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 IFA 2018이 8월30일(현지시각) 개막한 가운데, 글로벌 가전업계의 관심은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을 중심으로 구축되는 새로운 생태계 전략으로 수렴되고 있다. 로봇과 스마트홈 전략이 대거 공개된 가운데 중국의 강력한 존재감도 눈에 들어온다. 아마존과 구글 등 ICT 소프트웨어 기업과의 합종연횡도 관전 포인트다.

▲ IFA 2018이 개막하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삼성과 LG, 절대 존재감 과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IFA 2018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QLED 8K를 중심으로 다양한 전략 제품을 대거 공개해 눈길을 끈다.

85형 QLED 8K는 8K 고해상도와 퀀텀닷 기술의 결합으로 만들어진 최대 4000니트(nit) 밝기, 컬러볼륨 100%의 색재현력 등 '퍼펙트 리얼리티(Perfect Reality)'를 추구하는 TV임을 부각했다는 설명이다. 라이프스타일 프레임TV와 하반과 협력한 다양한 오디오 라인업, 인공지능과 밀레니엄 세대를 노린 가전제품도 호평이다. 김현석 삼성전자 사장은 "기술이 진정으로 가치를 발휘하려면 사용자는 원하는 것을 대화하듯 말하기만 하면 되는 수준으로 사용상 복잡성이 없어야 한다"며,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중심으로 다양한 파트너사·개발자 들과 에코시스템 강화에 힘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 QLED TV 8K가 보인다. 출처=삼성전자

백색가전의 왕자 LG전자도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SIGNATURE KITCHEN SUITE)와 LG 시그니처(LG SIGNATURE) 등 독자 브랜드의 초(超)프리미엄을 앞세우며 인공지능, 로봇 등 미래 사업은 개방형 혁신을 기반으로 생태계를 강화하고 있다.

인공지능 씽큐의 전략과 함께 로봇 수트인 클로이 수트봇이 눈길을 끈다. 이 로봇은 산업현장에서 근로자의 근력을 보조하는 용도로 활용하거나 보행이 불편한 사람들의 활동과 재활을 돕는다는 설명이다. 송대현 LG전자 사장은 “생활가전, 인공지능, 로봇 등은 모두 ‘고객들의 더 나은 삶’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갖고 있다”며 “이전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실질적인 고객 가치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 LG전자의 OLED 협곡이 보인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동규 기자

#TV 전쟁
TV는 전통적으로 가전의 왕자다. 올해 IFA 2018에서도 TV의 진화는 계속된다. 삼성전자의 8K TV는 기존 경쟁력이 탄탄한데다 머신 러닝 기반으로 저해상도 영상을 8K 수준의 고화질로 변환해주는 '8K AI 업스케일링' 기술도 지원한다. 영상 특성에 맞춰 음향을 자동으로 최적화 해주는 AI 기반 음향 최적화 기술도 더해져 시청각 모든 측면에서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설명이다.

마이크로 LED 더 월도 눈길을 끈다.

마이크로LED는 한 변의 길이가 100㎛(1만분의 1m) 이하인 LED 초미세제품으로 분류된다. 입자 크기가 작기 때문에 디스플레이 내부에 삽입하면 OLED처럼 자체발광도 가능하며 응답속도가 빠르고 색 재현력도 풍부하다는 평가다. 플렉서블 등 다양한 디자인을 구현하기도 쉽기 때문에 디자인에 맞는 디스플레이 조정도 가능하다. 웨이퍼에서 LED를 생산하는 구조로 기판에 부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사실상 디스플레이 크기에는 제한이 없다. 올해 초 CES 2018에서 공개된 삼성전자 더 월의 존재감 강화도 IFA 2018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LG전자는 OLED TV 전략을 8K로 수렴했다. 88인치 OLED TV를 최초 공개했다. 더 월의 대항마로 일컬어지는 173인치형 마이크로 LED TV도 전격 공개했다.

▲ LG전자의 클로이 수트복이 보인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동규 기자

#인공지능, 로봇 경쟁력 눈길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빅스비와 사물인터넷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내세우고 있다. 강력한 가전 생태계를 중심으로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단독 플랫폼을 구축하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플랫폼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자체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전략에도 집중하고 있다. 더 이상 글로벌 ICT 기업의 하드웨어 제조기지로 머물지 않겠다는 야심이다. 삼성전자가 초연결 시대를 맞아 사실상 독자 행보를 강조하며 구글과의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이유다.

