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견다희 기자] 누리꾼들 사이에서 tvN ‘응답하라’ 다음 시리즈 후보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해는 1974년이다. ‘새마을운동’으로 경제 부흥을 꾀한 1970년대는 문화·예술, 산업 등 나라 전체에 커다란 성장 욕구가 있었다. 수도권 전철 개통(서울 지하철 1호선), 자유언론실천선언 투쟁과 한국 대중가요의 명곡이 탄생한 것도 1974년이다. 이처럼 당시 한국 역사를 바꾸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일어났다.

1974년, 뭐든 도전할 수 있는 성장의 기회 속에서 식품업계도 이전에 선보이지 못한 다양한 제품이 쏟아져 나왔다. 뻥튀기에서 초코파이로, 아이스께끼에서 아이스크림으로, 액상크림에서 파우더타입 프리마까지 업계를 뒤흔들어 놓았다.

이 제품들은 수많은 변화를 반복해오며 지금까지도 소비자들의 곁을 지키고 있는 ‘롱런 히트(Long-run Hit)’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오리온 ‘초코파이’

1970년대 식품업계 과자는 뻥튀기나 튀겨내는 단순한 형태가 전부였다. 이에 오리온은 마시멜로, 파이, 초콜릿을 한번에 맛볼 수 있는 초코파이를 출시했다.

도매 상인이 직접 공장에서 물건을 떼서 소매상에게 넘기는 그 당시 방식에서도 출시 원년에만 2000만개가 넘는 놀라운 판매량을 보였다. 초코파이가 출고되는 날이면 새벽부터 도매상인이 동양제과(현 오리온) 공장 앞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 오리온 초코파이. 출처= 오리온

빙그레 ‘투게더’·‘바나나맛우유’

대한민국의 아이스크림은 1970년대 전과 후로 나뉜다. 그전에 설타울에 식용색소를 넣은 일명 ‘아이스께끼’로만 알고 있는 아이스크림의 판도는 1974년을 기준으로 바뀌게 된다.

정통 아이스크림은 일류호텔과 같은 최고급 식당에서나 맛볼 수 있었다. 1972년도부터 우유제조업을 해온 빙그레는 미국의 아이스크림을 능가하는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을 개발하고자 독자적 기술 연구를 거듭했다. 기술제휴업체인 퍼모스트 멕킨슨사와의 협조가 무산돼 시기가 늦어졌지만 개발에 뛰어든 지 2년 만에 빙그레는 국내 첫 정통 아이스크림으로 달콤한 바닐라 아이스크림 투게더를 출시했다.

투게더는 생우유를 원료로 사용한 프리미엄 아이스크림으로 등장 당지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설비 자동화가 어려운 그때 아이스크림 재료를 직원들이 일일이 손으로 담았다는 일화도 있다. ‘께끼’의 60배가 넘어가는 가격에도 인기를 얻으며 아직도 대표 마닐라 아이스크림으로 남아있다.

투게더는 출시 이후 연매출 약 300억원, 누적판매량 2억2000만개를 돌파하며 떠먹는 아이스크림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다. 최근에는 1인가구를 타깃으로 저용량 제품을 출시하는 등 변화를 꾀하고 있다.

빙그레는 같은 해 ‘바나나맛우유’도 함께 출시했다. 이는 가공유 장수식품으로 44년간 특별한 용기 이미지로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자리매감하고 있다.

바나나맛 우유는 출시 당시 일반적인 우유병이나 비닐 팩의 패키지에서 과감히 벗어나 항아리 모양의 제품으로 등장했다.

▲ 빙그레 투게더. 출처= 해태제과

동서식품 ‘프리마’

오랜 기간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으며 커피프리머의 고유명사로 거듭난 동서식품의 ‘프리마’도 1974년 처음 탄생했다.

동서식품 프리마도 액상크림만 존재하던 1974년 파우더 타입으로 출시되며 업계를 뒤흔들었다. 당시에는 파우더 타입의 크리머(크림)가 개발되지 않아 업소 대부분 연유나 우유를 농축한 액상 크림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동서식품은 야자유를 주원료로 한 파우더 타입의 순식물성 커피 크림을 제조했다. 이전 액상 크림에 비해 가격도 저렴하고 보관도 간편한 데다 특유의 고소한 맛 때문에 우리 입맛에도 잘 맞았다.

프리마는 국내 자체기술로 개발한 순수 한국산 제품이라는 의미와 함께 세계 최초로 커피믹스를 개발하는 밑거름이 됐다는 의의도 지니고 있다.

1960년대 이후 번진 ‘다방 문화’가 몰고 온 국내 커피 바람이 ‘프리마’의 출시에 한몫 했다. 한국인 입맛에는 쓴 커피가 고소한 분말크림과 섞이면서 국민 기호품으로 올라선 것이다.

프리마를 통해 동서식품이 커피의 대중화를 이끌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달달하고 부드러운 커피를 더 좋아하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프리마는 필수 식품이 됐다.

현재는 밀크티, 버블티뿐 아니라 식사 준비에도 활용될 수 있도록 개발되며 국내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러시아, 중앙아시아 20여 개국에 ‘프리마 로드’를 개척할 정도다.

▲ 동서식품 프리마. 출처= 동서식품

해태제과 ‘누가바’, ‘에이스’

해태제과의 누가바도 74년생이다. 국내 최초로 누가초코를 제품 겉면에 코팅하면서 출시하자마자 인기가 폭발했다. 누가바는 전영록과 김혜수 등 당대 최고의 톱스타를 모델로 기용해 눈길을 끌기도 한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누가 초코 코팅을 먼저 먹고 바닐라 크림을 먹는 ‘누가바 먹는 방법’이 유행할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꾸준한 인기를 얻자 타 제과업체에서 누가바를 비슷하게 따라하는 표절 상품이 나타나는 등 해태제과의 간판 상품으로 자리하고 있다.

▲ 해태제과 누가바. 출처= 해태제과

해태제과는 같은 해 국내 첫 비스킷인 ‘에이스’도 선보였다. 1974년 첫 선을 보인 에이스는 국내 대표 장수 제품으로 지난 2016년 기준 732억원어치가 팔렸다.

해태제과는 에이스 롱런의 비결로 ‘고객중심의 꾸준한 변화’를 꼽았다. 실제로 해태제과는 비스킷 모서리를 둥글게 처리해 부서지거나 가루가 생기는 것을 최소화하고 취식 중 남는 제품을 보관할 수 있도록 쉼표 스티커를 도입하는 등 세심하게 리뉴얼 해왔다.

▲ 해태제과 에이스. 출처= 해태제과

국가대표 장수식품은 확도한 1등 브랜드 이미지로 식품 시장의 역사에서 살아남은 산증인이다. 이들 장수제품은 수 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독창적인 맛과 품질로 소비자들에게 사랑 받아온 간판스타들이다. 오랜 식품 시장의 역사와 트렌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산증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