력이 있는 기득권층은 도덕적 해이가 핵심 쟁점이 될지 모르나 능력이 없는 경우는 도덕적 해이라는 개념이 성립하기 어렵고 의지와 인센티브만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강조했다.

서민들이 1000만원 이하의 채무를 갚을 수 있는데도 버틴다는 것은 ‘있는 사람들의 잣대’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윤 내정자는 대출일변도의 금융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

빚을 지면 때론 감치구속이 되고 통장거래도 못하는 현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그는 “이런 점 때문에 무작정 돈만 빌려주는 정책은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단정했다.

그는 “(금융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일자리 찾아주기와 더불어 채무자들의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려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일자리를 구해서 빚을 갚을 수 있는데도(그런 기회가 주어지는 데도) 의도적으로(도덕적해이 때문에)일을 하지 않고 또 다른 부채탕감을 기대하면서 빈둥거릴 것이라는 주장은 우리 자신을 너무 비참하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내정자는 오히려 “만약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일정한 벌칙을 부과하는 것도 한 방법이지만 이런 정책보다는 그동안 (작은)빚더미에 눌려 숨죽이고 제대로 경제활동도 못 했던 사람들을 구제해 주는 것이 훨씬 사람 사는 세상 같지 않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관치금융으로 가계부채 해결 못해

윤 내정자의 가계부채에 대한 생각은 지난해 6월 모피아로 대표되는 전직 관료가 금융위원장으로 하마평이 있었을 때 더 강력하게 드러났다.

윤 내정자는 “`관(官)은 치(治)하기 위한 것`이라는 발상은 정부 정책을 밀고 나가겠다는 뜻”이라며 “위험의 관리와 감독이 필요한 가계부채 문제 해결에 이런 기조는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치 금융으로는 금융발전을 기대할 수 없고 금융발전 없이 한국경제의 선진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금융감독기관에 모피아를 고려한다는 것은 금융개혁을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윤 내정자는  1948년생으로 경기고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1971년 한국은행에 입사했다가 퇴사한 후  미국 산타클라라대 경영대학원을 거쳐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재무학회 회장과 금융학회 회장을 역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