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MW드라이빙센터에서 소비자들이 프로그램에 등록하기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장영성 기자

[이코노믹리뷰=장영성 기자] 평일 한가로운 오후. 인천 영종도 한적한 곳에 덩그러니 있는 BMW 드라이빙 센터에 사람들이 줄 서서 대기표를 받는다. 다양한 운전 교육을 받고 체험을 하기 위해서다.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많이 보이지만, 삼삼오오 모인 젊은 세대도 더러 보인다. 이들이 원하는 것은 한 가지다. 펀 드라이빙.

이들이 찾는 BMW드라이빙센터는 국내 자동차 문화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BMW 드라이빙 센터는 독일 마이자크, 미국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스파르탄에 이은 BMW그룹의 세 번째 드라이빙 센터다. 2014년 8월 개장해 74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많은 사람들이 차의 역사와 문화를 서로 다지고 있는 셈이다. 단순히 ‘모빌리티’ 개념에서 ‘문화’로 성장하기 위한 수단이다.

▲ BMW X4 M40d 전면 모습. 사진=이코노믹 리뷰 장영성 기자

BMW드라이빙센터는 축구장 33개의 크기에 트랙과 전시장, 이벤트 홀 등을 갖췄다. 센터 홀 가운데에는 1953년 만들어진 ‘이세타’를 비롯해 가장 최근 출시된 X4 M40d까지 다양한 차량들이 전시돼있다. 이세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에서 인기를 가구 한 모델이다. X4 M40d는 전보다 차체 크기가 커져 역동성을 키운 모습이다. 쿠페 형상이 잘 어울리는 외관으로 탈바꿈했다.

드라이빙센터 옆에는 서비스센터도 있다. 2층에는 레스토랑 ‘테라쎄’와 함께 키즈 드라이빙 스쿨이 있다. 이곳에서 5~7세 미취학 아동들을 대상으로 도로 교통안전 프로그램을 가르친다. 가족단위 소비자 어른과 아이에게 각각의 여유를 줄 수 있는 장소다. 식당은 음식 맛이 꽤 좋다.

▲ BMW드라이빙센터 2층 레스토랑 '테라쎄'에서 제공되는 스테이크 덮밥 메뉴. 사진=이코노믹 리뷰 장영성 기자

BMW코리아가 지난달 28일부터 시작한 딜리버리 세리머니도 이곳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운영한다. 딜리버리 세리머니는 특별한 방식으로 차를 인도받는 프로그램이다. 통상 딜러가 차를 받아 인도하거나 탁송기사를 통해 인도받지만, 이곳에 마련된 ‘BMW 딜리버리 존’에서는 드라마틱한 연출로 차를 인도받는다.

딜리버리 존은 하루 3회만 운영하기 때문에 예약은 필수다. 가격은 45만원으로 비싼 편이지만 드라이빙센터를 방문한 순간부터 떠날 때까지 VIP 대우를 해준다. 차를 인도받을 때에는 마치 신차 발표회와 같은 느낌이다. 영화처럼 차를 인도받고 난 후 차에 대한 설명을 받는다. 이후 트랙에 나가서 차를 마음껏 달려볼 수 있다. 기름은 가득 채워주기 때문에 맘껏 즐기면 된다. 트랙 주행을 마친 뒤, 테라쎄 10만원 쿠폰을 받아 식사도 즐길 수 있다.

▲ 어드밴스드 프로그램 첫 단계 '다목적 코스'에서 짐카나 코스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장영성 기자

럭셔리로 시작해서 토이로 끝난다

BMW드라이빙센터는 2.6km 길이의 드라이빙 트랙과 함께 다양한 드라이빙 스킬 레슨 코스가 즐비해 있다. 다목적, 다이내믹, 원선회, 가속 및 제동, 핸들링, 오프로드 등 총 6개의 코스로 구성됐다. 대부분 소비자들의 방문 목적은 이 장소를 이용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럭셔리한 홀과 달리 전투적인 현장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코노믹 리뷰는> 어드밴스드 프로그램에 참여해 자동차 문화를 체험했다. 어드밴스드 프로그램 시작은 기초다. 전문 인스트럭터가 프로그램 참여자에게 짧은 운전 교육을 실시한다. 차에 탑승하는 방법부터 좌석에 몸을 맞추는 순서, 스티어링 잡는 방법과 휠을 돌리는 여러 스킬 등이다. 간단한 교육이지만 코스에서는 물론 일반 도로에서도 중요한 안전 사항들이다.

프로그램에 쓰인 차는 BMW 330i다. 2018년형으로 M스포츠패키지 모델이다. 3시리즈라고 아쉬워하거나 불만 갖는 목소리도 있지만 무시할 차가 아니다. 국내에는 5시리즈가 인기지만, 글로벌에서는 3시리즈 판매량이 가장 많다. 트윈파워 터보 기술이 엔진에 적용돼 330i의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은 5.8초에 불과하다.

