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며칠 전 지인의 차를 탔습니다. 그랜저 IG 3.0 모델입니다. 그런데 주행을 하다 보니 제가 아는 3.0이 아닙니다. 그랜저 IG 2.4 트림에 3.0 엠블럼만 튜닝한 것입니다. 일단 계속해서 차를 타봤습니다. 목적지까지는 가야 하니까요.

▲ 현대자동차 중형 세단 '그랜저 IG'. 사진=현대자동차

사실 별반 차이가 없다?

시승해본 결과 그랜저 2.4는 쏘나타보다 ‘기본기가 튼튼한 차’ 정도였습니다. 그랜저 3.0과 비교하면 3.0의 배기량이 높고, 바퀴가 1인치 크며, 동력계가 뛰어나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정숙성은 비슷합니다. 배기량을 표시하는 엠블럼을 떼고 주행하면 민감한 운전자는 알아챌 수 있으나 일반 소비자라면 차이를 알기가 어려운 수준입니다. 차이는 고속 주행 시 확연히 드러납니다. 가속 페달을 꾹 밟았을 때 그랜저 IG 3.0은 2.4보다 월등히 빠른 운동 성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2.4는 4기통, 3.0은 6기통 엔진입니다. 6기통을 타지 않은 사람은 4기통을 타겠지만, 6기통을 몰던 사람은 4기통을 타기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차이를 느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차를 운전하는 운전자가 과연 4기통과 6기통 차이, 배기량 차이에 따른 운동성능을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서울을 기준으로 보면 지역 특성상 6기통 차량의 성능을 낼 만한 장소도 많지 않습니다. 그랜저 2.4를 3.0으로 엠블럼 튜닝한 운전자에게 물었습니다.

운전자 K씨는 “그랜저IG 2.4와 3.0을 둘 다 시승해 보고 구매했다. 2.4를 구매한 이유는 법인 차가 아니라면 3.0이나 3.3을 구매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두 모델을 시승해보면 K씨의 말에 동의할 만합니다. 그랜저 IG 3.0은 2.4보다 동력 성능이 뛰어나지만 가속 페달을 깊이 밟지 않으면 차가 한 템포 느리게 반응한다는 점은 같습니다. 특별히 고속 주행을 하지 않는 이상 차이점을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3.0의 브레이크에 조금 아쉬움이 남았는데 2.4도 비슷합니다. 오히려 3.0이란 배기량에 대응할 만한 브레이크 성능을 갖추지 못해 2.4의 브레이크가 우월한 것 같다는 느낌도 듭니다. 특별히 강한 힘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그랜저IG는 2.4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그랜저 IG 2.4와 3.0 주요제원 비교. 자료=현대차 자료 취합

중요한 것은 3.0과 2.4의 정숙성 차이를 민감하지 않으면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두 모델은 풀 옵션 기준에서 내장재의 고급스러움과 장비는 거의 같습니다. 계기판 시인성만 3.0이 더 뛰어납니다. 2.4도 3.0과 같이 부드러운 승차감을 보여줍니다. 운동성능은 부담 없는 수준입니다. 2.4 엔진은 최대출력 190마력으로 쉐보레 말리부 2.0 터보(253마력)보다 낮지만 르노삼성차의 SM6(150마력)과 비교하면 높습니다. 30분가량의 짧은 시승이었지만 6단 변속기의 자연스러운 변속도 느껴졌습니다.

그랜저는 운전의 편의성과 안정성을 추구하는 것이 자체 정체성이기 때문에 모든 배기량에서 운전 만족도가 높습니다. 운전하기 쉬운 차입니다. 타깃층이 40대에서 50대, 넓게는 30대에서 60대까지 고려한 보편타당한 차인 셈입니다. 실제로 그랜저 IG의 초기 구매 소비자 연령대를 살펴보면 40대(28.8%)와 50대(33.8%)가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랜저 IG를 시승해보면 2.4와 3.0 구분 없이 하체가 탄탄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안정성을 추구하다 보니 부드러움에서 일부를 내어준 것이라고 봅니다. 예를 들어 코너를 돌 때 아반떼나 쏘나타보다 차체 제어도가 높습니다. 안정적으로 차를 회전시키기 위해 차가 운전에 개입하는 것입니다. 이는 현대차가 그랜저의 고객층에게 맞게 세팅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현대자동차 그랜저IG의 초기 구매 고객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50대가 33.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자료=현대자동차

결국에 ‘굳이 3.0까지 구입해야 하나?’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만큼 2.4도 괜찮은 차라는 겁니다. 그랜저 2.4를 굳이 칭찬하자면 혼다 어코드 2.4와 비슷한 시승감을 연출합니다. 주요 구매층인 50대가 가속 페달을 힘껏 밟고 달릴 일이 많지 않는 데다, 서울에 거주하거나 여성 운전자라면 3.0의 배기량이 필요할까요. 현실적이고 보편적인 시각에서 말이죠.

