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 혹시 ‘사우어비어(Sour Beer, 또는 사워비어)’라고 들어본 적이 있는가? 말 그대로 신맛이 나는 맥주다. 맥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유산균을 접종해 발효·숙성시켜 의도적으로 신맛을 더했다는 평가다. 

사우어비어는 맥주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벨기에와 독일을 중심으로 사우어비어 양조가 발달한 가운데 최근 미국 수제맥주 시장에서도 새로운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다. 독특한 신맛과 청량함, 과일향이 어우러져 미국과 유럽 젊은 층을 중심으로 특히 인기를 얻고 있는 맥주다.

▲ 국산 품종 포도를 원료로 사용한 수제맥주 '못난이 홍아람 레드 사워 에일'은 이달과 다음달에 걸쳐 한정 판매된다. 출처=임동준 연구사

국내에서 사우어비어는 다소 생소하지만 서울 이태원과 부산지역의 일부 수제맥주 매장에서 독일과 벨기에, 미국산 사우어비어를 맛볼 수 있는 등 국내에서도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사우어비어에 국산 품종의 포도가 활용됐다는 점이 새롭다. 국산 포도가 들어간 사우어비어? 궁금하다.

달콤한 머스캣 향 국산 홍아람 포도
당도 높고 껍질째 먹을 수 있지만
씨 있고 껍질 두꺼워 수제맥주 원료로 탈바꿈
사우어비어 1000ℓ에 홍아람 포도 100㎏ 사용
시범적으로 두 달간 한정 소량 판매

사우어비어 원료로 사용된 포도는 국산 품종의 ‘홍아람’이다. 2009년 농촌진흥청이 개발한 품종이다. 당시만 해도 국산 포도 품종들 중에서 최초로 유럽종 포도 특유의 달콤한 머스캣향을 갖고 있으면서 당도가 19.5브릭스로 무척 높다는 점, 그리고 껍질째 섭취가 가능해 포도업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최근 망고포도라고 불리며 인지도를 높여가는 샤인머스캣 품종과 비슷한 점들이 많다.

아쉬운 점은 홍아람 포도가 씨가 있고 껍질이 약간 두껍다보니, 시장성이 떨어져 농가보급이 기대만큼 되지 못했다.       

▲ 국산 포도품종인 홍아람을 원료로 만든 사우어비어 수제맥주. 출처=임동준 연구사

농진청은 홍아람 포도를 생식용이 아닌 가공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했고, 최근의 수제맥주 인기에 맞춰 사우어비어 가공원료로 홍아람 포도를 사용하게 됐다. 국산 품종의 과실이 수제맥주에 쓰인 경우는 지난 9월 복숭아 ‘하홍’ 품종에 이어 두 번째다.

임동준 농진청 과수과 연구사는 “현재 홍아람 포도를 상업적으로 재배한 지역은 거의 없다. 우선은 시범적으로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재배 중인 홍아람 포도 100㎏을 지난 9월 말에 수확한 후 사우어비어 수제맥주를 만드는데 사용했다. 홍아람 포도가 사우어비어의 달콤한 향과 맛을 내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아람 포도가 들어간 사우어비어의 평가는 어떨까? 이번 수제맥주 출시를 기획한 이해림 푸드 칼럼니스트는 “수제맥주에 발효향이 깔끔하면서 부재료의 향을 살려주는 미국산 효모를 사용해 홍아람 포도의 달콤한 머스캣 향이 맥주에 잘 드러났다. 또한 수제맥주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홍아람 포도의 가공적성도 무척 좋은 편이다”고 말했다.

▲ 홍아람 포도가 들어간 사우어비어 수제맥주는 한 잔에 7900원이 판매된다. 사진출처=임동준 연구사
▲ 홍아람 포도. 출처=농진청

홍아람 포도가 사용된 사우어비어 수제맥주는 이달 6일부터 수제맥주 공급·판매업체인 ‘미스터리브루잉컴퍼니’의 매장(서울 마포구 소재)에서 한정 판매된다. 소량으로 1000리터(약 맥주 한 통) 분량이 ‘못난이 홍아람 레드 사워 에일’이라는 브랜드로 출시된다.

임동준 연구사는 “약 두 달 간 매장에서 홍아람 사우어비어를 맛볼 수 있다. 가격은 450㎖ 기준 7900원이다. 테이크아웃을 할 경우 500㎖에 6900원에 판매된다. 아울러 소비자 기호도 평가와 반응 등을 살펴볼 방침”이라며 “이번에 기획한 홍아람 수제맥주가 안정적으로 시장에 정착된다면, 가공용 포도로서 새로운 소비시장과 부가가치를 발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