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 아마존이 인수한 비디오 초인종 기업 '링'의 스마트 초인종. 출처=링

[이코노믹리뷰=김수진 기자] 어려서부터 들은 수많은 초인종 괴담과 흉흉한 세상 탓에 ‘딩동’ 소리가 어쩐지 반갑지 만은 않다. 낯익은 택배 기사님이 아니고서야 “택배 왔습니다”라는 말에도 선뜻 현관문을 열기가 쉽지 않다.

초인종을 누른 낯선 사람, 누군지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아마존이 올해 초 10억 달러에 인수한 비디오 초인종 기업 ‘링(Ring)’이 안면 인식 및 신고 기능을 탑재한 초인종 기술 특허를 출원했다. 특허 내용에 따르면 비디오 초인종이 방문자의 얼굴을 인식해 의심스러운 사람을 경찰에 자동으로 경고해준다. 이때 식별 가능한 사람은 유죄판결을 받은 중범죄자나 성범죄자 등이다.

 

▲ 링 비디오 도어벨 2(Ring Video Doorbell 2) 사용자가 스마트폰으로 현관 앞 방문자를 확인하고 있다. 출처=링

하지만 많은 특허가 그렇듯 현실이 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아마존의 이번 특허 역시 상용화되기 위해선 사생활 침해 문제를 포함한 많은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렇다고 실망하기엔 이르다. 초인종을 누른 사람의 영상을 찍고, 저장하고, 전송해주는 스마트 초인종이 있으니까.

미국에선 편리함은 물론 안전까지 선사하는 스마트 초인종이 인기다. 스마트 초인종을 활용하면 직장을 비롯한 외부에서도 스마트폰을 통해 현관문 앞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외부인이 초인종을 누른 순간 미처 알람을 확인하지 못했을지라도 클라우드에 저장된 영상을 통해 누가 집 앞에 왔다 갔는지 알 수 있다.

 

▲ 클라우드에 저장된 방문자들의 영상. 출처=지모도

예를 들어 지모도(Zmodo)의 그리트 프로 스마트 비디오 도어벨(Greet Pro Smart Video Doorbell)의 경우, 촬영된 모든 영상은 36시간 동안 클라우드에 무료로 저장된다. 이후엔 영상 저장 기간에 따라 7일은 월 4.99달러, 한 달은 월 9.99달러의 클라우드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 벨 A.I. 와이파이 HD 비디오 도어벨은 등록된 방문자의 얼굴을 식별해 알려준다. 출처=넷뷰
▲ 스마트캠 D1 비디오 도어벨엔 안면 인식 기능이 탑재돼 있다. 출처=와이즈넷

방문자가 누구인지 알아보는 스마트 초인종도 있다. 넷뷰(Netvue)의 벨 A.I. 와이파이 HD 비디오 도어벨(Belle A.I. WiFi HD Video Doorbell)엔 안면 인식 기능이 탑재돼 있다. 한번 방문한 사람의 신원을 저장해놓으면 다음 방문 시 그의 얼굴을 인식해 누가 방문했는지 알려준다. 와이즈넷(Wisenet)의 스마트캠 D1 비디오 도어벨(SmartCam D1 Video Doorbell) 역시 안면 인식 기능을 제공한다. 이 밖에도 링, GJT, 스카이벨(Skybell), 어거스트(August), 아이씨벨(Iseebell) 등 다양한 기업에서 스마트 초인종을 선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상황은 어떨까? 업계 관계자는 국내 스마트 초인종 시장에 대해 ‘시기 상조’라 말했다. 미국과 한국의 주거형태 차이가 가장 큰 이유다. 한국 주거형태는 공동주택과 전세 계약 구조가 특징이다. 전세 계약의 경우, 시설물 수리 및 교체에 대한 의무가 없어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초인종에 대한 관심도 자체가 낮은 편이다. 실제로 초인종이 고장 나도 수리하지 않고 노크하며 지내는 집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한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서양 국가의 경우 목조 주택이 대부분이며, DIY 문화가 보편화돼 있어 일반인이 쉽게 초인종을 수리하고 교체할 수 있지만 한국은 공동주택이 콘크리트 구조인 관계로 전문화된 장비와 인력 없이는 초인종을 교체할 수 없다. 단순 기계 값뿐만 아니라 설치 및 철거에 대한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차이가 있다.

침입이나 강도 등 보안에 취약한 서양식 목조주택과 달리 한국의 공동주택(아파트)은 단지, 동, 세대에 대한 입/출입구가 정해져 있고 CCTV 등 보안 장비가 철저하게 설치돼 있어 스마트 초인종에 대한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도 한 이유다.

 

▲ 2016년 LG유플러스가 출시한 도어캠은 현재 단종된 상황이다. 출처=LG유플러스

실제로 2016년 LG유플러스가 1인 가구 등을 대상으로 현관 앞 움직임을 감지해 영상을 촬영, 저장, 전송해주는 ‘도어캠’을 출시한 바 있으나 시장의 큰 반응을 얻지 못하고 출시 2년 만에 단종됐다. SKT 홈사업 유닛 이준범 과장은 “아직 당사엔 스마트 초인종 관련 라인업이 없으며 앞으로 보다 면밀하게 시장을 분석한 후 관련 시장 및 상품군에 대응을 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 KT의 기가지니 아파트 서비스는 최근 7일 간 방문자의 얼굴을 보여준다. 출처=KT

국내 기업들은 스마트 초인종 대신 비디오 초인종과 연계된 스마트 월패드에 주력하고 있다. KT 홍보실 장미선 과장에 따르면 KT는 현재 스마트 초인종 서비스를 하고 있지 않으나, 20개 이상의 건설사와 함께 그에 준하는 AI 아파트 구축을 위해 비롯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T의 ‘기가지니 아파트’ 서비스 중 방범모드를 실행하면 집안의 문 열림 감지와 모션 감지가 실행되고 외부에서 모바일을 통해 외부 침입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집에 돌아와서 “지니야 아파트 방문자 있었어?”라고 물어보면 최근 7일 간 현관 앞을 다녀간 사람들의 얼굴을 보여준다.

 

▲ 코콤의 스마트 월패드를 사용하면 스마트폰으로 방문자 영상 확인 및 통화가 가능하다. 출처=코콤

스마트홈 전문 기업 코콤 홍보팀 김형진 대리는 “코콤은 영상 저장이 가능한 스마트 월패드를 보급하고 있다. 2019년 예상 연간 보급대수는 약 10만대가량이다”라고 대답했다. 이어 “스마트 초인종 개발 논의도 내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 삼성SDS의 스마트 월패드 SPH-HB800FR. 출처=삼성SDS

삼성SDS의 스마트 월패드 역시 방문자 영상 저장 및 조회 서비스를 제공한다. SHP-HB800FR 모델의 경우 방문자 얼굴 인증을 통한 출입 관리가 가능하다. 사전에 얼굴이 등록되지 않은 사람이 집으로 들어오려 하면 사용자에게 스마트폰으로 알려주고 방문자의 얼굴을 자동으로 녹화한다.

스마트 월패드를 포함한 국내 스마트홈 시장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스마트홈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홈 시장규모는 오는 2020년 20조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날이 갈수록 발전하는 스마트 초인종, 스마트 월패드 덕에 어느 정도 마음이 놓이는 건 사실이지만 기사를 쓰는 내내 현관문을 굳게 닫아놓고 감시하며 살아야 하는 현실이 어쩐지 씁쓸하다.