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배달업계는 지금 ‘초소형 전기차’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초소형 전기차를 지난달 60대 도입을 시작으로 올해 총 1000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우정사업본부는 2020년까지 전기차 1만대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르노삼성의 ‘트위지(Twizy)’ 도입이라는 점이다. 도심형 이동수단으로 각광받을 줄 알았던 트위지가 배달을 한다니. 과연 트위지가 배달에 적합할까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비비큐 본사를 찾아 직접 시승하고 배달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지난달 전기차 60대 도입을 시작으로 올해 총 1000대를 배달에 도입할 예정이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지난 12일 서울시 송파구 문정동에 있는 비비큐 본사에 도착했을 때 제일 먼저 시선을 끈 것은 건물 앞에 서 있는 트위지였다. 사진으로 본 것보다 실물은 훨씬 더 작고 귀여웠다.

트위지의 너비는 1237mm이다. 기아 모닝(1595mm)보다 훨씬 좁지만 혼자 타기에 내부 공간은 더 넓어 보였다. 길이는 2338mm로 기아 모닝(3595mm)와 비교하면 1.5배 정도의 차이가 난다. 2m가 넘지만 조금 큰 스쿠터와 비슷한 수준이다.

트위지는 의아하게도 유리로 된 창문이 없었다. 필요에 따라 비닐로 된 창문을 달 수 있다. 이는 문을 창문 안쪽에서 열어야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문은 마치 영화에나 나올법한 수퍼카처럼 일명 시저도어를 적용해 좁은 공간에서도  쉽게 열도록 설계했다. 

그렇지만  창문 너머로 손을 넣어 문을 여는 것은 다소 불편함이 있었다.

▲ 트위지는 슈퍼카에 주로 사용하는 일명 시저도어를 적용해 좁은 공간에서도 문이 열리도록 설계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초소형 1인승 전기차로 알려진 트위지지만 운전석 뒤에 좌석이 한 개 더 있었다. 2명까지 탈 수 있지만 보통 체격의 여성도 타기에는 좁은 공간이었다.  배달업체들은 이 뒷좌석을 적재공간으로 활용해 배달용으로 사용하고 있고 비비큐도 마찬가지다.

▲ 1인용 초소형 전기자동차로 잘 알려진 트위지는 사실 운전석 뒤에 좌석이 하나 더 있다. 그러나 보통체격의 여성이 타기에도 좁은 자리로 배달업체들은 뒷좌석을 적재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 1인용 초소형 전기자동차로 잘 알려진 트위지는 사실 운전석 뒤에 좌석이 하나 더 있다. 그러나 보통체격의 여성이 타기에도 좁은 자리로 배달업체들은 뒷좌석을 적재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트위지는 가정용 220V를 사용해 차량 앞 부분에 충전선을 이용하면 언제 어디서든 충전할 수 있다. 3시간 충전으로 55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한다. 55km는 배달업체마다 다르지만 이틀정도 운행할 수 있는 거리라고 한다. 

▲ 트위지는 가정용 220V를 사용해 어디서든 충전이 가능하며 3시간 충전으로 55km를 주행할 수 있다. 사진= 이코노믹리뷰 견다희 기자

시승을 위해 좌석에 앉아봤다. 생각보다 좌석은 딱딱했다. 내부는 배터리 잔량과 속도 등을 보여주는 계기판과 깜빡이, 와이퍼, 비상등과 같은 정말 주행에 필요한 기본 기능만 갖춰져 있었다. 히터와 에어컨 기능은 없었다.  

오후 2시30분 차에 올라 시동을 걸었다. 전기차는 무척 조용하기 때문에 시동이 걸렸는지 유무를 소리로 확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핸들 위 계기판에 시동 여부를 확인한 후 출발해야 한다. 마찬 가지로 트위지도 조용했다. 출발은 산뜻했다.

핸들을 꺾어 비비큐 본사를 빠져나오는데 트위지는 일반 차량의 파워핸들보다 좀 무겁게 느껴졌다. 

트위지는 시동은 조용하게 걸리나 주행 중 소음이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윙~ ' 하는 기계음이 계속해서 들렸다. 승차감은 그리 좋지 않았다. 달리는데 노면의 충격이 그대로 다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시속 80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지만 좋지 않은 승차감으로 속도를 올릴 수가 없었다. 특히 방지턱을 넘는 건 버거웠다. 속도를 최저로 낮춰도 덜컥임을 막을 수 없었다. '어이쿠'  소리가 입에서 절로 나왔다.

