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일본과 우리나라에서 이색적인 모양으로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미니채소와 미니과일이 각광받고 있다. 이는 1~2인 가구가 늘고 간편함을 쫓는 소비 트렌드와도 무관치 않다. 가구형태의 변화와 함께 소비자 니즈(Needs)를 충족하고 있는 일본과 우리나라의 미니채소·미니과일 시장을 한번 들여다본다.   

▲ 일본의 미니무화과(왼쪽)는 일반 무화과의 1/3 크기에 불과하다. 출처=yahoo
▲ 국내에서 가장 인기 높은 미니채소는 생과로도 먹을 수 있는 미니파프리카다. 출처=농림축산식품부

20㎝ 미니배추·베이비 감 등 품목 다변화하는 일본
일본에서 1~2인 가구 수 증가와 함께 간편함과 소형화를 쫓는 트렌드가 이어지면서 ‘미니채소’와 ‘미니과일’ 재배가 활발한 편이다. 40㎝ 대파와 20㎝ 배추, 미니무화과, 미니 감 등 종류를 다양화해 소비자 취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일본 니케이MJ>·<일본농업신문> 등 일본 매체에 따르면 산지에서 미니채소와 미니과일 품종 개발과 보급에 나서면서 소비자의 새로운 니즈(Needs)에 대응하고 있다.

JA(일본농협)히로시마중앙 소속 농가들은 지난해부터 미니배추 ‘와와사이’ 품종을 본격적으로 보급 받아 출하하기 시작했다. 미니배추 품종은 일반 배추의 1/2 사이즈인 20㎝ 정도의 길이로, 마트 비닐봉투에도 충분히 넣을 수 있는 작은 크기다. 일반 배추와 비교해 잎사귀 식감이 부드러워 샐러드용으로도 적합하다. JA히로시마중앙 농가들이 미니배추를 재배하게 된 계기는 원래 지역축제 선물용으로 제공하기 위해서인데, 예상 외로 소비자 반응이 좋아 본격적으로 생산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만7000주를 정식했고, 올해는 2만주까지 늘렸다.

JA미야기센난 소속 농가들도 2년 전부터 일반 대파의 절반 정도인 40㎝ 길이의 미니대파 품종 ‘유메와라베’를 재배하고 있으며, 인근 지역 생활협동조합(생협)에 공급·판매하고 있다. 미니대파의 주요 소비층은 가족 수가 적은 가구와 고령자세대인데, 손질과 보관이 상대적으로 쉽고 양도 적당해 인기를 끌고 있다.

▲ 일본에서 보급되고 있는 미니배추. 출처=JA히로시마중앙
▲ 일본 카카와현의 미니키위. 출처=yukawanet

미니채소뿐만 아니라 미니과일도 휴대와 보관이 간편하고, 한 입에 먹을 수 있어 일본의 단신가구(우리의 1인 가구)를 중심으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일본의 주요 과일 산지에서도 미니과일 품종 개발과 보급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일본의 대표 무화과 산지로 꼽히는 오사카에서는 최근 2~3년 사이에 미니무화과를 보급하는 농가들이 늘고 있다. 미니무화과 무게는 개당 20~40g 정도로, 오사카의 주력 무화과 품종인 ‘마스이도핀’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껍질째 먹을 수 있는 미니무화과 품종을 개발해 ‘보석 휘코’라는 브랜드로 소비자 대상으로 대대적인 홍보를 하며 소비 확대에 나서고 있다.

카카와현은 지자체와 카카와대학이 공동 개발한 한 입 크기의 키위 품종 ‘사누키키위’를 앞세워 틈새시장을 공략 중이다. 40g의 작은 사이즈로, 키위 특유의 까칠한 느낌을 없애면서 한입젤리처럼 먹을 수 있는 것이 특징. 2014년 처음으로 품종이 개발된 이후 2016년 7.5헥타르, 지난해 10ha로 재배면적을 늘리면서 소비시장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감 주산지인 기후현과 나가타현은 지름 3cm에 20~30g의 아기자기한 크기의 껍질째 먹을 수 있는 미니 감 ‘베이비시몬’을 재배하기 시작해 지난해부터 지역 슈퍼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다. 현재 출하량이 꾸준히 늘면서 일본 대도시 대형마트 진출까지 하며 현지 미니과일시장에 새로운 인기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 일본의 베이비시몬(미니 감). 지름이 3cm에 불과한 한 입 크기의 감이다. 출처=yamate
▲ 일본에서 판매되는 미니 감 제품. 출처= marcheaozora

국내서 가장 대중화된 미니채소는 ‘미니파프리카’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미니채소·미니과일 시장은 어떨까? 일본만큼 재배 품목이 다양하거나 보급이 활발한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도 일본과 유사하게 1인 가구 증가와 간편함을 쫓는 소비트렌드로 미니채소와 미니과일 시장이 점차 형성되고 있는 추세다. 종류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미니파프리카와 미니단호박 외에도 방울양배추, 미니사과, 애플수박, 꼬마새송이버섯, 미니오이, 샬롯(미니양파), 미니아스파라거스 등 의외로 꽤 있다.

국내시장에 보급되고 있는 미니채소와 미니과일 중에서 가장 대중화된 품목은 당도가 높아 ‘스위트 파프리카’라고도 부르는 미니파프리카다. 과중이 평균 30g 내외로 일반 파프리카의 1/3 수준이고, 엄지손가락만한 크기로 한 입에 먹기 좋다. 매운 맛은 거의 없지만 아삭한 식감에 당도도 평균 9브릭스로 일반 파프리카보다 두 배 정도 높다. 어린이는 물론 파프리카 특유의 향을 싫어하는 사람도 거부감 없이 즐길 수 있다.

