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MW 리콜 대상 차종. 자료=BMW코리아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독일 자동차 업체 BMW가 잇따라 자동차 화재사고가 발생하하자 차주들에게 렌트 서비스를 지원키로 하면서 약 3300억원의 손실을 떠안을 것으로 추정됐다. BMW 판매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딜러사들도 이번 사건으로 불똥이 튀었다.

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가 장착된 자사 차량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하자 BMW코리아는 총 10만6317대의 차량을 리콜하기로 했다. 리콜은 긴급 안전진단 이후 오는 20일부터 본격 시작할 방침이다. BMW는 이와 함께 필요시 무상 렌터카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BMW코리아의 추가 방침에 따라 리콜대상 차량 차주는 서비스센터에 요청해 자동차 보험 표준약관에 따라 렌터카를 사용할 수 있다. 자동차보험 표준약관에 따라 동일 배기량인 차량만 빌릴 수 있다. . BMW차를 반납해도 다른 회사의 같은 배기량의 차를 받을 수 있다.

BMW가 밝힌 긴급안전진단을 마친 차량은 지난 3일 기준으로 1만5337대다. 예약 대기 중인 차량은 3만6606대다. 긴급진단을 마친 차량을 고려했을 때 남아있는 리콜 차량은 약 9만대다.

BMW가 남은 리콜 대상 차량만큼 렌트를 한다는 가정하에 회사 손실금액을 추정해보면 단순계산으로 하루 약 222억원이 나온다. BMW 리콜 예정일인 20일까지 약 15일이 남아있는 만큼 앞으로 약 3300억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는 BMW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의 약 10%에 해당하는 규모다. 현재 서비스센터에 예약이 밀려있는 만큼 차량 정비는 9월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규모는 더욱 커진다.

BMW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6337억원, 영업이익은 10억원, 판매관리비는 275억원이다. 판매대수는 총 5만9624대였다.

BMW의 금융자회사인 BMW파이낸셜코리아는 매년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늘렸다. 회사 측은 수입차 시장이 성장세에 돌입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서 자본금을 늘려왔다.   

BMW파이낸셜코리아는 지난 2016년 471억6000만원의 유상증자에 이어 2017년은 1141억원을 증자해왔다. 자본금은 지난 2015년 597억원에서 2016년 1068억원, 2017년 2210억원으로 매년 약 2배가량 늘었다.  회사채는 지난해 연간 1000억원대 규모에서 올해에는 지난 2월 1300억원, 4월 1600억원 등 규모를 키워 발행하고 있다.

두 회사가 '자동차'를 자산으로 공유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로 상당한 자본 손실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의 올해 1분기(1~3월) 매출액은 1987억원, 영업이익 11억, 당기순이익 14억원이다. 지난해 기준 리스자산은 2조326억원으로 운용리스자산이 1조5108억원을 차지한다. 

BMW는 국토교통부가 정밀조사 결과에 따라 최대 700억원의 과징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현행 자동차관리법 시행령은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을 안 날부터 이를 지체 없이 시정하지 않은 경우 해당 자동차 매출액의 1%를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 BMW 리콜 대상 차량 총 10만6317대는 BMW코리아의 2년 치 판매량이다. 이를 모두 과징금 부과 대상으로 책정하면 해당 매출액 약 7조2000억원(2년 치)의 1%인 700억원 이상의 과징금 부과도 가능하다.

딜러사·부품사도 피해가기 어려운 사태

자동차 산업은 전후방 효과가 큰 만큼 BMW화재 사고 피해는 다른 업체에도 이어진다. 이번 사태는 딜러사들도 피해가기 어렵다. BMW의 신차 판매비중은 올해 1분기(1~3월) 기준으로 코오롱모터스 25%, 한독모터스 22%, 도이치모터스 23%, 바바리안모터스 12%, 동성모터스 11%, 기타회사 9% 등을 차지하고 있다.

코오롱모터스는 BMW 차량의 안정성이 논란이 된 만큼 하반기 판매량 감소로 이익 손실이 불가피해 보인다. 코오롱모터스는 지난해 수입차 판매사업 매출액 1조1916억원, 영업이익 260억원을 거뒀다. 같은 기간 코오롱모터스 자회사인 코오롱아우토는 매출 545억원, 영업손실 10억원을 냈고, 코오롱오토모티브는 매출 138억원, 영업손실 110억원을 냈다. 

수입자동차 딜러업은 구조상 높은 실적 변동폭과 낮은 수익성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자동차 판매대수 당 수수료를 통해 이익을 창출하며 신차 출시에 따라 수익성이 크게 달라진다. 구형 모델 판매는 많은 수입차 딜러들이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출혈이 심한 프로모션을 감행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좋지 않다. 도이치모터스의 지난해 BMW 사업부 영업이익률 1.56%에 불과하다.

딜러사는 궁여지책으로 자금 조달을 계속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는 AS센터 추가 설립 등 외형 확대를 위해 지난 4월 권면총액 150억원대 무기명식 무보증 사모 전환채를 발행했다. 회사는 이를 지난달 27일 종전 6537원에서 5950원으로 하향 조정 했다. 전환사채를 선 발행한 뒤 가액을 하향하는 방식의 자금 조달은 회사가 저리로 대규모 자금을 융통하는 방법이지만, 최근 잇단 화재사고로 논란에 휘말리면서 전환가액 조정이 불가피했다.

시장 변동에 타격이 큰 부품사도 전환가액을 조정하고있다. 수입차 부품공급을 주로 하는 자동차 부품업체 영신금속 역시 지난달 14일 40억원대 사채의 전환가액을 2534원에서 2286원으로 낮췄다. 다른 부품업체인 화진도 전환사채 가액을 3422원에서 3200원으로 지난달 13일 조정했다.

수입차 시장 전체에 타격..."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해야"

이번 사태는 한국수입차협회가 올해 전망한 수입차 점유율 16%(약 25만6000대)에도 미미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BMW는 지난 6월 기준 수입차 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26.8%)에 이어 18.0%의 높은 판매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신차 시장에서 타격을 입은 만큼 수입중고차시장(BSP)에도 손실이 불가피해 보인다. BMW는 지난 6월 기준 총 6890대의 인증중고차를 판매해 중고차업계 판매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수입자동차 딜러 A씨는 “BMW 520d는 구매 문의가 가장 많은 차 중의 하나”라면서 “대부분 판매회사가 520d 가계약이 밀려있다. 이번 화재사고로 구매 취소가 이어지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2015년 ‘디젤 게이트’ 당시 늑장대응으로 비난을 산 데 이어 BMW코리아가 또다시 늑장대응 논란을 일으키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 자리 잡은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제조사가 고의 또는 악의로 불법행위를 한 경우 피해자에게 입증된 재산상의 손해보다 훨씬 큰 금액을 배상하게 하는 것이다. BMW는 회사측이 화재사고 원인으로 지목된 EGR의 결함을 2016년 알고도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없기 때문에 수입차 업체들이 국내 소비자들을 우롱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제조사의 무책임한 행태를 막기 위해 이러한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BMW는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정기로 관리를 받은 차량은 시장가치로 100% 현금 보상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진단을 완료한 차량의 화재사고가 연이어 발생한다면 회사의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주요 화재 차량인 BMW 520d모델은 BMW의 전체 매출에서 37%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고로 5시리즈 관련 브랜드 이미지 추락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