이제 막 보급되기 시작한 트위지는 도로 위의 운전자들의 시선을 모두 빼앗았다. 한 시간여 동안 문정동 일대를 운전하고 다녔는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창문이 없기 때문에 신호대기 중에는 옆 차 운전자가 말을 걸어오기도 했다. 트위지가 홍보효과 하나만큼은 확실해보였다. '역시 윤홍근 회장의 홍보 감각 하나만은 대단하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 비비큐 관계자는 "트위지는 이제 막 보급되기 시작한 차량이라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 홍보효과를 톡톡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시간 정도 운전을 하고 비비큐 본사로 돌아오니 아쉬움이 많았다. 운전하는 내내 좀 불편하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벌써 끝나는 구나"하는 생각도 났다. 직원들의 반응이 궁금해 물었다.

이에 비비큐 관계자는 "비비큐 이름이 새겨진 트위지를 운행하면서 홍보효과가 크다"면서 "지나다니면 많이 쳐다보고 다가와서 말을 거는 일도 많다"고 전했다.  비비큐 본사가 운영하는 가락시장점에서 배달음 담당하는 직원은 “오토바이보다는 확실히 안전성은 높다”면서 “오토바이로 차선을 바꿀 때는 운전자들이 잘 양보해주지 않았지만 지금은 차선변경도 용이하고 비가 오는 날씨에도 운행하기 편하다”고 설명했다.

이 직원은 “일반 자동차에 비해 승차감은 훨씬 떨어지지만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괜찮은 수준”이라면서 “3시간 충전으로 이틀정도 이용할 수 있고 충전비용도 한 달에 7만원정도로 가격도 낮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비비큐 관계자는 “서울에 있는 점주들에게도 인기가 좋지만 특히 배달거리가 먼 지방이나 여성점주들이 직접 배달까지 해야하는 곳에서 인기가 더 많다”면서 “점주분들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올해 안으로 1000대 보급을 목표로 보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승을 마친 후 만감이 교차했다. 승용차에만 익수한 기자에게 에어컨, 히터, 스마트키 등 편의 기능이 부족하고 승차감도 좋지 않았다는 판단이 들었다. 트위지를 일반 이동수단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했다.  

게다가 일반차에 익숙한 소비자가 유지비가 싸고 작은 크기고 주차가 용이할 것 같단 기대감에 구매한다면 후회하기 쉽다.

그러나 트위지는 비비큐가 선택한 배달 수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굳이 이런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트위지는 자동차라기 보다는 '덮개있는 4륜 바이크'로 오토바이를 대체할 배송 수단으로는 오히려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전하고 이동거리도 길고 적재공간도 널직하니 배달하는 직원들에겐 애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이 같은 이유로 배달업계에서 트위지의 인기가 뜨거워지자 렌털업계에서도 전기차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정수기, 비데 등을 관리하는 일명 ‘코디’라 불리는 렌털업계 직원들은 필터, 부품 등을 싣고 다니기 위해 자동차가 필수다. 그럼에도 회사측의 지원은 없다. 한국야쿠르트가 야쿠르트 방문판매 직원들에게 월 4만에 전기차 ‘코코’를 지원하는 것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야쿠르트 아줌마와 코디 모두 개인사업자의 자격은 같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업무에 필요한 부분을 지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면서 “업무에 적합하도록 전기차를 직접 연구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SK매직의 직원 한모(36)씨는 “부품이나 필터 등 짐이 많기 때문에 차 없이 업무를 보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보통 한 달에 기름값만 30만원 이상이 나가고 보험이며 기타 유지비를 따지면 굉장히 크다”고 하소연했다. 한 씨는 “한국야쿠르트 방문판매 직원들도 우리와 같은 개인사업자 자격인 것으로 아는데 그곳은 직접 연구개발로 직원들의 편의와 안전을 위해 전기차를 보급하고 있는 걸로 안다”면서 렌털업계에서도 전기차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코웨이, SK매직 등 렌털업계는 아직 전기차 도입 계획이 없다고 한다. BBQ의 직원들이 트위지를 몰고 다니는 모습을 이들 회사의 직원들은 부러운듯 바라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