그래서 실제 수요가 어떻게 되는지 의문이 들어 현장에 민감한 딜러에게 물어봤습니다. 15년 차 자동차 딜러 S씨는 “구매하는 소비자는 50대가 많다. 문의하는 사람이 30~40대 소비자라 해도 이 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40대 후반에서 60대다. 여성 운전자도 꽤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구매자가 30~40대라도 실소유주는 현대차의 그랜저 세팅에 걸맞은 운전자라는 의미입니다. 현대차에 따르면 그랜저 IG의 초기 구매자는 남성이 77.7% 여성이 22.3%입니다. 전통적인 대형 세단(현재는 준대형이나 중형으로 구분)으로 자리매김해온 그랜저에서 보기 어려운 비율입니다. 현대차 관계자 말을 빌리자면 그랜저 HG부터 여성 운전자 비율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특이한 점은 현대차 관련 문의 시 그랜저 2.4 문의가 제일 많다는 점입니다. 딜러 S씨는 “통상 매장에 방문하면 쏘나타나 아반떼를 보다가 그랜저IG에 탑승해보고 구매를 고려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면서 “이런 소비자들은 대체로 2.4를 구매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가격과 그랜저에 대한 이미지 때문”이라고 조언했습니다.

▲ 그랜저 IG 출시(2016년 10월) 이후 2018년 8월까지 누적 국내 판매대수. 자료=현대자동차

그렇다면 판매량은 어떨까요. 딜러의 말대로 2.4 가솔린이 월등히 많습니다. 그랜저 IG 2.4의 출시 이후 8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8만1600대입니다. 3.0 가솔린은 5만5067대로 2.4가 2만5633대나 더 많습니다. 총 3만3414대가 판매된 하이브리드 성장세가 최근 두드러지면서 올해 누적 판매는 3.0 가솔린 판매까지 따돌리고 있습니다.

결국 그랜저 IG의 주 구매층은 합리적인 가격의 2.4 모델 구매자가 많고 하이브리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가격과 연비 등을 고려한 소비라고 가정했을 때, 실제 구매 단계에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감안한 현실적인 방향으로 소비를 한다는 것입니다.

▲ 현대자동차 중형 세단 '그랜저 IG'. 사진=현대자동차

500만원의 가격 차이 ‘투자해야 할까?’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정책을 고려한 그랜저IG 3.0 익스클루시브 스페셜은 3829만원입니다. 하위 라인인 익스클루시브는 3529만원입니다. 주요 옵션은 ▲파노라마 선루프 108만원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98만원 ▲전방 충돌방지 등 안전주행을 돕는 현대 스마트 센스 패키지 II 157만원 ▲프라임 나파가죽 시트와 혼커버 등이 포함된 프리미어 인테리어 셀렉션 147만원 등이 있습니다.

그랜저IG 2.4 프리미엄 스페셜의 가격은 3375만원입니다. 그랜저 IG 중 가장 저렴한 모던은 3048만원입니다. 이 역시 개소세를 포함한 가격입니다. 하위 동력계인 2.4에는 3.0보다 옵션이 더 있습니다. 조향연동이 되는 풀LED(발광다이오드) 헤드램프와 19인치 합금휠, 미쉐린 타이어 등이 포함되는 익스테리어 패키지 II가 98만원, 서라운드 뷰 모니터+스마트 전동식 트렁크 옵션이 118만원입니다. 현대차가 옵션으로 끼워 파는 것은 여전히 아쉽지만 그래도 고려해볼 만한 사양입니다.

