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타트업 멤피스 미트의 실험실 배양 오리 고기 요리(과일과 채소는 자연재배한 것임)   출처= Memphis Meats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멋진 콧수염, 거꾸로 쓴 모자, 멋지게 두른 앞치마, 샌프란시스코의 최신 유행 레스토랑의 셰프 차림을 한 톰 보우먼은 실제로 별 네개 호텔의 주방장 출신이다.

그런 그가 오늘은 샌프란시스코 미션 디스트릭트(Mission District) 외곽 오래된 산업 단지에 있는 회사 실험실에서 후라이팬에 먹음직한 닭고기 몇 조각을 튀기고 있다. 그런데 그가 튀기려는 닭고기 조각은 흐물흐물한 오트밀처럼 다루기가 힘들다. 겉으로 봐선 분명히 가금류 고기가 아닌 것 같은 질감이다. 그는 주걱으로 가볍게 두드려 다진 다음 모양을 만든다.

그는 "이제 여기에서 몇 가지 마이야르 반응(Maillard, 고기 등을 가열해 노릇노릇하게 익으며 갈색으로 변하는 갈변화 현상)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대체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스타트업 저스트(Just)의 R&D부 셰프인 보우먼은 마이야르 반응은 고기의 아미노산과 당분이 열에 노출되었을 때 일어나는 갈변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다루고 있는 고기가 평범한 가금류라면 굳이 그런 반응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보우먼의 냄비에 있는 닭고기는 실제 닭을 도축해서 나온 것이 아니라 바이오 리액터(bioreactor, 미생물을 이용하여 발효·분해·합성·변환 등을 하는 장치)에서 재배된 것이다.

저스트는 이 배양 고기를 만들기 위해, 한 줌의 동물 세포를, 단백질이 풍부한 액체에 골고루 뿌렸다. 바이오 리액터는 실제로 살아 있는 동물의 조직 세포에 피가 공급되는 것과 똑 같은 방식으로 영양분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든 배양 고기를 보통의 닭고기처럼 열을 가해 갈색으로 변하게 만드는 것은 이 회사 R&D부에서 일하는 요리사의 자부심이 걸린 문제다.

그는 저스트의 치킨 소시지(chorizo)(회사 내부 명칭으로 ‘반복 8번’)로 요리했다. 양파, 향신료, 갈대 건포도로 맛을 낸 물렁물렁한 다진 고기 요리로, 따뜻한 옥수수 토르티야 위에 아보카도 한 조각, 절인 샬롯(shallot, 작은 양파의 일종)을 곁들이고 역시 저스트가 식물에서 추출한 사워 크림 (sour cream)을 발라 요리를 내 놓았다. 치킨 소시지는 양념 때문에 달콤하고 향긋하며 약간 매운 맛을 보였지만, 가장 중요한 포인트인 닭고기 맛은 느낄 수 없었다.

보우먼은 다음에 역시 세포로 배양한 치킨 너겟을 내 놓았다. 그는 ‘젖은 세포 반죽’(wet cell paste)에 일반 맥도널드 너겟을 만드는데 사용하는 것과 같은 텍스쳐라이저(texturizer)를 첨가했다. 너겟의 속은 튀긴 두부처럼 뭉컹거리고 특별한 맛은 없었다. 그러나 치킨용 부용(chicken bouillon, 고기나 채소를 끓여 만든 육수)를 뿌린 저스트의 삼각형 모양 치킨 너겟은 인도 파파듐(papadum, 얇고 바삭바삭한 인도 빵)처럼 바삭바삭하고 잘 부서졌다. 보우먼은 "바이오 리액터가 모든 작업을 수행했기 때문에, 재료에 양념 외에 아무 것도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바이오 리액터에서 고기를 배양하는 과정은 이른 바 세포 농법(cellular agriculture)으로 알려져 있으며, 사람들은 그 동안 이 배양 고기를 ‘클린 미트’(clean meat)라고 불렀다. 그러나 최근 세포 농업 스타트업들이 모인 캘리포니아 버클리 회의에서 이들은 이 카테고리를 ‘세포 기반 고기’(cell-based meat) 라고 부르기로 결정했다. 저스트는 이 세포 기반 제품(대부분 치킨 같은 고기임)을 올해 말까지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 스타트업 저스트의 R&D 셰프 톰 보우먼이 세포 배양 치킨으로 요리를 만들고 있다.   출처= JUST

버클리에 참석한 세포 농업 분야의 3년생 스타트업 멤피스 미트(Memphis Meats)의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우마 발레티는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 빌 게이츠,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미국 최대 육류 가공업체 타이슨 푸드(Tyson Foods)가 운영하는 벤처 캐피탈이 자신의 회사에 투자했다고 밝혔다.

멤피스 미트는 자사가 셀 배양한 오리 고기에 소금과 후추로 양념을 치고 식물성 기름에 진한 갈색으로 팬 튀김 한 요리를 내놓았다.

발레티 CEO는 "우리가 아직 이 산업의 초기 단계에 있음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동물 고기 맛에 익숙한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진짜 고기로 인식할 때 우리에게 마법의 순간이 다가올 것”이라고 장담했다.

“보고 느끼는 것뿐 아니라 우리 고기를 자르는 느낌까지도 실제 고기와 다름이 없을 것입니다.”

이 세포 기반 오리 고기를 칼로 갈라보니 고기살 섬유 조직이 마치 고무 밴드 공의 가닥처럼 여러 방향으로 얽혀 있었고 고기는 옅은 색을 띄며 가금류의 맛이 어렴풋이 나는 것 같았다. 그러나 소금을 쳐 짠 맛을 제외하면, 가장 눈에 띄는 특색은 갈변 현상이 보였다는 것이다.

세포 기반 고기라는 새로운 세계에서 마이야르 반응은 큰 성과로 간주된다. 냄비에 요리했을 때의 맛도 충분히 훌륭한 것 같았다.

멤피스 미트의 제품 및 규정 담당 부사장인 에릭 슐츠는, 앞으로 배양 고기의 겉 모습, 질감, 맛을 조절해 더 깊은 색상이나 실제 고기 냄새, 특정 향까지 복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젠가는 이 회사의 엔지니어들이 캘리포니아 소노마(Sonoma)의 곡물을 먹인 오리의 버터 같은 맛이나 프랑스 페리고르(Périgord) 농가에서 키운 청둥 오리의 감칠맛까지 낼 지도 모른다.

멤피스 미트는 당초 2021년까지 소비자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진전 속도가 빨라 그 전에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포 농업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기술이 인류의 고기에 대한 끊임없는 굶주림을 충족시킬 수 있는 친환경적인 지속 가능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통계에 따르면 사람이 먹기 위해 연간 700억 마리의 동물들이 도축되고 있다. 이 많은 동물들을 기르기 위한 환경 피해가 매우 심각한데도, 고기 소비는 전세계적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결국 동물성 단백질의 지속 가능한 복제가 그 해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세포 농업 스타트업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는 이미 실제 고기 같은 맛에 피까지 흘러나오는 식물성 고기 햄버거를 개발해 채식주의자의 격찬을 받았다. 바이오 리액터가 목초지에서 방목한 고기처럼 보이고 실제 고기 맛을 내는 제품을 만드는 것은 이제 시간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