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임관호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정책이 확정되면 트윗터를 통해 먼저 알리고 그 반응을 본다. 그리고 반응이 좋지 않으면 약간 다른 소리를 해서 또 반응을 본다. 상대국이 뭔가 거래를 걸어오면 그 결과를 보고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의미다. 전형적인 비지니스맨의 방식이다.

중국 스타일은 다르다. 핫이슈가 발생하면 정책차원의 발표는 최대한 미룬다. 정부관계자들은 원론적인 입장만을 표명한다.  물위 세상과 물밑 세상이 다른게 중국이다. 물밑에서는 이미 실행에 돌입한다. 한국의 사드 사태때에도 원칙적인 입장은 변한게 없었다. 단지 관광업계가 단체관광을 한국만 제외 했을 뿐이지 정부는 간여한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 사드 배치가 달라진게 없기 때문이다.

중국의 미국 무역전쟁에 대한 입장도 이 스타일을 벗어나지 않는다. 같은 수위의 보복관세를 발표하면서 오는 6일부터 적용되지만 물밑으로는 민간차원의 실행이 이미 적용되고 있다. 정부의 실행보다 민간이 먼저 움직인다. 민관의 손발이 척척 맞는다. 무서울정도다.

중국정부가 올해 미국 수입 대두에 대해서 보복관세를 매기겠다고 발표를 했다. 이미 중국 수입업체들은 주문취소를 통해서 올해 수입량 전부를 거절해놓은 상태다. 중국 정부도 수입 당사자인 민간업체들이 주문취소를 하는데 정부가 민간기업을 간섭할 수 없으니 어떻게 하겠냐는 태도다. 

'중국스타일'이 또 벌어졌다. 3일 저녁 중국 법원은 미국의 반도체 회사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중국 판매를 불허하는 판결을 내렸다. 중국정부는 보복관세에 대한 대응이 아니라고 밝힐 필요도 없다. 마이크론이라는 민간기업이 법을 위반했으니 당연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ZTE에 대한 제재와 차이나 모바일의 시장 진출을 규제한 것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짙다. 물론 미국의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이다. 소송 당사자가 대만 반도체 업체이기 때문이다.

그 바람에 3일(현지시간) 뉴욕증시는 긴장했다. 뉴욕증시는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악재 때문에 기술주들이 일제히 하락, 약세로 마감했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시장인 중국에서 영업을 할수 없다면 시장의 반을 이미 상실한 것이니 마이크론의 실적이 좋을리가 없다. 이날 마이크론 주가는 5.5%하락했다. 애플 등 다른 기술주들도 똑같이 중국을 두려워 하고 있다. 언제든지 미중 무역전쟁의 희생양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희생의 댓가는 자못 크다. 시장의 반을 잃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확전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세계 대전으로 변하고 있다. 유럽과 러시아 캐나다 인도 일본 등도 보복전쟁을 시작했다. 무역전쟁은 전방위 전쟁으로 확전되고 있다. 금융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 러시아 등은 미국 국채를 매도하겠다고 협박하는 상황이다. 이 부분이 제일 우려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무역전쟁이 화폐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화폐전쟁의 끝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연상케 한다.

트럼프가 시작한 무역전쟁이 녹록치 않은 까닭이다. 글로벌 무역전쟁은 단기전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시작된 전쟁은 향후 10년의 글로벌 경제를 재편할 전망이다. 그래서 지금 이 시점이 중요하다. 실기를 해서는 한국의 입지를 보장받을 수 없다.  

글로벌 경제대국 한국은 그런데 왜 조용한가. 수출비중이 60%가 넘는 한국호가 이상하리만큼 조용하다. 무대응도 전술일 수 있나? 연일 대책을 쏟아내도 해결하기 힘든 상황인데 대책 발표는 가뭄에 콩 나듯 나오고 있다. 이상하다. 한가한 대응을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자신감일까 자만심일까 아니면 자포자기일까. 눈치만을 보고 있을 때가 아닌데 안타깝다. 

환율 움직임에 대해서도 적절한 대응이 보이지 않는다. 외환거래 내역 공개라는 족쇄가 채워져있지만 심각한 상황은 만들지 않을 묘안이 있어야 한다. 한국은행 등이 물밑에서 뭔가를 준비 하고 있을 것이라고 기대는 해보지만 이제는 시기를 놓치고 있는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지난 3년간 가계부채는 광란의 폭주열차였다. 1600조를 위협하는 가계부채가 뇌관이 될거라는 경고는 하루이틀이 아니다. 어떻게 부채문제를 제어할지 복안은 만들어져 있는지 묻고 싶다.

무역전쟁, 금리상승에 따른 가계부채 폭탄, 저출산, 고령자 실업 청년실업 등 고질적인 고용시장 불안 등 현안이 산적하다. 물론 자영업자의 몰락은 이 모든 문제와 연계되어있다. 소비시장은 지난 10년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 역시 앞에 문제들과 같은 연계선상에서 작동한다.

지난 3년간 경제를 이끌었던 수출전선도 조짐이 안좋다. 정체현상을 보이던 수출이 지난달에는 증가율이 감소세로 돌아섰다. 반도체 중심의 수출구조가 더 불안하다. 한 날개로 비행하고 있는 한국경제, 언제까지 지속할지 의문이다.

더 큰 문제는 닥친 현안 해결은 고사하고 미래를 위한 투자가 멈춰있다는 것이다. 새정부 출범이후 함께 출범한 4차 산업혁명위원회는 너무도 조용하다. 조용히 일만하고 있기 때문이라면 할말은 없다. 또한 국내의 현안때문에 기업들이 정부에 지나치게 눈치를 보고 있다. 신규 사업에 대한 진출도 맘대로 펼치지 못하며 눈치만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신규 일자리를 만들것인지 전통적 일자리를 늘릴 것인지 정부의 판단이 필요한 까닭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너도나도 인공지능과 로봇 등 4차산업혁명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유통업체들도 아마존의 가격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무인 배송 등 바꿀수 있는 모든 것을 바꿔가고 있다. 이런 변화속에서 신규사업과 신규기업, 그리고 신규 일자리가 양산되고 있다. 그동안 보지도 못했던 직업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국내는 안타깝게도 이런 신규 일자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무인화는 내놓고 이야기하지도 못한다. 국내기업들은 그 부분에서 발목이 잡혀있다.

글로벌시장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큰 변화의 물결 앞에 서있다. 국내에서는 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제대로된 보고서 하나를 찾아보기 힘들다. 경제는 없고 복지만 있다. 무엇으로 복지 나무를 키워 갈 것인가 세수로만 충당할 수 있는가 그 세수는 경제의 밭에서 나오는게 아닌가. 경제밭의 나무들인 기업들은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북풍한설의 글로벌 시장을 신경쓸 겨를이 없다. 1년사이에 벌어진 국내시장의 변화를 쫓아가기에도 버겁다. 글로벌 파고를 넘어설 미래산업에 대한 비전제시와 경제의 밭을 일굴 경제정책을 이제는 제시해야 할때다. 경제현실을 직시한 제대로된 경제대책을 보고 싶다. 기업과 산업을 춤추게하는 그래서 소비시장을 춤추게 하는 그런 종합경제대책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