그럼 실제로 구매하는 가격은 얼마일까요. 자금 유동성을 고려해 할부로 계산해 봤습니다. 그랜저 IG 2.4를 출고했을 때 차량 가격은 취득세와 공채 등 부대비용(270만원)을 포함한 3608만원입니다. 만약 금리 2.85%의 신한카드 오토 다이렉트 할부를 이용해 선수금 1000만원을 냈다고 가정하면, 36개월 기준 월 납부금은 67만원 정도입니다. 부대비용과 할부소요비용을 포함한 가격은 3700만원입니다.

그랜저 IG 3.0의 부대비용을 포함한 실구매가격은 4138만원입니다. 선수금 1000만원을 냈다고 가정했을 때 36개월 기준 월 납부금은 82만원입니다. 부대비용과 할부소요비용을 포함한 실구매가격은 4252만원입니다.

그랜저 오너가 되려면 2.4는 3700만원, 3.0은 4252만원을 내야 합니다. 두 차량의 가격 차이는 약 500만원 정도입니다. 더 나은 운동성능을 지닌 차를 타기 위한 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성비를 고려하고 그랜저의 정숙성은 어느 정도 유지한 채 운동성능을 배제한다면 그랜저 2.4가 나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차라리 2.4에 옵션을 더 추가하는 것이 현명할 수 있습니다. 이 차를 구매하는 40~50대 소비자 시각에서입니다.

▲ 현대자동차 준대형 승용차 '그랜저 IG' LED 리어 콤비램프. 사진=현대자동차

세세하게 구분하다 보면 외관상 문제까지 보게 됩니다. 그런데 옵션을 추가하지 않는 이상 두 모델의 외관은 거의 같습니다. 단지 휠 크기나 창문 몰딩, 배기량 엠블럼 유무 차이입니다. 3.0이 바퀴가 조금 크고 창문 크롬 몰딩이 유광입니다. 그랜저 IG 2.4는 출고 시 엠블럼이 부착돼 나오지 않습니다. 3.0과 3.3, 하이브리드 모델만 부착돼 나옵니다.

엠블럼을 튜닝한 K씨처럼 ‘2.4를 구매해 3.0으로 엠블럼 튜닝할 것인가’까지도 고민할 수 있습니다. 이는 어떻게 보면 ‘하차감’을 결정짓는 요소입니다. 하차감은 차에서 내릴 때 타인의 부러운 시선을 통해 느끼는 자기 만족감을 의미합니다. 남들이 부러운 시선으로 쳐다봐 줄 때 완성되는 셈입니다. 아우디 차량에 콰트로 엠블럼을 더한다거나 BMW에 M로고를 부착하는 등의 방법은 ‘하차감’을 높인 대표 사례입니다. 그랜저 HG도 2.4 모델을 3.0으로 튜닝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엠블럼 하나로 소비자가 추구하는 가치가 오른다면 시도해볼 만합니다. 현실적으로 말이죠. 그리고 이러한 시도를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딜러 S씨는 “그랜저 2.4를 구매해놓고 3.0 또는 3.3 엠블럼 장착을 요구하는 소비자가 정말 많다”면서 “이를 이른바 ‘감성튜닝’이라고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엠블럼을 튜닝한 K씨도 “아무래도 시선을 의식하다 보니 3.0으로 엠블럼 튜닝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오히려 3.0보다 3.3을 부착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답했습니다. K씨는 운전의 편의성과 안정성에 대해선 큰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는 오히려 “엠블럼 하나를 붙이고 500만원 이득을 본 셈”이라는 우스갯소리도 합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시작했습니다. 9월 28일을 기점으로 열흘간 온·오프라인에서 대규모 할인 판매행사를 진행합니다. 축제 기간에 맞춰 대형 백화점들이 일제히 할인판매에 들어갑니다. 평균 20~30%, 일부 품목은 80%까지 할인합니다. 삼성과 LG전자 등도 참여해 TV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들도 할인 판매합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역시 이 행사에 참여해 할인 혜택을 마련했습니다. 현대차는 승용차 8000대에 한정해 3~15% 할인합니다. 여기에는 그랜저 IG가 포함됩니다. 재고분 판매이며, 계약 후 출고까지 3개월 정도 걸립니다. 만약 그랜저 IG 2.4 모던 트림을 최대 할인 폭인 15%에 구매한다면 457만원이 할인돼 2591만원에 그랜저 오너가 될 수 있습니다. 단지 소비자의 몫은 동력계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3.0이나 3.3의 힘을 선택할 것인가, 2.4의 현실적인 소비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