▲ BMW드라이빙센터에서 프로그램에 쓰이는 BMW 중형 세단 '330i 스포츠'의 모습. 사진=이코노믹 리뷰 장영성 기자

어드밴스드 프로그램은 다목적 코스로 시작한다. 워밍업이다. 차량의 기본 조작 방법을 익히고 슬라럼과 스티어링 적응, 제동과 엔진 파워 체험 등을 통해 차량과 조금 더 친근해지는 순간이다. 스티어링 9시와 3시에 손을 얹고 코스를 빙빙 돈다. 이때 교육에서 배운 핸드 크로스 운영 방식이나 제동 법 등을 익힐 수 있다. 330i의 뛰어난 제동 성능도 체험할 수 있다.

어느 정도 몸이 풀리고 차를 익혔다면 바로 다이내믹 코스로 향한다. 이곳에서는 차가 미끄러졌을 때 차체를 바로잡는 스킬을 익힌다. 짧은 컨트롤 보드를 시속 50km로 주행, 방향 상실을 유도하는 킥 플레이트를 밟았을 때 차체 미끄러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이때 차체가 미끄러지는 반대방향으로 스티어링을 돌리는 방법인 ‘카운터 스티어링’을 이용해 차를 바로잡는다. 미끄러짐을 통과하면 물기가 있는 노면에서 분무 노즐에서 나온다. 잽싸게 통과하면 된다.

▲ 어드밴스드 프로그램 원선회 코스 진행 모습. 사진=이코노믹 리뷰 장영성 기자

다음 코스는 원선회다. 외곽과 중심에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젖은 상태를 유지하는 노면에서 운전자가 차량 중심 이동, 스티어링, 현가장치, 엔진 파워가 조화롭게 변화되는 상황을 겪을 수 있다. 어느 정도 운전 실력을 가진 운전자라면 한번쯤 해보고 싶은 ‘드리프트’를 이곳에서 체험할 수 있다. 반대로 이를 막고 차체를 제어해주는 BMW의 기술 ‘DSC(Dynamic Stability Control)’도 체험할 수 있다. 종과 횡그립을 잡아주기 때문에 차가 바깥으로 밀리거나 안쪽으로 밀리는 언더·오버스티어링을 제어해준다. 두 기능을 체험하면서 안전사고 방지법도 배운다. 상당히 재미가 있는 코스다. 차의 원리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스티어링 조작과 그립, 가속과 제동, 코너와 차량의 원리에 대해 배웠다. 이제는 트랙을 익힌다. 2.6km 트랙에 17개 코너가 있다. 트랙은 330i 기준 직선 주행로에서 시속 200km까지 가속할 수 있다. 일반 도로와 달리 차선이 없기 때문에 속도감이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충분히 차량 가속의 재미를 느낄 수 있다. 330i이 결코 무시할만한 차가 아니라는 점을 배울 수 있다.

이어지는 코너에서도 DSC 기능의 효율성을 체험할 수 있다. S형 코스부터 급격히 꺾이는 헤어핀까지 감속과 가속 구간을 어떻게 운용해야 빠르고 안전한 주행을 할 수 있는지 익힌다. 모터스포츠 경기에서 보면 선수가 트랙의 연석을 밟을 때와 발지 않을 때가 있는데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코스 낙차 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더욱 스릴 있는 주행이 어렵다는 것.

▲ BMW드라이빙센터에서 프로그램에 쓰이는 BMW 중형 세단 '330i 스포츠'가 나란히 주차돼 있다. 사진=이코노믹 리뷰 장영성 기자

여기까지가 어드밴스드 프로그램이다. 이용 요금은 차량에 따라 12만~24만원이다. 한 타임에 6명이 이용 가능하며 총 3시간 동안 진행된다. 운영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어드밴스드보다 높은 단계인 ‘인텐시브(Intensive)’도 있다. 이용요금은 80만원으로 무려 9시간 동안 진행된다.

눈여겨 볼만한 프로그램에는 이미 소문난 ‘M 택시(M Taxi)’가 있다. 전문 드라이버가 BMW M에 동승해 스포츠 주행과 드리프트를 보여준다. 올해 11월 기준 M xDrive가 탑재된 6세대 M5를 프로그램 차로 쓰고 있다. M5의 성능을 알고 운전의 재미도 알 수 있다. 10분의 짧은 시간이지만 운전 스킬을 배우고 싶은 욕구를 솟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BMW 드라이빙센터는 요목조목 돌아봤지만 흠잡을 곳 없는 명소다. 럭셔리와 프리미엄을 느낄 수 있음과 동시에 자동차라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장소다. 남녀노소 세대불문 하나의 놀이터인 셈이다. 최근 자동차가 ‘럭셔리’에서 ‘토이’로 인식이 바뀌고 있는 만큼, BMW드라이빙센터는 국내 자동차 문화의 전환점으로써 유의미하다. 

▲ BMW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프로그램 등록 시 사측에서 주는 카드. 사진=이코노믹 리뷰 장영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