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림역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 주민들 뒤로 신림역 청년주택이 건립될 위치가 보인다. 사진=송현주 인턴기자

[이코노믹리뷰=송현주 인턴기자] 서울특별시의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사업 중 하나인 신림동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을 놓고 지역 주민과 상인, 청년층간 찬반양론이 뜨겁다. 반대하는 주민들은 인도와 차도 확보문제, 원룸주택 공실률 증가 등을 이유로 대지만 지역 상인들은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며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7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관악구 신림동 75-6 일대 '역세권 2030 청년 주택' 사업에 대해  최근 주민들은 반발하고 있다.  신림역 청년주택은 1652.0㎡ 면적의 관악구 신림동 75-6번지 외 2필지에 짓는다. 사업시행자는 ㈜신림리더스하우징이고 완공 후에는 20층 규모에 212세대가 입주할 예정이다.

서울시 임대주택과 역세권사업팀은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가 가결됨에 따라 신림동 역세권 청년주택사업의 지구단위계획 결정 고시가 됐다"면서 "관악구는 건축심의를 받아서 보완 중"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청년주택이 들어설 지역의 주민들은 최근 관악구청 앞과 청년주택이 들어설 부지 바로 앞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서울시를 방문해서도 건립에 반대한다는 의견도 전달했다. 

‘역세권 2030 청년주택’은 서울시가 청년들의 주거난 해결을 위해 2016년부터 추진해온 사업인데 신림동 청년주택은 넓이 5000㎡ 이하의 소규모 토지 사업이다.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사업은 서울시가 3년간 한시로 하는 사업이다. 서울시가 역세권 민간토지 용도지역을 상향하고  세제 혜택 등을 파격 지원하면 민간사업자는 100%를 임대주택으로 건설한다. 서울시는 이중 10~25%를 ‘소형 공공임대주택’으로 확보해 대학생, 사회초년생, 신혼부부에게 주변 시세의 60~80%로 공급한다. 나머지 준공공임대주택은 임대의무기간 8년, 임대료 상승률은 연 5% 이내로 제한된다.

서울시는 현재까지 총 57곳에서 2만3000여 호의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3월 용산구 한강로2가 삼각지역 인근에 역세권 청년주택 1호 사업계획을 승인하고 공사를 착공해 2020년 상반기에 준공할 예정이다. 청년주택 1호는 총 1086세대 중 민간임대(뉴스테이) 763세대와 공공임대(행복주택) 323세대로 구성한다. 최초 임대료는 1인 가구 기준 월 12만원에서 38만원으로 확정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 28일 5000㎡ 이하의 소규모 토지인 쌍문동 103-6 일원(288세대), 논현동 202-7(317세대), 논현동 278-4 일원(293세대), 신림동 75-6 일원(212세대), 구의동 587-64(74세대)의 역세권 청년주택 사업(총1184세대 중 공공임대 252세대, 민간임대 932세대)의 도시관리계획을 변경 결정 고시했다. 같은 달 1일 사업계획 결정 고시를 밝힌 장한평역 인근 성동구 용답동 233-1번지(170세대)를 포함하면 현재까지 소규모 부지 역세권 청년주택사업은 총 6곳, 1354세대다.

이처럼 취지가 사업인데 왜 시민들은 반대할까. 

▲ 관악구 신림동 75-6번지 일대에 지을 청년주택의 위치도와 투시도. 출처=서울시

반대하는 시민들은 지난  5일에도 오전 10시부터  지하철 2호선 신림역 1번 출구 앞에서 반대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주로 청년주택이 들어설 부지 바로 뒤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신림역 근처에서 원룸, 하숙 등 임대업을 하는 사업자들이다. 이들은 <이코노믹리뷰>에 교통혼잡, 공실 증가, 인근 교회 이주 등을 반대이유로 꼽았다. 