LG전자의 인공지능 전략이 날카로워지고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 생태계는 여전하지만, 단독 경쟁력도 끌어 올린다는 각오다. 박일평 LG전자 사장은 LG전자의 인공지능인 ‘LG 씽큐’의 3가지 강점인 맞춤형 진화(進化, Evolve), 폭넓은 접점(接點, Connect), 개방(開放, Open) 등의 측면에서 LG전자가 만들고자 하는 인공지능의 모습을 그렸다. 박 사장은 “인공지능은 우리 삶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진화, 접점, 개방이 더 나은 삶을 만드는 인공지능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전자는 지난해 6월 CTO부문 산하 소프트웨어센터에 인공지능연구소를 신설하고 음성인식, 영상인식, 생체인식, 딥 러닝 알고리즘 등 인공지능 제품·서비스 개발에 필수적인 기술들을 연구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랩’ 산하에 인공지능 연구조직인 ‘어드밴스드(Advanced) AI’를 신설해 딥 러닝, 미래자동차 기술 등을 연구하고 있다. 또 캐나다 토론토에 ‘토론토 인공지능연구소(Toronto AI Lab)’를 여는 등 인공지능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웹OS도 눈길을 끈다. LG전자가 스마트 TV, 디지털 사이니지 등에 적용하고 있는 독자 운영체제다. LG전자는 지난 3월 누구나 무료로 웹OS 소스코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웹OS는 구글 어시스턴트, 아마존 알렉사 등과 연계되며, 사물인터넷(IoT) 국제표준인 ‘OCF(Open Connectivity Foundation) 표준’에 부합해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들과도 호환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로봇, 커넥티드카, 자율주행차 등과도 연결된다.

LG전자는 개방형 생태계를 통해 인공지능 전략을 구축하는 한편 클로이 수트 등을 통해 로봇 경쟁력도 동시에 키우고 있다. 가전의 미래를 인공지능 로봇에서 찾는 셈이다.

#중국과 일본, 관심집중
중국의 화웨이가 보여주는 가전굴기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인공지능 모바일 AP 기린 시리즈부터 다양한 생활가전까지 다양한 경쟁력이 눈길을 끈다. 미중 무역전쟁이 불거지며 새로운 파트너를 모색하려는 화웨이의 전략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일본도 소니를 중심으로 가전왕국의 부활을 노리고 있다. 소재와 부품 중심의 포트폴리오에서 시작해 신형 엑스페리아에 이르는 다양한 라인업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 삼성전자 쿠킹쇼가 벌어지고 있다. 출처=삼성전자

#스마트홈 전략
단순한 가전 경쟁력이 아닌, 소프트웨어 파워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스마트홈 전략도 눈길을 끈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전략을 중심으로 전개될 각 제조사의 전략에 시선이 집중된다. 삼성전자의 독자 생태계와 LG전자의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이 보여줄 차이에도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글과 아마존 등 ICT 업계도 IFA 2018에 참전했다. 이들은 각 하드웨어 제조사들과 함께 협상과 대립을 반복하며 합종연횡의 큰 틀을 짤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 플랫폼의 전략이 충돌하는 순간이다.

각 제조사들이 스마트홈 전략으로 로드맵을 확장하며 밀레니얼 세대를 정조준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 유럽총괄 생활가전 마케팅 담당 다니엘 하비(Daniel Harvie)는 "유럽 밀레니얼 소비자의 70% 이상은 집에서 지인들과 엔터테인먼트를 즐기고 재택 근무를 하는 등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며,"삼성전자는 ▲주방의 역할 확대 ▲가전의 개인 비서화 ▲AI·IoT 기술 기반 라이프스타일 변화 등을 제품에 적용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식품 주문에서 레시피 추천까지 체계적 식품관리는 물론 AKG 스피커를 적용해 주방에서 고품질 사운드를 즐길 수 있고, 빅스비 · 화자인식 기술로 가족 구성원별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등 주방을 가족 생활의 허브로 만들어 주는 '패밀리허브' 냉장고가 이 트렌드에 부합하는 대표적인 제품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