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국내 연구팀이 3세대 항암제인 면역항암제(면역관문억제제)의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

김찬, 전홍재 교수, 이원석 박사 등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연구팀은 17일 항암 바이러스와 면역항암제를 병용해 치료 효과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면역항암제는 몸속 면역세포가 암세포에 의해 기능이 억제되지 않도록 보호해 환자 스스로의 면역력을 키우는 치료제다. 이는 여러 암 종의 표준 치료법으로 제시됐다.

면역항암제는 치료 효과가 나타나는 환자에게는 효과가 월등하지만 약 30%의 환자에게만 항암효과를 보인다는 단점이 있다. 치료 반응이 좋은 10명 중 3명의 환자에게서는 항암효과를 나타내지만 치료 반응이 없는 7명의 환자에서는 대개 8주 이내인 치료 초기에 암이 진행한다는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연구팀 관계자는 “치료 반응을 보이는 30% 환자에서도 면역억제종양 미세 환경에 따라 극대화된 치료효과를 얻어내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 항암바이러스와 면역항암제의 병용 투여 효과. 면역치료 내성 종양에 항암바이러스 치료를 하면 종양 내 T세포가 증가할 뿐만 아니라 PD-1, PD-L1과 같은 면역관문 단백질의 발현이 증가한다. 여기에 PD-1 면역관문억제제를 동시에 투여하면 강력한 치료 반응을 보인다. 출처=한국연구재단

연구팀은 면역항암제의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 바이러스를 이용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유전자 조작된 바이러스를 종양에 투여하면 면역항암제의 반응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종양 미세 환경이 바뀌고, 면역 신호전달 체계가 변화했다”고 설명했다.

▲ 항암바이러스와 PD-1, CTLA-4 면역항암제의 삼중 병용 치료를 통한 항암 면역 반응 극대화 표. 항암바이러스와 PD-1 및 CTLA-4 면역관문억제제를 삼중 병용 투여하면, 일부 종양이 완전 관해가 유도되며, 치료 후에도 항암 면역 효과가 장기간 지속된다. 특히 단독 투여 또는 이중 병용 투여에 비해, 삼중 병용 투여에서 전체 생존 기간이 의미있게 연장된다. 출처=한국연구재단

개발된 항암바이러스를 면역항암제(PD-1 또는 CTLA-4)와 이중병용하면 종양내부에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는 T세포의 양이 증가해 비염증성 종양에서 염증성 종양으로 바뀐다. 이 결과로 면역항암제에 의해 신장암의 성장이 효과적으로 억제됐다. 간암, 대장암 등 다른 암 종에서도 일관된 치료 효과가 관찰됐다.

항암바이러스와 2종의 면역항암제를 삼중 병용한 결과 40%의 실험군에서 종양이 완전 소실됐다. 투여가 끝난 후에도 장기간 치료효과가 지속돼 생존기간도 연장됐다.

김찬 교수는 “이번 전임상 연구 결과를 통해 면역항암 치료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면서 “나아가 신장암 환자에서 항암바이러스와 면역항암제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으며, 병용 요법이 향후 효과적인 암 치료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 기초사업(신진연구),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이는 미국 암학회(AACR)의 대표 국제학술지인 클리니컬 캔서 리서치(Clinical Cancer Research)에 이달 12일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