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지난해 판매된 1억원 이상 수입차 10대 중 7~8대가 법인 업무용 차량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리스비용 손비처리 규제를 시행한 지 2년이 지난 가운데 이러한 통계는 규제 효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정부가 리스 차량 차량운행일지를 만들어 손비처리를 막았으나 운행일지를 세세히 조사하기 어렵기 때문에 여전히 손비처리율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 여신금융협회 등록사 기준 자동차 리스금액 추이. 자료=여신금융협회. (단위:백만원)

그들은 왜 리스를 쓰나

자동차 리스는 리스를 제공하는 금융사가 소비자를 대신해 차를 구매해 빌려주는 것이다. 차량 명의를 리스사에 두고 소비자는 매월 정해진 사용료를 내면서 계약기간 동안 차를 타는 일종의 금융 상품이다. 매달 분할상환하는 리스료는 리스사가 영수증을 발행해 처리한다.

자동차 리스는 1000만원이상 손비처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세금 절감 효과가 있다. 정부는 지난 2016년 임직원전용자동차보험에 가입한 법인차는 연간 1000만원까지 비용처리가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는 해당 차량 금액 800만원에 각종 유류비와 교통비를 포함한 200만원을 합한 금액이다. 운행일지를 작성하면 차량금액 800만원에서 추가로 비용처리가 가능하다. 리스 비용이 전액 손비처리 되던 2016년 이전에는 과세표준소득 8000만원 이상이면 39.6%의 세금이 절감됐다. 당시 사업자는 개인 구매 시 내야 할 세금으로 자동차 값 절반을 할인받았다.

리스는 회계 처리가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보험료와 자동차세, 각종 세금과 이자비용 등이 모두 리스료에 포함돼 자금 운용이 수월해진다. 특히 1가구가 2차량 이상 차를 소유한다면 소유에 대한 자산 증가로 비추어져 국민연금과 의료보험료가 인상돼 이를 피하는 용도로도 쓰인다. 일부는 세금 신고에서 차량명의 노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리스 상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특히 법인 리스차는 뛰어난 인력을 구인하기 위한 ‘비밀 무기’로도 쓰인다. 국내 한 인력소싱업체 관계자는 “헤드헌팅 시 고가의 차량을 옵션으로 내거는 일이 상당히 자주 있다”면서 “이러한 조건은 직급별로 천차만별인데 5억원 이상의 차를 요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 1억~2억원 이상 수입차 용도별 신규등록 현황. 자료=김상훈의원실

리스 자동차 중 소위 슈퍼카인 초고가 자동차의 약 90%는 업무용 리스차다.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억 이상 수입차는 76.0%가 업무용(법인/영업용)으로 등록됐다. 더욱 고가인 2억 이상 차량은 88.3%가 업무용이다.

모델별로 보면 지난 5년간 법인용도로 등록한 수입차 중 최고가 차량은 부가티사의 ‘베이런’으로 취득액이 25억9000만원에 이른다. 다음은 페라리로 2대가 각각 17억, 16억4000만원의 취득액을 기록했다. 이어 ▲벤츠 SLS AMG(12억원), ▲애스턴 마틴의 뱅퀴시 자가토 볼란테(11억5000만원), ▲벤츠 C-Class(11억4000만원), ▲포르쉐 918스파이더(10억9000만원), ▲람보르기니 아벤타도르(9억원), ▲롤스로이스 팬텀 EWB(8억7000만원), ▲재규어 XJ 3.0D(8억원) 순이었다.

여신금융업계 관계자는 “고가 차량은 초기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리스로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5억원을 넘는 초고가 차량은 법인이 구매해 전시용으로 쓰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법인용일까 개인용일까

문제는 리스로 출고된 법인차를 개인 용도로 쓰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여신업 관계자는 “실제 운행하는 법인 리스 차량 중에서는 개인 용도로 경계가 확실하지 않다”면서 “주말에 나들이용으로 쓰이더라도 차량운행일지만 제대로 작성하면 된다. 사용하더라도 업무용으로 처리하거나 작성 자체를 하지 않는 일도 있다. 정부 규제가 그다지 깐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임직원전용자동차보험에 가입한 법인 승용차 관련 총비용이 1500만원이라고 가정할 때 업무 사용 비율을 50% 입증한다면 필요 경비로 인정되는 사용금액은 750만원이 된다. 나머지 750만원은 손금불산입 된다. 그러나 지방 골프장 시설 이용 등을 업무 경비 형태로 처리하면 손금불산입 금액을 줄일 수 있다. 업무사용비율은 과세기간 업무용 사용거리와 과세기간 총주행거리를 나눠 계산된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정부의 운행 기록부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고가 수입 법인 차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른 세금 누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리스시장 규모는 여신금융협회 회원사 기준 933억원이다. 규제가 생겨난 이후 853억원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925억원대로 뛰어올랐다.

▲ 자료=국토교통부

해외에선 엄격한 리스 규정으로 편법 탈세를 막고 있다. 미국은 업무용 차량이 손비처리를 인정할 수 있는 운행거리를 정해둔다. 표준마일리지라고 불리는 이 규정은 운행 기록부 작성 등의 방법으로 업무용 차량의 개인 유용과 세금 공제를 통제하고 있다. 출퇴근차량으로 등록된 차는 업무용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리스 공제 때 85%만 업무용으로 인정한다. 또 차 값이 약 2000만원을 넘어서면 세금공제 혜택을 차등 적용하여 규제하고 있다.

영국은 업무용 리스 차량이 친환경차가 아니면 리스비 15%에 대해서 세금공제를 인정하지 않는다. 캐나다는 리스차 전액 손비처리 한도를 매월 약 70만원으로 제한한다. 일본도 약 3000만원 까지만 손비처리 해준다.

김 의원은 “개인 용도로 고가 수입차를 구매하고, 이를 업무용으로 등록하여 법인세를 탈루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됐지만 이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운행일지를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데 현실 여건상 무용지물”이라며 “관계 당국은 해외 선진사례를 검토하여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