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14개월 만에 교체된 GE의 존 플래너리 전 CEO.    출처= The Economist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존 플래너리 (GE Flannery)는 제너럴 일렉트릭(GE) 고위직에서 25년을 보냈다. 그런 다음 4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승리했지만 그렇게 얻은 보상은 불과 14개월로 끝났다.

GE의 이사회는 재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변화의 속도가 지지부진하다는 이유로 플래너리를 지난 3일 경질했다. 그의 전임자인 제프리 이멜트 시절에도 장기간 미진한 실적을 인내하며 보냈던 이사들은, 플래너리의 짧은 재직 기간 동안 S&P 500 지수는 18% 성장했는데도 회사의 주가가 반토막 나는 것을 더 이상 참지 못한 것이다.

최고 경영자의 장수를 축하하는 경향이 있지만, 최근 회사 이사회의 인내심이 줄어들고 있다는 증거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그것은 어쩌면 좋은 현상인지 모른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dl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수 백개의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지난 10년 동안의 재무 및 주가 성과를 조사한 연구원들은, CEO의 ‘최적의 재직기간’은 4.8년이라는 것을 발견했다.

템플대학교 폭스 경영대학원(Temple University’s Fox School of Business) 교수이자 널리 알려진 2012년 연구 보고서의 저자 중 한 명인 슈에밍 루오는, CEO들은 부임 첫 해에 가장 좋은 성과를 나타낸다고 말한다. 아직까지 외부 의견에 귀를 열고 가급적 위험을 무릅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CEO들의 외부 지식에 대한 탐색이 어느 시점부터는 사라져 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루오 교수와 함께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던 미셸 앤드류스 교수도 "어느 시점부터 CEO들이 많은 '예스 맨’들에 의해 둘러 싸이게 되면서, 매출도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특히 시장이 하향세에 있거나 변동이 심한 환경에서 일하는 지도자는 회사가 순탄하게 성장하는 경우보다 더 빨리 내향적으로 바뀌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4.8년의 최적 재직 기간은 현재 재직하고 있는 주요 기업들 CEO의 재직기간 평균값과 매우 비슷하다. 리서치 회사 에퀼라(Equilar)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 미국 주요 대기업 CEO의 평균 재직기간은 5년으로, 2013년 조사보다 1년 짧아졌다.

최근 몇 개월 동안의 기업 소식을 눈여겨 본 사람이라면, 올해에도 이 숫자가 다시 늘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 것이다. 지난 여름에도 캠벨 수프(Campbell Soup Co.), J.C. 페니(J.C. Penney & Co.), 매틀(Mattel Inc.), 게임 스탑(GameStop Corp.), 제록스(Xerox Corp.) 같은 회사들의 CEO가 자리를 떠났다. 지난 달 9월에도 51명의 CEO가 자리를 떠나면서 이미 지난 해 같은 기간의 숫자를 넘어섰다.

예일경영대학원의 제프리 소넨펠트 교수는 CEO의 수난에 관한 최근 보고서에서 "많은 지도자들이 2년을 넘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 포드 자동차의 마크 필드 전 CEO는 3년만에 경질됐다. 이후 포드의 주가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출처= LinkedIn

소넨펠트 교수는 WSJ과의 인터뷰에서 기다리지 못하는 조바심에서 나오는 이른 바 ‘퀵 트리거‘(Quick-trigger) 전략에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포드 자동차가 마크 필드 CEO를 3년 만에 경질한 것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필드의 후임자인 짐 해켓 체제에서 취해진 여러 조치들이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포드의 주가는 계속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포드 대변인은 빌 포드 회장이 최근 해켓의 결정에 만족하며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교수이자 의료기기 메드트로닉(Medtronic PLC)의 CEO를 지냈던 빌 조지는 현재 데이비드 테일러 CEO가 이끄는 프록터앤갬블(Procter & Gamble Co Ltd., P&G) 같은 회사야말로 CEO의 성과에 대해 깊이 따져보는 강력한 이사회가 필요한 회사라고 말했다.

조지 교수는 "현재 이 회사는 정체성을 잃고 표류하고 있고 경쟁 회사에 크게 뒤쳐지고 있다. 아직 GE 같이 심각한 곤경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얼마든지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꼬집었다.

P&G 투자자들은 지난 해 배당금을 포함해 8.8%의 손실을 기록했는데, 경영진은 경쟁이 치열하다느니, 비용이 상승했느니 하는 주장만 하며 관료주의에 빠져 있다. P&G에서 오랫동안 근무해 온 테일러가 CEO에 오른 것은 아직 3년이 채 되지 않았다. P&G 대변인은 회사가 여러 제품 분야에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비용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이루고 있다며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절대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회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 플래너리의 전임자였던 제프 이멜트는 16년 동안 CEO 자리를 누렸다.   출처= Fortune

GE는 최근에 좌절의 유산을 겪었다. 조지 교수는 플래너리 시대의 갑작스런 종식이 126년 산업 전설이 된 이 회사의 새로운 경영 문화를 창출하는 길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GE의 오랜 역사 동안, CEO의 평균 임기는 14년이다. 플래너리의 두 명의 전임자 – 온갖 비난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제프리 이멜트와 온갖 존경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잭 웰치 - 는 각각 16년과 20 년 동안 재임했다.

조지 교수는 이멜트 회장의 길고 완고한 재임 기간이 플래너리에게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고 말했다. 문제들이 오래 동안 파묻혀져 있었고 플래너리는 그 문제를 파헤치는데만 14개월이 걸렸다는 것이다.

플래너리는 취임 초에 CNBC와의 인터뷰에서 “GE의 개혁이 얼마나 오래 걸릴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나도 잘 모르겠다. 분명한 건 몇 년의 여행이 필요하다는 것 뿐"이라고 말했었다.

올해 5월까지만 해도 그는 긴박감을 느끼고 있지만 급하게 쫓기지는 않겠다며 "누군가가 압박한다고 해서 급하게 움직이는 것보다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적절하다고 생각할 때 움직이는 것이 내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GE의 새로운 CEO 래리 컬프의 시대가 이제 막을 올렸다. 그의 스타일이 어떻든, 모든 일이 천천히 진행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