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센트> 김두일 지음, 헬로월드 펴냄

[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많은 창업자들이 종종 빠지는 함정이 있다. 창조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다. 모방은 단지 수단과 도구일 뿐이고 진정한 목적은 이를 기초로 한 새로운 창조다”

텐센트의 창업자 마화텅(46)이 한 말이다. 텐센트는 IT업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중국의 공룡 인터넷 기업이다. 마화텅의 저 말은 텐센트의 경영 철학인 ‘고양이를 보고 사자를 그리는 모방’과도 연결된다.

이 경영 철학에 공감이 갈 수도 있고, 단지 멋진 말로 포장해 ‘카피’를 정당화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어쨌든 텐센트는 이 전략으로 세계 최대 인터넷 기업중 하나가 됐다. 텐센트의 주력 사업은 과거 QQ메신저 서비스, 현재 게임서비스, 미래 모바일 핀테크와 O2O로 요약할 수 있는데, 모든 분야에서 성공의 방정식은 모방과 재해석이었다. 

텐센트는 현재 게임 분야에서 글로벌 절대 강자라고 할 수 있다.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하스스톤’, ‘오버워치’ ‘디아블로’ 등을 개발한 블리자드, ‘리그오브레전드’ 개발사 라이엇 게임즈,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게임즈, ‘클래시오브클랜’, ‘클래시 로얄’ 개발사 슈퍼셀이 모두 텐센트가 인수한 게임사라는 걸 아는가. 국내에서 매출액 1위를 달리고 있는 넷마블도 텐센트가 3대주주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텐센트의 2분기 실적이 발표되며 업계의 관심을 모았다. 약 13년만에 분기 순이익이 처음으로 감소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다. 텐센트의 순이익은 2005년 3분기 이후 올해 2분기에 처음으로 전년보다 낮게 기록됐다. 순이익 하락은 텐센트에 좋지 않은 소식이지만, 한편으론 이런 생각도 든다. 어떤 기업이길래 13년간 순이익이 한 번도 떨어진 적이 없는 걸까. 그 저력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텐센트도 힘들고 절실한 시절이 있었다. 한국 게임을 중국에 서비스하기 위해 발로 뛰며 국내 게임사 문을 두드렸다. 거절당하는 경우도 빈번했다. 한국 게임사는 ‘갑’ 텐센트는 ‘을’ 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약 10년이 흐른 지금 상황은 많이 바뀌었다.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중국에 게임을 출시하기 위해 텐센트 앞에 줄을 서 있다. 

김두일 저자가 쓴 <텐센트>는 지금의 텐센트가 있기까지의 핵심 사건과 경영 철학을 설명한다. 회사가 설립된 1998년부터 2017년까지 약 20년간 한 인터넷 기업이 걸어온 이야기를 전한다. 20년은 긴 시간이지만 책은 두껍지 않다. 앉아서 1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이 책은 중국 기업을 소개하는 책이지만 읽다 보면 친숙한 국내 기업과 게임들이 등장해 낯선느낌이 잘 들지 않는다. 국내 기업과의 높은 연관성은 책 장을 빨리 넘기게 되는 힘이 된다. 텐센트가 걸어온 길에 한국 게임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고, 지금도 관계는 이어지고 있다. 2000년대 텐센트가 넥슨, 스마일게이트, 네오위즈, 카카오 등 국내 대표IT 기업들과 비즈니스를 하던 모습을 엿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텐센트 성장 과정에서의 고민과 이슈 선택에 대한 저자의 고찰도 담았다. 저자 김두일은 한국 게임업계에서 20년 넘게 몸담은 1세대 온라인 게임 개발자 출신이다. 현재는 중국에서 주로 활동하며 한국과 중국 간의 게임 비즈니스 교류를 돕고 있다. 저자가 업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사건들을 적어놓은 셈이니 현장감이 살아있으며, 이슈에 대한 고찰도 설득력이 있다. 

배경지식이 없어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문장이 간결하고 전체 흐름과 이야기에 초점을 맞춰 읽기가 편하다. 그러면서도 텐센트라는 기업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잘 전달한다. 책을 읽고 나면 적어도 텐센트가 어떤 방향과 전략을 가지고 현재에 위치에 왔는지 명확해진다. 이를 비춰 한국 IT 업계 비전도 고민해볼 수 있다.

텐센트라는 기업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에게는 이 책이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이 책의 집필 의도가 하나의 주제를 쉽고 빠르게 이해하도록 돕는 '지식 입문서'이기 때문에 책의 단점으로 꼽기엔 무리가 있다. 

또한 종이책으로는 발간되지 않은 점이 누군가에겐 아쉬운 점이 될 수 있겠다. 이 책은 헬로월드라는 출판사가 시리즈 물로 내놓은 지식 입문서 중 하나이며, 전자책 플랫폼 ‘리디북스’에 전자책으로만 발간했다.

텐센트라는 기업이 평소에 궁금했거나, 모방을 통해 성공한 기업 사례를 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게임 업계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도 재미있는 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