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진후 기자] 북위례에 다시 사람이 몰린다.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가 예상되는 1만3000가구 규모 북위례 신도시에 건설사들이 잇따라 10월 이후 연내 분양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GS건설은 10월 19일 A3-1구획의 ‘GS자이’ 분양을 앞두고 있고, 우미·계룡건설은 11월 중 공급을 계획 중이다. 그러나 아직 완비되지 않은 교통노선과 상가 미분양이 과제로 남아 있다. <이코노믹리뷰>가 방문한 12일 저녁은 청명한 가을 날씨에도 인적은 한산했다.

위례 신도시는 서울 송파구, 하남시, 성남시에 걸쳐 4만3000가구 규모로 강남·잠실 등 사무실 밀집지역의 ‘베드타운’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 기획된 마지막 공급지로서 전세가 안정 효과가 기대되기도 했다.

그 가운데서도 북위례는 ‘긁지 않은 복권’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곳은 그동안 미군부지 이전으로 환수·개발이 지연된 지역이지만, 공공택지로서 ‘분양가 상한제’의 영향을 받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분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입주를 마무리한 남위례와 달리 수요심리가 가득한 올해부터 공급을 시작하는 점도 작용할 전망이다. 북위례 지구는 올해와 내년까지 5000가구 이상이 공급된다.

▲ 북위례 지구에 세워진 포크레인 한 대가 공사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5·8호선 등 기존의 교통망과도 가까워, 남위례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온 ‘인프라스트럭쳐 문제’에서도 반 보 비켜나 있다.

이준용 한국감정원 시장분석연구부 부장은 북위례 신도시를 올해 분양 시장의 시금석으로 풀이했다. 이준용 부장은 “개발 심리가 한껏 올라있지만, 현금 자산이 투자처를 찾고 대단지인 북위례 신도시의 분양이 일단락되면 시장의 귀추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분양가 상한제로 시세보다 저렴 예상

북위례 신도시의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남위례 지역의 소형주택은 3.3㎡당 3500만원, 대형주택은 3.3㎡당 3300만원을 웃돈다”면서 “북위례 지역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2000만원대 초반에 책정될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송파 지역은 2000만원대, 하남지역은 1600만~1800만원대로 예상한 곳도 있었다. 중대형 주택인 전용면적 85㎡ 이상으로 환산하면 9억원을 초과해 대출이 제한되기 때문에 더 낮게 나올 것이란 이유였다.

▲ 위례지역 공인중개사들은 북위례 분양권을 두고 '긁지 않은 복권'이라 입을 모았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바로 옆에 입점한 공인중개사는 “H브랜드 아파트 직원이 찾아와 평당 1740만원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고 귀띔해줬다.

3.3㎡당 분양가가 낮을 것이라 예측하는 이유는 북위례 지역이 ‘분양가 상한제’의 영향을 받는 공공택지이기 때문이다. 일반 민간분양구역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분양가를 협의하는 것과 달리, 공공택지는 각 구역 지방자치단체의 분양가 심의위원회에서 책정한다. 또한 하남지역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돼 분양가가 책정되면 5년의 전매제한 기간을 가진다.

이러한 단점을 피하려 북위례 지역에서 가장 먼저 분양을 마친 ‘호반 가든하임’은 공공택지를 민간단기임대 후 분양으로 전환해 꼼수라는 비판을 받은 전례가 있다.

‘위례포레자이’의 분양을 앞둔 GS건설 관계자는 “늦어도 10월 26일에 견본주택 완공과 함께 분양을 시작할 것”이라면서 “공공택지다 보니 분양가 산정을 결정하는 하남시의 심위위원회가 구성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10월 말 ‘위례포레자이’의 분양이 완료되면 A3-1구획에 558가구 규모가 들어설 계획이다.

북위례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하남시의 주택과 관계자 역시 “9월 말에서 10월 초순 안에 분양가가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심의위원회 감리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냈다”고 말했다.

북위례 신도시의 청약 접수 비율은 하남 거주가 1년 이상 된 시민 30%, 경기지역 20%, 기타 수도권이 50%를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도권에 포함되는 서울지역 1순위 청약통장 소지자들도 투자에 나설 거란 관측이 나왔다.

한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남위례지역에서 시세 차익을 경험한 사람들이 ‘일단 넣고 보자’ 심리로 청약을 넣을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주장했다. 중개사는 또한 “남위례 지구의 3.3㎡당 평균가격인 2980만원과 비교해서 3.3㎡당 최소 700만원의 이익을 볼 수 있다”면서 “3.3㎡당 시세와 분양 후 시세 차익을 고려하면 6억을 버는 신분상승인 셈”이라고 강조했다.

▲ 북위례 지역 상권은 미분양 상가로 아직 '컴컴'하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신도시 ‘증후군’?

그러나 중개업자들, 예비 분양자들의 부푼 꿈과 달리 거리엔 스산함이 감돌았다. 상가가 텅 비었고, 인적도 드물었다.

J공인중개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입주자가 대출을 받아서 사기 때문에 소비 진작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상가건물주가 직접 1, 2층에 프랜차이즈 업체를 차리는 경우도 다반사라는 것이다. 한 건물에 같은 메뉴 구성을 가진 두 가게가 입점하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C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이를 ‘신도시 증후군’이라고 판단했다. 최소 5~10년을 잡고 길게 봐야 고청 수요층이 형성되는 ‘섭리’라는 것이다. 관계자는 “전철, 도로도 완비되지 않아 고립된 부지에 넥타이 부대가 찾아와 소비를 할 리 만무하다”면서 “북위례 지역의 입주가 3년 후쯤 시작되면 어느 정도 상권을 갖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 남위례 중앙도로는 북위례 상권에 비해 활발했지만, 저녁 여덟시 치고는 한산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진후 기자.

<이코노믹리뷰>가 상가를 돌아본 시간에도 그나마 장사가 이뤄지고 있는 곳은 떡볶이, 핫도그 등 간편식이 전부였다. 카페, 식당은 비어 있음에도 꾸역꾸역 마감 시간을 지키고 있었다.

이웃한 공인중개사 역시 실물경제의 어려움이 만만치 않은 수준이라는 데 이견이 없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도시계획 당국자들은 충분한 입주율과 완숙한 상권 형성에 시간이 걸릴 것을 예상했다. 이 때문에 상가의 비율을 다른 신도시보다 적게 잡아 완충 지대를 마련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그는 현재 위례 신도시의 입주율은 58%에 머물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 대표는 “열쇠는 위례-신사선이다”라고 덧붙였다. 교통 환경이 구축돼야 소비도 진작되고 유입이 있을 것이란 의미였다.

현재 위례 신도시와 강남 주요 업무지구, 3호선 신사역을 잇는 지하 경전철 사업은 노선 설정과 비용 대비 편익의 문제로 난항을 겪고 있다. 현재 위례 신도시 주민들은 위례-신사선과 8호선 위례역(구 우남역)이 조기 착공되도록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중개업자는 “상권과 입주율을 동시에 높이는 건 결국 기반시설이다”면서 “기반시설이 없으니 아침에 더 일찍 일어나야 하고, 장지역까지 차를 몰고 나가야 하는 등 사회적 비용이 크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