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성은 기자]국내 간 질환자는 2016년 기준 600만 명으로 추정된다. 20세 이상 성인인구(약 4300만 명) 7명 중 1명은 간 질환이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인의 간과 연관된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 당 48.7명이며, 간암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 당 21.5명으로 폐암(35.1명) 다음으로 위험한 질병이다. 간암은 주로 과다한 음주와 독성물질의 지속적인 섭취, 바이러스 감염 등으로 인한 간염과 간경화로 발병한다.

이처럼 국내 간 질환 발병률이 높은 가운데 누에가 간암 예방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 익힌 누에를 수증기로 쪄서 동결 건조한 후 분말로 섭취 가능한 홍잠을 꾸준히 섭취할 경우 간암 등 간 질환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농진청

농촌진흥청(청장 라승용, 이하 농진청)과 차의과대학교(총장 이훈규, 이하 차의과대) 약학대학 김은희 교수진은 ‘홍잠(弘蠶, 익힌 숙잠)’이 독성물질로 발생하는 간암 악성종양 수를 최대 88%까지 줄이고, 간염·간경화 억제에도 효과가 있다고 7일 밝혔다.

숙잠은 누에가 25일 정도 뽕을 먹고 자라 고치를 짓기 직전의 누에를 말하는데, 순우리말로 익힌 누에라고 부른다. 숙잠 몸속에는 단백질 성분의 견사선이 가득 들었는데, 견사단백질은 단백질과 각종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고단백 영양원이다. 그러나 너무 딱딱해 섭취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다. 이러한 숙잠을 수증기로 쪄서 동결 건조한 다음 분말로 만들어 먹을 수 있게 만든 것이 바로 홍잠이다.  

농진청과 차의과대는 지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실험쥐(래드, Rat)를 대상으로 간암 억제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쥐에게 간암 유발 독성물질인 DEN(Diethylnitrosamine, 여러 가공식품과 알코올, 담배연기 등에 함유된 독성물질)을 16주 동안 주 1회씩 투여하는 한편, 동시에 홍잠을 매일 1g(성인 60㎏ 기준 10g)씩 먹였다. 그 결과, DEN만 투여한 실험쥐 간에서 많은 악성 종양이 발견된 반면에, 홍잠을 동시에 먹인 실험쥐는 그렇지 않은 쥐보다 악성 종양 수가 8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세포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이핵(Binuclear) 현상은 70%, 악성 종양 증식인자인 PCNA가 58%, 암세포의 전이와 재발 인자인 Ki-67은 50% 감소하는 등 간암 관련 지표도 의미 있게 줄었습니다.

홍잠은 간염과 간경화 억제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입증됐다. 간염과 관련해 대표적인 염증 물질인 TNF-α는 62% 줄고, 간 손상 여부와 정도를 판단하는 인자인 CYP2E1은 97%, ALT가 41%, AST가 56%, 빌리루빈이 100%, LDH가 83% 줄어들었다. 간경화와 관련해서도 간  섬유화 인자인 CoL1a1이 72%, Acta2가 87% 줄었고, 간경화 지표인 GST-pi가 40%, α-SMA가 60% 감소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지상덕 농진청 서기관은 “이번 연구결과는 홍잠을 꾸준하게 섭취할 경우, 일상생활에서 음주나 흡연뿐만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섭취한 독성물질이 누적돼 발병하는 간염·간경화 등 간 질환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나아가 간암 발생과 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유의미한 지표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 서기관은 “누에는 식품원료로 승인돼 누구나 섭취할 수 있다. 홍잠의 경우, 건강에 이상이 없는 성인은 하루 기준 1~3g 정도 섭취를, 간 질환 등 질병이 있는 성인은 5~10g 정도 섭취하는 게 좋다. 홍잠을 가공한 제품은 농진청 기술이전을 받은 일부 업체가 시중에 분말·과립 등을 판매되고 있다. 혈당강하용 건강기능식품으로 인정된 건조누에의 경우, 하루에 3g 정도 섭취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농진청과 차의과대는 이번 연구결과를 지난해 11월 공동 특허출원했으며, 향후 항암보조식품으로서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인체적용시험 등 건강기능식품 개발을 위한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일부 농가를 중심으로 소량 생산되고 있는 홍잠을 확대·보급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단체·양잠단체와 함께 홍잠 생산기술을 보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