김양임(67·여)씨는 “신림역 1번 출구 앞이 교통이 혼잡한데 3~4층 주택 지역에 20고층 건물이 들어오면 교통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면서 “아파트를 짓기 전에는 기반이 되는 시설을 먼저 지어야 하는데 신림역 1번 출구 앞은 그렇지 않다”고 반대이유를 밝혔다.

윤모(75·남)씨는 “임대업을 하려고 주택을 지어놨는데 지금도 공실이 80%가 된다”면서 “고층 임대주택을 지어서 저렴한 임대료를 받아버리면 이는 우리의 생활권과 생존권까지 빼앗아버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역세권 2030 청년주택' 사업이 '보여주기식' 정책이란 비난도 쏟아졌다. 신림역 1번 출구 근처 부동산공인중개소 대표는 “고층 건물을 지으면 50~60년은 유지되는데 서울시는 ‘8년’ 이후에는 ‘나 몰라라’하면 되는 것이냐”면서 “청년주택의 사업 취지는 이해하지만 꼼꼼한 현장조사 이후 사업이 추진됐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차도와 인도를 확보하고 있는지, 주거시설을 위한 기반시설은 잘 돼 있는지를 꼼꼼히 조사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하필이면 가장 혼잡한 2호선에 역세권 500m이내를 고집했는지 모르겠다”면서 “청년주택은 역세권에서 500m 밖으로 지었어야 문제가 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림역 1번 출구는 오르막길에 차량이 우회전을 하는 곳이기 때문에 적어도 8m의 도로가 확보돼야 하는 곳인데 제대로 된 현장답사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찬성론자들도 적지 않았다. 주변 상권을 돌아다니며 의견을 들어보니 상인들은 청년주택을 반기는 것 같았다. 신림역 1번 출구 인근에서 피자집을 운영하는 오미경(44·여)씨는 "청년주택에 교회가 입주하면 오히려 지역 상권이 살아난다. 교회에 행사도 많고 유동인구도 많아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 신림역 1번 출구 앞 도로의 모습이다. 좁은 인도 바로 앞은 차량이 우회전해 오르막길로 올라가는 도로다. 사진=송현주 인턴기자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영미(39·여)씨는 “역세권이라 월세는 높고 인건비, 물가는 계속 올라가는데 장사가 잘 안되고 있다. 청년주택이 들어오면 상권이 살아나기 때문에 하루 빨리 완공되면 좋겠다”고 환영했다. 빵집을 운영하는 박모(40·여)씨는 “요즘 청년들이 살 곳이 많이 없어서 힘들어하는데 청년주택이 생겨 얼른 청년들이 들어와 살 수 있으면 좋겠다”면서 “신림역 근처가 다 원룸촌인데 집주인들은 공실이 생길까봐 반대한다”고 꼬집었다.

신림역 근처 원룸에 거주하는 최해진(26·여)씨는 “역 근처는 월세가 비싸 기본 50만원으로 시작한다"면서 "보증금은 최소 500만원에서 1000만원 이상”이라고 전했다. 김 모(26· 남)씨는 “임대료가 저렴하고, 정부가 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점도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역주민인 김서현(58·여)씨는 “청년주택은 청년들 복지 차원에서 꼭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 임대주택과 역세권사업팀 이희향 팀장은  주민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이 팀장은 “주민들과 수차례 만나본 결과 소규모 임대사업을 하고 있는 주민들이 저렴한 임대료의 역세권 청년주택이 들어오면 생존권에 지장이 있다고 주장한다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도시기반시설이 미비하고 교통이 혼잡하다는 불만사항은 적극 수렴하겠다"면서 "기존 진출입로 폭이 4m인데 사업부지 내에서 2m를 도로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추가로 3m의 건축한계선을 지정해 주민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한양대 도시공학과 이창무 교수는 “청년주택을 위해 지나치게 고밀도인 건물을 짓거나 사업지를 많이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청년에게 주택을 공급한 계층이 피해를 받으면 청년계층과 노년계층 모두에게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상황으로 악화돼 다른 계층에 대한 추가적 부담이 발생한다”며 모든 계층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