미니파프리카 등 미니채소를 공급하는 농업회사법인 (주)미래원의 원정옥 구매팀 차장은 “미니파프리카는 과일처럼 생과로 먹어도 되고 샐러드를 비롯한 여러 요리의 식재료로 쓰임새가 다양해 전체 미니채소 중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품목”이라고 설명했다.  

▲ 서울역 L마트에서 판매되는 꼬마새송이버섯.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 서울 금호동 인근 H마트에서 판매되고 있는 미니단호박.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미니단호박과 방울양배추, 꼬마새송이버섯, 미니오이 등도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미니채소들이다. 미니단호박은 언론을 통해 크기는 작아 칼로리는 일반호박보다 낮지만, 영양성분은 같기 때문에 다이어트 식품으로 조명 받으며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하고, 미니오이는 휴대가 간편한 덕분에 등산족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방울양배추와 꼬마새송이버섯은 앙증맞은 크기와 쉬운 손질, 음식물쓰레기가 거의 남지 않는 등의 장점 때문에 찾는 고객들이 많다.

홈플러스 금호점 관계자는 “미니채소를 찾은 고객들 중에는 1인 가구도 있지만, 호기심으로 구매해보는 주부들이 꽤 있다. 또 크기가 작아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 밥반찬 재료로 사가기도 한다”고 전했다.   

샬롯과 같은 미니양파나 미니아스파라거스는 국내에서 재배되지 않아 현재 수입하고 있는 품목이다. ‘먹방’, ‘쿡방’의 인기로 독특한 식재료를 찾는 일부 마니아와 장식용으로 활용하는 레스토랑 등이 주 소비층이다.

▲ 국내 판매 중인 미니사과의 대부분은 알프스오토메 품종이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앙증맞은 크기·음식물쓰레기 적어 선호도↑
미니과일은 미니채소에 비해 품목 수가 적은 편이다. 방울토마토는 누구나 알고 있을 만큼 이미 대중화돼 대과토마토 이상으로 소비되고 있다. 최근 들어 시장에 꾸준히 출하되고 있는 미니과일은 미니사과와 애플수박을 꼽을 수 있다.

미니사과는 ‘알프스오토메’라는 일본에서 건너온 품종이 국내에 가장 많이 재배·보급되고 있다. 2010년부터 경상북도 영천과 봉화 지역을 중심으로 재배되고 있는 미니사과는 한 알 당 40~50g의 탁구공만한 크기로, 보통 사과(250~300g)의 1/7 정도에 불과하지만 비타민C가 풍부하고 당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농협 농산사업부의 이성훈 대리는 “최근 이색과일 시장이 형성되면서 미니과일 중에 공급물량과 재배면적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품목”이라고 전했다. 

애플수박은 최근 SNS와 언론에 자주 노출되면서 인기를 얻고 있는 미니과일이다. 2014년 경상북도 문경에서 처음으로 재배가 시작된 후, 충청남도 논산과 강원도 화천 등지로 산지가 확대되고 있다. 무게는 평균 1.4㎏ 정도로, 껍질이 무척 얇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애플수박은 사과·배처럼 껍질이 얇아 깎아서 섭취가 가능해 일반 수박보다 음식물 쓰레기가 적게 배출되는 장점이 있다. 1인 가구와 맞벌이를 중심으로 한 번에 먹을 수 있는 작은 수박을 선호하는 편인데, 애플수박과 같은 미니수박 매출은 2015년 전체 수박 매출의 4.1%에서 지난해 7.6%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 국내에 시판 중인 방울양배추. 국내에서도 일부 지역에서 재배되지만, 호주 등지에서도 수입도 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 독특한 풍미 때문에 최근 고급 식자재로 인기를 얻고 있는 있는 미니양파, 샬롯. 출처=이코노믹리뷰 박성은 기자

채소·과일시장 1% 내외…꾸준한 홍보·안정적인 판로 구축 뒷받침되면 성장가능성↑
다만, 국내 미니채소와 미니과일 시장은 형성 초기라 규모가 아직 작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재배면적·물량 등 세부적인 통계는 따로 집계된 것이 없지만,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체 채소·과일시장의 1% 내외 정도로 보고 있다. 참고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올 초 발표한 올해 국내 채소·과일 생산액(추정치)은 약 17조 원(채소생산액 11조7240억 원·과일생산액 5조3890억 원)이다. 대략 1700억 원 수준으로 예측할 수 있다.

원종옥 미래원 차장은 “미니파프리카는 쓰임새가 다양해 수요가 많지만, 대부분의 미니채소는 조리용 위주로 사용돼 소비저변이 넓지 못한 편이다. 일례로 방울양배추는 시장에 나온 지 십여 년 가까이 됐지만, 생식이 어려워 수요가 정체인 상태”라며 “일반채소보다 단가가 높은 부분도 소비확대가 여의치 않은 하나의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원 차장은 “그렇지만 미니채소가 지금의 소비트렌드에 부응하는 점이 있고, 점차 인지도를 높여 가정용이든 식자재용이든 다양한 판로가 개척된다면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이성훈 농협 대리는 “알프스오토메를 비롯한 미니과일은 전반적으로 인지도가 낮고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비가 크게 확대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시장이 커지려면 무엇보다 안정적인 판로 구축이 중요하다. 먹기에 간편하면서 영양도 풍부하다는 홍보가 꾸준히 이뤄지고, 가정용 소비뿐만 아니라 학교급식 등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판로가 마련되면 소비저변이 훨씬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